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산선' 철거갈등 중재 자임한 인천시... 하루 만에 재개발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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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산선' 철거갈등 중재 자임한 인천시... 하루 만에 재개발 고시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1.07.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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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 나서겠다" 발표 후 화수화평 재개발사업 승인 고시
범시민대책위 강력 반발 "조택상 부시장 책임지고 사퇴해야”
​1961년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설립된 당시 초가집 모습. 사진=인천도시산업선교회 보존협의회​
1961년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왼쪽)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터에 지어진 현재의 미문의일꾼교회(오른쪽) (사진 제공=미문의일꾼교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철거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시가 동구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을 승인·고시했다.

해당 교회의 존치를 요구해온 지역 시민사회는 중재 역할을 자임한 시가 ‘뒤통수를 쳤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시에 따르면 인천산선이 있는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결정(변경)’을 고시했다.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은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규모 공동주택 3,183가구를 짓는 내용이다.

이 지역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더불어 사업성이 낮아 장기간 사업이 정체된 재개발 구역이었으나, 최근 시공자 선정으로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재개발 사업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주민 2,000여 명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으나 시민사회와 종교계는 국내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담긴 교회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1961년 설립한 인천산선은 우리나라 민주화, 산업화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로 꼽힌다. 1978년 쟁의 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분뇨를 뿌린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 82개 시민·사회·종교단체는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릴레이 동조 단식,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이어왔다. 인천산선 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 목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째 단식 중이다.

 

인천산업선교회 4대 총무를 역임한 김정택 목사가 19일로 단식농성 28일을 맞고있다.

지난달 23일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교회 부지에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등 방식으로 교회 측과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는 범대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자 전날인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주민과 교회의 원만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낸 지 하루 만에 시가 재개발사업 변경안을 고시하자 범대위는 “박남춘 시정부가 반민주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범대위는 “시가 범대위와 조합의 대립을 부각하며 중재에 나서겠다는 등 엉뚱한 논조를 펴더니 범대위의 뒤통수를 때리듯 고시했다”며 “이는 시민 시장을 강조하고 노무현 정신, 촛불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던 박 시장의 말이 모두 거짓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책임자이자 이해관계자인 조택상 부시장은 도시계획위의 결정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갔다”며 “인천과 대한민국을 대표할 산업 민주화 노동 유산의 가치를 무시하고 소수 주택소유자와 재벌 건설사의 이익을 앞세우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범대위는 “조 부시장은 사과와 함께 사퇴해야 하며, 교회 철거를 사실상 용인한 박 시장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고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반 박남춘 정치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 부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의 역사적 가치와 그 의미는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2,000명 넘는 주민들의 동의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도시계획위 결정에 이견이 있다면 조합이나 교회 어느 측에서든 전문성과 대표성을 마련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며 ”시는 조정의 길을 열어놓고 적극적인 중재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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