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기본원칙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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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기본원칙이 필요한 이유
  • 고병욱
  • 승인 2021.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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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인천의 미래]
(1) 기본원칙에 관하여 - 고병욱 / 도시공학박사, (전) 인천도시공사 도시재생본부장

도시재생이 화두가 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천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인천항 일대 재개발에서부터 원도심 근대산업유산의 보전, 부평 캠프마켓의 재생 등등이 그러하다. 도시재생은 대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억제하되 쇠퇴한 도시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물량 위주가 아닌, 인간의 삶의 공간으로서,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역사를 살려 증대된 문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인천in은 이에 인천의 도시재생의 과제와 비전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싣는다. 인천지역 도시전문가가 5분이 참여하여 격주 연재한다.

 

# 왜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 하는가?

원칙은 많은 경우에 두루 적용되는 규칙이나 법칙이다. 원칙을 세우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되는 도시재생사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합의하고 달성할 수 있다. 경영전략가 짐 콜린스는 ‘원칙 없는 사업의 확정’은 기업 몰락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고, 반면에 위대한 조직에는 반드시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러한 ‘위대함의 원칙’을 받아들여야 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신중하게 만든 기본원칙을 담아내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원칙 없는 정책, 원칙 없는 사회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 셰필드 시내의 옛 건물
영국 셰필드 시내의 옛 건물

#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의 기본원칙

도시재생사업은 초기에 추진주체를 설립하고 지역 역사‧문화 정체성 회복, 공공이익, 산업생태계 조성, 공동체의 삶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주민참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기본원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며,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도시기능을 지속 가능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

쇠퇴한 공업 중심 도시인 스페인 빌바오는 문화 및 지식기반 중심의 혁신적 도시로 개조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1991년 정책 수립 주체인 ‘빌바오 메트로폴리-30(Bilbo Metropoli-30)’이라는 민관협력기구를 창설하여 4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하였다. 빌바오 메트로폴리-30은 지금도 빌바오의 도시재생을 이끌고 있다.

영국 셰필드는 1984년부터 기존 철강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미래형 산업을 선정하고 '문화산업도시'로의 변신을 결정하였다. 사람과 지역사회‧공동체를 중시하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재정적‧인적‧제도적‧방법적 측면에서 원칙을 세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 도시재생 기본원칙 사례 >

스페인 빌바오 도시재생

구도심 재생 문화 주도 재생을 통한 문화적 정체성 강화

지식기반 산업영역 조성 환경보호

영국 셰필드 도시재생

시민참여 커뮤니티 중심 개발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의 융합 자산관리와 활용 다양한 사업모델 활용 공동체의 수익 창출

이탈리아 밀라노 포르타 누오바도시재생

지속가능한 개발 새로운 공공 공간 확충 도시 내 녹색 자연 확보

미국 보스턴 도시재생

주민과의 상생 문화와 역사의 보전 사람과 공간의 정체성 연계 공동체의 복원

 

도시재생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 차이는 타협하지 않는 기본원칙이 있는가 없는가로 구분될 수 있다. 원칙의 시선은 현재의 나를 보는 것이 아닌 미래의 우리를 보는 것이고, 도시재생의 답은 현장에 있으므로 지역에 애착을 갖고 들여다보아야 좋은 원칙을 세울 수 있다.


# 개항장, 내항, 캠프마켓 재생의 기본원칙은...

인천은 1883년에 개항되었다. 서양의 신문물이 개항장을 통해 전파되고, 각국이 조계지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또한 인천은 근대사에서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현재 인천은 근대 역사‧문화의 발자취를 가지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 인식과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속에서 문화유산인 개항장, 내항 1‧8부두, 캠프마켓 등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항장과 내항 1‧8부두가 포함된 ‘인천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보고서에는 ‘계획수립에 대한 기본원칙’은 있으나 도시재생을 위한 합의된 기본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기본구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관광도시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일자리 창출’, ‘도시관광활성화’, ‘교통환경개선’ 등의 목표가 있다.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의 틀은 사회적‧문화적 관점이 빠진 행정적‧경제적 관점의 계획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부평 캠프마켓
부평 캠프마켓

올해 6월 인천광역시는 2003년 반환 결정된 캠프마켓 활용을 위한 ‘Welcome To 캠프마켓 부평 미래 10년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시기별 전략과제 정립과 분야별 계획으로 ‘시민공론화 추진방안’, ‘참여 거버넌스 구축방안’, ‘공원 조성계획 및 사업시행’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처럼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하려면, 과거와 달리 시민 의견수렴이나 단순한 참여가 아닌 시민주도의 거버넌스가 우선 구축되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행정력을 갖는 거버넌스가 추진주체가 되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기본원칙을 도출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을 마련하여 지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기본원칙은 시민들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것들이고, 오랫동안 타협하지 말고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이다. 기본원칙은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인천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인천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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