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 필사 한 번 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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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시 필사 한 번 해보실래요?”
  • 서상희
  • 승인 2021.06.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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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58)내 안의 감정 들여다보기 - 서상희 / 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

 

릴레이 시 필사 공간

 

“라면 먹고 갈래요?” 오래전 영화 속 썸 타는 남녀의 이 말. 실제로 하면 성공확률은 얼마일까요? “릴레이 시필사 한 번 해 보실래요?” 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가 손님에게 썸 타듯 건네는 이 말의 성공률은 음,,,,4번 타자처럼 화려한 성적은 아니고요. 9번 타자 기대확률쯤 됩니다. 다시 이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릴레이 시필사는 강화읍 작은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을 찾는 분들의 소소한 놀이입니다. 오시는 분들이 시를 하나씩 필사하며 다 같이 한 권의 특별한 추억을 완성해가는 일이예요. 책방이 있는 강화읍은 고려궁지, 용흥궁 같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에 일상을 벗어나 잠시 힐링을 위해 왔다가 우연히 책방을 찾는 손님들도 많은 편이라서요. 원도심 골목길 걷다가 무심코 들어선 작은 동네 책방 나만의 시필사 공간에 앉아 연필 감성으로 시를 베껴 써보는 일, 일상을 벗어나 시인의 감성을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다 싶었습니다.

이에 대한 첫 반응도 ‘귀찮음’과 ‘설레임’, ‘익숙함’과 ‘낯설음’의 진폭이 크고요. 아주 가끔은 시를 직접 창작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기도 해서 시를 그대로 옮겨적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설명해드리기도 하고요. ‘시를 잊은 그대에게’ 라는 책 제목저럼, 시를 잊은 시대, 책방을 열면서 느끼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진짜 안 읽는다였거든요. 그러니 사실 시 하나 옮겨 적는 게 뭐 대수야 생각하시는 분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시를 읽지 않을까요?” 대놓고 젊은 책방 손님 몇몇 분들께 한 번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렵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분들 말씀이 다는 아니겠지만. 책을 좀 읽는다는 손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시 감상을 분석하고 정답을 찾듯 배운 문학교육의 폐해일까요. 멀어지다 보니 쌓인 오해일까요.

“멀어진 거리부터 좁힌다면.....” 제가 시를 보며 느꼈던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스치고 지나갈 법한 소소한 일상의 면모를 어떻게 그렇게 새롭게, 깊이 있게, 딱 들어맞게 표현할까싶은. 때로는 잔잔함으로 스며들고 때로는 훅 낚아채듯 시인의 감성 따라 한구석 돌돌 말아 내팽개쳐 둔 나의 감정이 올라오거든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말에 꽂혀 있던 나에게서 오롯한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쓰담쓰담하게 됩니다. 이렇게 좋은 시를 잊고 살기는 아깝잖아요.

릴레이 시 필사 모습

 

요즘 ‘나를 소중히 하라’가 대세. 나를 소중히 하는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수천, 수만 가지 다를 수 있겠지만, 책방지기 마음에는 시필사를 하는 잠깐의 시간이라고요. 그 잠깐에도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난다고. 책방지기의 일은 꿈꾸는 일이라고. 매일매일 아침 주문처럼 외는 말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꿈을 파는 일이라고 그래서 ‘꿈공작소 모모’니까 하고요.

그래서 처음엔 책방 모퉁이에 열심히 사포로 문지르고 페인트 칠을 하여 시필사 책상을 만들었어요. 연필과 연필깎이, 그리고 김용택 시인이 추천하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도 준비했습니다. 예쁜 편지지도 옆에. 그러다 같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면 더 좋겠다 싶어서 지금처럼 ‘릴레이 시필사’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강화도 대표시인 함민복님의 ‘꽃봇대’였습니다. 우려와 달리 한 권이 금방 다 채워지더라고요. 지금은 두 번째 정호승님의 ‘밥값’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확진자 수 증가 이후 방문객이 줄면서 느리게,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분들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책방 나들이를 온 연인이나 가족 단위 참여율이 높은 편입니다. 의외로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주 즐겁게 시필사를 한답니다. 시를 옮겨쓰는 방법도 다양해요. 그대로 단정하게 옮겨쓰는 분도 많지만, 거꾸로 쓰기도 하고, 시집 속 그림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나만의 시화로 완성하기도 합니다. 옮겨적는 글마다, 글씨만큼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납니다. 다 쓰고 나서 모모 큰 도장, 작은 도장으로 마무리하고 인증샷을 찍어가는 모습은 보기만 했는데도 소소한 만족감에 같이 울렁거리는 건 뭘까요?

“시 하나 마음에 담아가실래요?”

 

릴레이 시 필사
릴레이 시 필사

 

강화읍 원도심 작은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로 오시겨.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0507.1329.4362

http://instagram.com/momo_ggum

blog.naver.com/momo_g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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