새우 반 비닐 반, 몸살 앓는 한강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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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반 비닐 반, 몸살 앓는 한강하구
  • 장정구
  • 승인 2021.06.0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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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하천이야기]
(40) 한강하구, 비닐과 습지보호지역
철책으로 굳게 닫힌 김포 전류리포구
철책으로 굳게 닫힌 김포 전류리포구

 

“물고기 잡는 시간보다 비닐을 골라내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려요”
“선상 집하장을 요청했지만 언제나 만들어질지 기약이 없어요”

5월 중순, 한강하구 염하수로 옆 강화 더리미포구에서는 새우잡이가 한창이다. 선창에 다가가자 마대자루가 수북하다. 흙갈색의 물이 새는 자루들에 다가가자 악취가 고약하다. 살짝 열린 자루를 들여다보니 온통 비닐이다. 더리미포구에는 11척의 배가 있다. 이 배들은 하루에 평균 한척당 마대자루 2개~3개 분량의 비닐을 건져올린다. 그물에 새우보다 비닐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루당 6천원에 수매를 시작한 후 다시 바다에 버리지 않고 자루에 담아 포구에 모아놓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쌓아놓은 자루들에서 발생하는 냄새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강에서 떠내려오는 비닐 등 쓰레기문제를 방송 등에 알리고 싶어도 혹시 새우 등 물고기 판로가 막힐까봐 벙어리냉가슴이다.

 

강화 더러미포구의 어부들은 날마다 비닐 등 한강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를 2~3자루씩 건져올린다.
강화 더러미포구의 어부들은 날마다 비닐 등 한강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를 2~3자루씩 건져올린다.

홍수 때만 강이나 하천에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드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평소에도 투명 비닐, 작은 쓰레기들이 수면에서 또는 물속으로 떠내려온다. 염하나 석모수로에서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한강의 쓰레기는 그대로 인천앞바다 해양쓰레기가 된다. 일부 가라앉아 뻘에 묻히고 또 일부는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해양미세플라스틱이 되고 있다. 인천연구원 조사결과에서 의하면 인천앞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한강하구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진다. 좀 더 정밀한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인천앞바다의 비닐조각이나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이 한강 등 육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1월~3월 : 숭어  /  4월~6월 : 장어, 숭어, 황복, 웅어, 새우, 깨나리 / 7월~9월 : 숭어, 농어, 장어 /  10월~12월 : 숭어, 참게, 새우, 장어’
전류리포구는 늘 철책으로 굳게 닫혀있다. 붉은색 깃발이 나부끼는 배로 조업할 때만 어민들에게만 낮에 잠깐 열린다. 상점마다 친절하게 시기별로 판매하는 물고기 종류를 현수막에 써놓았다. 바닷물은 달과 태양 등 천체의 인력작용으로 하루에 두 번씩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조석, 즉 밀물과 썰물이다. 인천앞바다에서는 6시간을 주기로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9미터에 이른다. 영향이 한강하구 곳곳에 미친다. 전류리는 아래로 흐르던 강물이 거꾸로 뒤집혀 흐른다고 해서 전류리(顚流里)이다. 전류리에서는 강물이 9시간 빠지고 3시간 물이 들어온다. 조강리에서는 8시간 빠지고 4시간 들어오고 강화 산정리에서는 7시간 빠지고 5시간 들어온다. 물론 잠깐이지만 들물과 날물 사이에 움직임이 멈추는 시간도 있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총괄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총괄도

 

한강하구는 막혀있지 않아 강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그 물을 따라 물고기들도 자유롭게 오간다. 또 접경지역으로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저어새,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개리, 큰기러기 등 새들뿐 아니라 삵,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 20종이 넘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는 곳이 한강하구다. 해양보호생물 상괭이가 관찰되기도 한다. ‘祖江’이기도 하고 ‘照江’이기도 한 한강하구의 일부 습지는 습지보호지역이다. 경기도 고양시 김포대교 남단~인천광역시 강화군 송해면 숭뢰리 사이 하천제방과 철책선 안쪽의 수면부를 포함하여 2006년 4월 17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20년말 기준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내륙습지보호지역 27개소 중 가장 넓은 60.668㎢이다.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이 한강하구의 대표적인 습지들이다.

2006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당시 김포시의 요청으로 김포시의 일부 구간이 제외되었다. 당시 환경단체들에서는 한강하구가 해당 지자체만의 재산이 아니라 국민 공유의 재산이라며 제외된 김포지역과 김포대교 일원 신곡수중보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의 확장과 정상화, 해당지자체의 보전방침 등 관리계획에 대한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점검, ‘한강하구 민․관 합동 보전관리 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요구했었다. 인천시는 2020년부터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한강하구 생태환경통합관리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계양에서 일산으로 김포대교를 건너다보면 왼쪽으로 버드나무 숲이 울창하다. 장항습지이다. 신곡수중보 등으로 육상화가 진행되면서 버드나무숲이 더욱 울창해지고 있다. 갯고랑뿐 아니라 버드나무숲 곳곳이 게구멍이다. 겨울이면 개리와 재두루미, 기러기떼가 강가와 버드나무 숲 뒤 논과 습지에서 월동한다. 장항습지는 2021년 5월 22일, 세계생물다양성의날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다. 한강하구습지보호지역 전체를 람사르에 등록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장항습지부터 람사르습지에 등록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장항습지
최근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장항습지

장항습지도 들어가려면 자유로 밑 터널과 여러 문을 통과해야 한다. 5월 초, 장항습지 철책길을 따라 흰 버드나무 씨앗이 가득하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버드나무 씨앗보다 더 선명한 흰색의 스티로폼 조각들과 페트병들이 가득하다. 지난 여름 한강이 범람했을 때 장항습지에 걸린 쓰레기들이다. 다가올 장마에 한강을 따라 인천앞바다로 흘러들거나 뻘에 파묻힐 것이다. 버드나무 숲 입구에 수북하게 쌓인 마대자루는 강렬한 봄 태양에 삭고 있다.

한강하구 철책을 걷어내 관광지 등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다. 환경단체들은 한반도의 생태보고라며 좀 더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철책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낚시꾼들이 넘쳐나고 생태계 교란뿐 아니라 쓰레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한강하구의 가치를 바로 알고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단절되었던 남북의 역사문화를 잇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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