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합의는 필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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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합의는 필수가 아닙니다.
  • 민현기
  • 승인 2021.06.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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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민현기 /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여는)

 

- 합의부터 종용하는 고용노동행정의 문제점

아래 세 건의 사례는 모두 올해 있었던 일들로 당사자분이 직접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노동법률상담소에 이야기해주신 내용입니다.

 

[사례 1]

입사 후 1년, 3년이 지나면 이루어지던 기본급 인상이 갑자기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임금 체불로 진정을 넣은 노동조합 분회장 ㄱ씨. 첫 조사에서 근로감독관은 “이건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다.”라는 단정적인 태도와 “상급단체 법률원에 변호사, 노무사가 많으니 문의를 해보고 오라.”는 면박을 주었습니다.

[사례 2]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함께 고용노동청에는 그간 받지 못한 가산 수당에 대하여 진정을 넣은 노동자 ㄴ씨. 구제신청과 진정 사건은 별개임에도 근로감독관은 함께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노동위원회 화해 과정에서 고용노동청 진정 사건은 별건으로 처리하기로 양 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일치된 이후에도 근로감독관은 무조건 합의만을 종용하였습니다.

[사례 3]

임금 체불이 발생하여 진정을 넣은 ㄷ씨. 조사를 통해 체불 금액이 확정되자 ㄷ씨는 소액체당금을 신청하기 위해 체불 임금 등·사업주 확인서 발급을 요청합니다. 체불 사실이 확인된 이상 확인서는 발급이 되어야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확인서 발급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고용노동청은 임금 체불, 단체협약 위반,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성희롱 등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법 위반 사항들을 수사하는 기관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임금이 체불되어 진정을 하여도 고용노동청에서 직접적으로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고, 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사용자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받지 못한 급여가 조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진정인과 피진정인 사이에서 근로감독관이 중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말 중재가 꼭 필요한 사건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의 사례들과 같이 진정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합의만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37조 제1항은 신고인의 신고내용에 대하여 신속·친절·공정·정확히 조사와 처리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공정한 조사의 첫걸음입니다. 진정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합의만을 종용하는 근로감독관의 태도는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정한 사건 처리와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서두에 밝힌 사례가 모든 근로감독관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청 진정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인천에 있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고용노동지청 두 곳에서만큼은 진정인의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하는 합의보다는 진정 취지가 한 번 더 고려되는 고용노동행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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