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고수온현상...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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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고수온현상...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미래는?
  • 박정운
  • 승인 2021.07.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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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4) 황해 저층냉수의 온도 상승 -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차가운 해역을 선호하는 어린 백령도 물범

 

24절기 중에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大暑)다. 이미 뜨거워진 날씨에 전국에 폭염 특보가 며칠째 이어지고 한낮에 35도 안팎의 무더위를 예고한다. 연일 곳곳에서 최고 기온을 넘기고 있다. 역대 1위를 기록했던 2018년의 폭염을 떠올릴 만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내륙의 도시들보다 덜 하지만 백령도 역시 꽤 덥다. 한 낮의 온도가 28~30도였던 어제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 오는 길에 가까운 하늬바닷가에 잠시 들렀다. 멀리 찰랑이는 물범바위 주변에 몰려있는 점박이물범들과 시원한 바다 풍경도 보고 바닷물에 발바닥 열기도 식혔다. 바닷물이 시원했다.

7월의 하늬바닷가는 물범들의 자리다툼 소리와 번식이 끝난 괭이갈매기 떼의 소리를 제외하곤 잔잔한 편이다. 4월부터 시작된 어민들의 까나리 조업과 미역 채취 작업이 6월 중순에 끝난 후, 8월부터 시작될 다시마 채취 작업 사이에 백령도의 바다도 잠시 쉬어가는 듯 하다.

백령도 어민들에 의하면 백령도 연안의 표층수온이 23도를 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황해 냉수대(冷水帶)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강한 조류나 태풍 등의 영향으로 표층수와 저층수가 혼합되어 20도 이하의 냉수대가 형성된다. 황해 저층 냉수는 겨울철 형성된 10˚C 이하의 냉수가 다음 여름까지 수심이 깊은 황해 중앙골을 중심으로 저층에 고립된 형태로 유지된다.

백령도 연안의 이러한 특성으로 한류성 어종인 까나리가 몰려오고 냉수성 식물인 다시마가 잘 자란다. 연안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까나리는, 수온이 17℃ 이하로 내려가면 모래에서 나와 활동하고 19℃를 넘으면 모래 속에서 여름잠을 자는 특성이 있다. 다시마는 수온 10℃ 이하의 조건에서 수정이 된 후 성장을 하다가 16℃이상이 되면 생장을 멈춘다. 뿐만 아니라 기각류인 점박이물범 역시 표층수온 20℃ 미만의 차가운 해역을 좋아한다. 먹이도 풍부하니 백령도 연안이 딱 맞춤이다.

번식지 빙하 위의 어린 점박이물범

또한 황해 저층 냉수는 다른 곳으로부터 유입되어 새롭게 형성된 해수가 아니고 황해 저층에 지속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한겨울 동중국해에서 올라오는 난류가 서해안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겨울철 수온이 동해보다 항상 절반 정도의 낮은 수치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이상 고수온 현상이 2016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서해와 남해의 연안해역을 중심으로 이상 고수온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8월 평균 해수면 수온의 평년편차 분포를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해역의 월 평균 해수면 수온이 평년에 대비하여 1~4℃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해수온도 상승은 생물 종다양성, 해양 생태계 구조와 기능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해의 경우 겨울철에서 여름철까지 형성, 유지되는 황해 저층냉수에 의존하여 살던 냉수성 저층어류가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북서계절풍이 더욱 약화되고, 여름철 난류세력이 강화되어 여름철의 황해 저층냉수가 약해지거나 사라진다면, 오랜 세월 동안 황해 저층냉수에 적응되어온 냉수성 어종은 격감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반도 연안에서 겨울철에 성장하는 해조류의 생육이 지장을 받고, 남해안에서 동해 및 서해북부 연안해역으로 이동하거나 해조류 양식장이 축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백령도의 어민들도 바다 생태계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까나리 조업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난류성 어종들이 잡힌다고 한다. 점박이물범의 백령도 도래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황해 저층냉수의 변화가 앞으로 백령도 연안의 까나리, 다시마 생육과 점박이물범의 집단 서식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본다. 백령도에 살면서 내가 느끼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여느 때보다 크게 다가온다.
 

다시마 조업중인 백령 주민
다시마 조업중인 백령 주민
백령도의 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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