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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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사회
  • 안태엽
  • 승인 2021.07.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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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자유기고가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를 개설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어머니들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겨나가도 감각이 없다. 수술을 하기 위해 큰 주사를 찔러 넣어도 통증을 모르는 특이한 병이다. 문제는 아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통증은 우리 몸을 위협하는 무엇인지 알게하나 이 병은 위험이 닥쳐도 모르고 있으니 무섭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재벌기업 가족들이 직원들에게 언어폭력은 물론이고 신체적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보도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상식과 부끄러움이 마비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하는 대상은 일부 몰지각한 기업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 3명 중 1명이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근로기준법이 새롭게 개정돼도 좀처럼 갑질의 괴롭힘은 없어지지 않고, 노동자들의 당혹스런 안전사고도 줄을 잇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의 민낯이다.

그 뿐인가. 자기 생명을 구하러 간 119 구조대원을 폭행하고,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새롭지 않다. 양복 입은 신사가 외제차를 타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쓰레기봉투를 무단으로 버리는 장면이 CCTV로 공개된다. 우리 한국사회의 숨길 수 없는 오늘의 한 단면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해도 이웃의 어려움은 생각지 않고 대면 예배는 종교의 자유라며 외치는 이들, 법의 이름으로 기술을 부리거나 ‘빽’을 믿고 자신과 집단 사익을 추구하는 이들, 체육계 뿐 아니라 군기를 생명으로 하는 군부 장성까지 만연된 성희롱, 성추행. 나라를 지켜야 할 공직자가 나라 곳간에 손을 대는 양심불량의 전과자들, 공공의 이름으로 기득권을 독점하려는 이들,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 사실을 왜곡하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이들.

정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향을 잃어 오늘 우리 사회 윤리 기강을 중증 환자로 만드는 것 은 아닐까?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생각의 주인은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양심에 따라 다를 때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톨스토이는 “비천함은 신분에 의해서 비천한 것이 아니라 행위에서 비천해지고 고귀함은 신분에 의해서 고귀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서 고귀해진다.”고 말했다.

우리는 눈앞에 손익계산만 보면 큰 틀의 사회라는 대차대조표를 못 본다. 서로의 이익만 추구해 사회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정신적, 물질적 많은 부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자기만 알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마치 감각이 없는 ‘무통각증 및 무한증’ 환자와 같다. 의사도 약으로 치료하기 어려울 때는 주사를 놓는다. 주사로도 안 될 때는 수술을 해야한다.

그래도 아직 수술이 필요치 않을 때 원칙을 지키며 바로 살아간다면 사회의 무통각증 및 무한 병도 고칠 수 있다고 본다. 때와 장소에 맞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며 타인에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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