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꽃이 피워 낸 하얀 꽃밭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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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꽃이 피워 낸 하얀 꽃밭 정원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07.2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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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한여름에 무더기로 피어 정원을 만들다

 

텃밭에 참깨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참깨꽃은 한여름에 무더기로 피어나 하얀 꽃밭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약한 볼그레한 빛이 섞여 하얗게 피어났습니다. 보기에 참 좋습니다.

 

하얀 참깨꽃이 만발한 참깨밭. 정원이 따로 없습니다.
하얀 참깨꽃이 만발한 참깨밭. 정원이 따로 없습니다.

 

참깨꽃은 대롱대롱 멋들어집니다. 특히, 꽃부리가 통에 달린 두 입술 모양으로 끝이 살짝 휘어져 마치 작은 색소폰 악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약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멋진 합주 연주가 들릴 것 같습니다.

소박해 보이는 참깨꽃은 땅을 내려보며 핍니다. 겸손이 몸에 뱄을까요? 자기 예쁜 모습을 자랑하듯 하늘 향해 고개를 쳐들 만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참깨꽃은 여름 내내 아래로부터 수도 없이 피어납니다.
참깨꽃은 여름 내내 아래로부터 수도 없이 피어납니다.

 

참깨꽃은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차례차례 피어납니다. 아랫도리부터 피워 위로 올라가며 수도 없이 꽃망울을 만들어냅니다. 여름 내내 피고 지고를 반복하지요. 이른 아침, 고랑에 무수히 떨어진 하얀 꽃도 밟기가 미안해할 정도로 예쁩니다.

참깨 꽃잎을 자세히 보면 솜털이 나 있습니다. 어린아이 솜털처럼 보드랍고 여리여리합니다. 예쁜 꽃에 꿀벌들이 가만히 두고 있을 리가 없지요. 윙윙윙! 꿀벌은 꽃잎 깊숙이 고개를 처박으며 이 꽃 저 꽃 부지런히 들락거립니다. 꿀벌 녀석들, 다디단 꿀은 입맛을 다시고, 꽃가루는 뒷다리에 뭉쳐 모읍니다.

 

참깨꽃에 중매쟁이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참깨꽃에 중매쟁이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중매쟁이 꿀벌이 다녀가면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집이 달립니다. 고소한 깨알을 안치면서요. 열매집 꼬투리가 까맣게 익어가면 저절로 입을 벌립니다. 튀는열매(삭과)이기 때문이죠. 열매집에 속에 깨알이 몇 개나 들어있을까요? 무려 80개 남짓이랍니다. 참깻대 하나에 열매집도 숱한데, 참깨씨 하나가 땅에 떨어져 수많은 자손을 퍼트리는 능력이 놀랍습니다. 그 열매들은 우리에게 고소한 양식의 선물을 주구요! 신비스러운 자연의 응답은 고맙기만 합니다.

참깨꽃 꽃말을 아시나요? ‘기대합니다!’  깨소금의 참깨꽃 꽃말이지요. 우리는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그 결과는 조용히 기다립니다. 좋을 결과를 기대하면서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한자어와 일맥상통합니다.

한여름 하얗게 핀 참깨밭 정월을 바라봅니다. 머지않은 가을날, 열매집이 톡톡 여물어 깨 쏟아질 행복과 기쁨을 기대합니다.

 

색소폰 악기를 닮은 참깨꽃. 볼그레한 하얀꽃에 솜털이 나있습니다.
색소폰 악기를 닮은 참깨꽃. 볼그레한 하얀꽃에 솜털이 나있습니다.

 

참깨꽃 / 자작시

하얀 참깨꽃이 가득한 텃밭

새벽 초승달 염원을 가슴에 담았나?

사랑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꿀물 뚝뚝 흘러내릴 즈음

중매쟁이 꿀벌 다녀간 뒤

행복 열매 맺습니다.

미움은 떨쳐내고

층층이 사랑 쌓아 올릴 때면

숱하게 깨알을 안친 참깨밭엔

쏟아지는 기쁨

행복 가득 고소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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