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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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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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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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바늘과 가죽의 시詩』
『나의 비거니즘 만화』
『꼬마곰과 달』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주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동네책방시방' '마쉬책방' '딴뚬꽌뚬'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책방지기 5분입니다.

 

'딴뚬꽌뚬' 추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나무심는사람

참 읽기에 가슴 아픈 책입니다.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에서, 우리는 자기네 문화를 지켜가며 자기네 땅에서 역사를 이어 가던 북미 원주민들이 압도적인 무력과 발전된 국가체계를 갖춘 세력에게 밀려 비참하게 패퇴해 가는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그것도 무려 680여 페이지에 걸쳐서 말이지요. 그런 운명을 맞이해야 할 마땅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로 북미 원주민들은 미국 군인들의 총칼에 내몰려 고향에서 쫓겨나고, 가족을 잃게 됩니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선진'문명의 시스템들이 '원시적인' 삶을 살던 원주민들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파괴했는지 보여줍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여기서 문명의 발달이라는 것이 과연 우리를 야만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회의를 느끼게 될 것 같네요.

어렸을 적 이 책을 읽었을 때 저는 미국이 언젠가는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역사적 범죄에 대해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고 나서, 북미원주민들이 겪은 일은 역사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르시아제국은 바빌로니아를 지배했고, 마케도니아인들은 그리스인들을 정복했으며, 신라는 가야를 멸망시켰고 로마인들은 카르타고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몽골인들은 서하족들을 말 그대로 멸종시키기까지 했죠. 북미 원주민들 중에도 약한 부족을 공격해서 복속시킨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그저 인류 역사에서 민족들과 국가들이 반복해 온 약육강식 사례 중 하나를 다룬 책에 불과할까요? 미국인들의 북미대륙 정복에 특별히 더 분노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진보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발전된 정치, 더 진보된 과학기술, 더 높은 수준의 철학을 가진 자들이라고 스스로를 의식했던 백인들이었지만, 그러한 것들이 그들을 고대인이나 중세인보다 우월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했지요.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반성할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미대륙에서 원주민과 백인들의 충돌은 문명발전의 수준차이가 현격한 두 문화가 마주친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입니다. 그 발전된 문명이 백인들의 야만성을 극복하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야만성을 발휘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이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가 보여주는 고통스러운 교훈입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북미 원주민의 역사를 읽으면서, 인류의 진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각자 고민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책방 시방' 추천 : 『바늘과 가죽의 시詩』, 구병모 저, 현대문학

이 소설은 그림 형제의 동화 『구두장이 요정』에서 기원한 이야기입니다. 구두처럼 닳아 없어지는 인간의 삶을 재료로 존재의 영원한 삶을 시처럼 풀어냈습니다.

널리 알려진 『구두장이 요정』을 요약하면, 가난하지만 성실한 구두장이를 대신해 값비싼 구두를 만들어준 벌거벗은 요정들 덕분에 구두장이 부부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옷과 신발을 지어주고, 선물을 받은 요정들은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바늘과 가죽의 시詩』에는 제화 공방을 운영하는 구두장인 안, 안의 형제이자 인간세계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미아, 현대무용가이자 미아의 예비 신랑 유진, 안의 수강생인 시인과 오래전 안과 마음을 나누었던 시인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이야기에 한 땀 한 땀 정성껏 수를 놓습니다.

『구두장이 요정』에서 사라졌던 두 요정이 안과 미아라는 존재로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 『바늘과 가죽의 시詩』. 유한함과 무한함의 대조는 그의 접점인 '비로소 생의 아름다운 순간 찰나'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바늘이 가죽을 잇듯 촘촘한 문장의 연결이 시적인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켰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는 발에 꼭 맞는 구두를 신은 것처럼 책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만듭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추천;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키효북스, 김현영,홍석남(두잇부부)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어’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기부, 나눔, 봉사라는 단어는 친해지기 참 어려운 말들입니다. 무거운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필요할 것 같기에 우리도 모르게 자꾸만 멀어집니다.

그런데 여기, 봉사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바꾼 한 부부가 있습니다. 화려한 신혼여행 대신에 355일의 신혼 봉사를 택한 두잇부부(김현영·홍석남)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하쿠나 마타타 후원금 프로젝트를 만들어 아프리카에서 화장실을 짓고, 쓰레기를 갖고 노는 아이들을 보고 ‘크리에이티브 장남감 대회’를 열어 진짜 장남감으로 바꿔주기도 했고, 넘치는 끼와 재능을 살려 아프리카에서 한국어와 태권도를 알렸습니다.

고산병으로 쓰러져 산소마스크를 써도 그들의 유쾌한 봉사는 멈추지 않았죠. 유튜브 누적 조회수 520만! 화제와 감동을 몰고 다니는 두잇부부의 1년간의 신혼 봉사기가 더 궁금하다면 『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책을 추천합니다.

 

 

'마쉬 책방' 추천; 『꼬마곰과 달』, 매슈버제스 글, 카티아친 그림, 김세실 옮김, 봄의 정원

소중한 것(사람)을 잃어버린 순간 나를 위로할 방법을 알고 있나요? 상실의 순간을 다정하게 다독이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드립니다. 그림책의 꼬마 곰은 어느 날 나타난 빨간 풍선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꼬마 곰은 빨간 풍선과 함께 걷고 춤추고 주위를 구경시켜주며 내내 함께 지냅니다. 꼬마 곰은 풍선과의 시간이 행복에 겨워 꼭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그 순간 펑...... 그리고 ......조각조각......함께한 시간이, 즐겁고 또 애쓴 마음이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풍선과 만나고 산산조각나고 이별하고 아파했을까요?

상실의 마음에는 자주 "나 때문에"라는 자책감이 따라다닙니다. 아프고 괴로운 꼬마 곰에게 위로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위로입니다. 상실을 위로해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고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혹시 어떤 풍선을(사람, 물건, 노력,...) 잃어버리고 아파하고 있나요? 목탄과 물감 그리고 다양한 꼴라주를 사용해 꼬마 곰의 사랑스런 표정과 쓸쓸한 모습, 정말 풍선이 날아다니는 듯 가벼운 느낌까지 카티아 친 작가님의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주위를 다독여주세요. 위로가 되어주세요.

 

 

'서점안착' 추천 ;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글/그림 (푸른숲)

<나의 비거니즘 만화>는 트위터에서 비건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때 쓰는 해시태그 “#나의_비거니즘_일기”에서 제목을 따온 비건에 의한 비거니즘 만화책입니다.

비건 지향의 삶을 사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다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비거니즘을 지향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이유일 거 같습니다. 반려견과 삶을 같이 하는 저 또한 그런 시작이었고요. 하지만, 주인공은 특별히 동물을 사랑하지도 그들의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반려동물에게도 유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지만, 우연히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소와 눈이 마주친 후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동물이 부재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동물의 죽음에 대해 더는 무뎌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작가는 ‘아멜리’라는 ‘나’를 통해 비건의 일상부터 비거니즘으로 바라본 세상, 농장 동물의 삶, 공장식 축산 문제를 다루며 동물과 새롭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도구들을 담고 있습니다.

채식과 동물권에 관심이 있어도 귀찮고 불편해서 받아들이지 않던 사람들에게 물론 추천하지만, 웹툰에서 출발한 책답게 모든 챕터가 귀여운 만화로 되어 있어 비거니즘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비거니즘은 삶을 가두는 태도가 아니라 나의 세계를 보다 평화적으로 넓히는 ‘삶의 방향’이거든요.”라는 작가의 말에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인간인 동물, 나와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을 담아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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