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로 보는 페미니스트 색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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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로 보는 페미니스트 색출작전
  • 박교연
  • 승인 2021.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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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5월 1일 GS25 이벤트 포스터로 시작된 메갈리아(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되었던 남성혐오 및 범죄 인터넷 커뮤니티) 논란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다. GS25뿐 아니라 무신사, 제너시스BBQ, 오비맥주, 교촌치킨, CU, 다이소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유사 이미지 사용으로 같은 논란에 휩쓸렸다. 이들은 매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사과문을 작성하고 홍보 이미지 구매처를 증빙하는 등 불필요한 절차를 수행했고, 아직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기업들도 논란을 피하고자 홍보팀에 여러 차례 검수과정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그간 발행한 홍보물을 일일이 살피며 작은 것을 지칭하는 손동작이 있는 게시물을 SNS에서 삭제하는 중이다.

6월 7일에는 심지어 전쟁기념관이 2012년 설치된 포토존에 메갈 손모양과 유사한 게 있다며 해당 설치물을 즉시 철거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물론 2012년에 설치된 포토존이 2015년에서야 나온 메갈리아와 연관 있을 확률은 0%이다. 이런 식으로 연관성을 유추하자면, 사진을 찍을 때 작은 것을 지칭하는 손동작을 하며 코를 찡긋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메갈임이 분명하다.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갈리아를 알 확률은 0%이지만 말이다.

메갈리아 로고

 

우려되는 것은 GS25 사건이 결코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란 거다. ‘페미니스트 색출’은 올해 초부터 그 징조를 보였다. 지난 2월에는 ‘허버허버’ 논란이 있었다. 허버허버란 무언가 급히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묘사하는 인터넷 유행어인데, 이 단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남성은 ‘허버허버’는 남자가 먹는 모습을 비하한 단어라고 주장한다. 실제 남성이 이 표현으로 비난받았던 사건이 없고, 성별과 무관하게 유머로서 사용된 용례가 더 많지만, 해당 단어를 사용했던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사과문을 냈다. 저는 결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4월 중순에는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댓글란이 전쟁터가 되었다. 이 웹툰에 ‘허버허버’라는 표현과 함께 메갈리아를 연상케 하는 손 모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바른연애 길잡이〉 남수 작가는 “제작 시 의도한 의미가 없고, 문맥과 관계없이 다른 의미가 떠오를 수 있음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여부보단 페미니스트 색출이, 나아가 페미니즘 검열이 중요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GS25 이벤트도 이토록 논란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남성들의 해석에 따르면, GS 마케팅 담당자는 메갈리아 손동작을 차용하여 작은 남성 성기를 조롱하고 있다. 행사 기간에 대한 ‘05.01~05.31’이란 표기는 남성혐오 단어 중 하나인 ‘5조 5억’을 형상화한 것이고, 포스터 문구인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알파벳을 역순으로 조합하면 ‘megal’이 나오므로 명백한 혐오의 상징이 된다. 통상적인 머리글자 조합이 아닌 꼬리글자로, 그것도 제대로 다 완성되지 않는 단어 조합으로 메갈리아의 흔적을 꿰맞추는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덧붙여 엄청 큰 수를 지칭하는 ‘5조 5억’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왜 남성혐오 단어인지 아직까지도 밝혀진 바가 없다.

생떼나 다름이 없는 일련의 페미니스트 색출은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페미니즘을 검열하고 페미니스트를 위축하게 만드는 것. 계속해서 일부 남성이 광고·유통업계에서 암약하는 메갈리아 회원들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 2016년 벌어진 페미니스트 김자연 성우 퇴출과 같은 일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자연 성우 퇴출사건 역시 GS25 불매운동처럼 클로저스 불매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자연 성우는 남성혐오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라, 여성혐오에는 관대하면서 여성의 미러링 표현만을 검열하는 페이스북에 항의하기 위해 모금을 했을 뿐이었다. 모금을 독려하는 티셔츠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는 것만으로, 김자연 성우는 불온사상을 지녔다며 곧바로 해고 조치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용불이익을 받았다.

김자연 성우 이후로도 게임업계에선 툭하면 별일 아닌 걸로 ‘메갈 논란’이 갑작스레 불거졌다. 하지만 논란이 오래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김자연 성우 때처럼 업계 페미니스트 종사자를 향해 비난이 빗발치면, 제작사 측에서 곧장 계약을 끊고 남성소비자를 향해 사죄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일례로 지난 3월에 국내 중소규모 게임에서 일러스트를 맡은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끊겼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상검열이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7월 정부에 게임업계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인권위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출당하고 있다며 “혐오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 때문에 게임업계는 퇴출이라는 손쉬운 해결책을 놓지 않았다.

이제 ‘메갈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 노동자들은 온갖 곳에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불온하지 않다고 대문짝만하게 적어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GS25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단단히 한 마케팅담당자가 블라인드 게시글에 제일 먼저 적은 것은 “저는 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는 워킹 맘으로 남성혐오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였다. 그는 그 어떤 것보다 ”어떤 사상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너무 밝히고 싶다”며 호소했다.

이렇게 일부 남성이 그토록 바라왔던 페미니즘 검열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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