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사회와 공동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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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회와 공동체 지원
  • 임승관
  • 승인 2021.08.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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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임승관 /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이는 어디보다 근대 산업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모든 사회 조직과 구성원도 산업사회 속성을 철학적으로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산업사회에서는 인간 본성을 ‘사회적 존재 욕구’ 보다 ‘물질적 소유 욕구’를 더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승리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선이며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승리한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치열한 경쟁을 견디는 동기로 활용했다. 나보다 약하거나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멸시와 갑질을 하며 낮은 자존감을 잊었다. 산업사회에서 추구하는 ‘소유 욕구’로 인한 경제적 부와 물질적 축적 정도가 사회적 신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는 신자유주의로 더욱 강화되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고,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그 기회조차 없어 벌어지는 양극화는 대물림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이 양극화를 줄이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불공정으로 보았다. 소득 분배나 복지 지원이 오히려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노력과 책임감을 저해한다는 논리와 함께 무임승차로 여겼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인간관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는, 혹은 타자와의 공감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경제적 동물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면서 인간이 지닌 도 다른 타자에 대한 공감과 같은 본성은 애써 무시되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 인간의 욕구도 변화한다. 중화학 공업에서 정보와 지식산업으로 경제 중심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산업사회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대 사회는 ‘지식’이 성장 동력이고 자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자본은 개인적 소유나 축적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지식을 타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지식은 서로 공유할 때 기존과 다른 창조적 지식으로 탄생하며 나눌수록 확대되고 서로 받아들일 수 록 새로워진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의 창조적인 교감이 중요한 이유다.

사람의 역량을 단지 생산에 투입하는 자원으로 보던 산업사회에서 인간관으로는 현대 지식사회를 살 수 없다. 지식사회에서 생산성 향상은 사람 간 공동체적 유대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이 추구하던 욕구가 물질적 소유에서 사회적 존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존재 욕구는 타자와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어울리고 싶고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하고 싶은 욕구다. 사회적 존재 욕구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 생활문화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충족되고 있는데 자신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 보다 공헌과 기여로 인정받는 것이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학자 ‘진노 나오히코’는 이 공동체를 ‘사회 시스템’이라고 한다.

‘진노 나오히코’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공동체적인 유대감을 키워 지식 자본을 풍부하게 하는 사회시스템의 유지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정치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효과적인 재정 투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동체적 유대감으로 충족되는 시민들의 사회적 욕구는 정부의 공공 서비스적인 복지로 해결되지 않고, 또 다른 이유는 지역공동체, ngo와 같은 사회시스템은 시민에게 공공사업을 제공할 만한 재정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적 소통과 합의 구조를 갖춘 안정적인 사회시스템에 재정을 투입할 경우 시민들은 지식과 경험을 서로 주고받는 인간적 유대감을 키우며 사회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구성원 간의 신뢰를 넓히고 공동체적 가치, 시민의식 향상과 함께 사회적 자본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우리 정치 시스템은 재정을 동원해 다양하고 다층적인 교육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공하였다. 이렇게 키워진 개인의 지적 능력은 가족과 지역 공동체와 같은 사회 시스템과 함께 만나 성장해야 비로소 시민들의 사회적 욕구를 해결로 이어진다. 현대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욕구는 공공 교육 서비스를 받을 때 보다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루었을 때 비로소 충족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필요한 제도 논의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지만 우선 적은 예산과 안전한 사업 범위를 한정하여 시작할 수 있다. 생활문화 공동체와 민간 문화 공간 사업 분야가 적합하다. 시범 사업으로 실시하고 그 운영 주체들과 수평적 동반 관계로 지역 현실에 맞게 제도를 수정 보완하며 점차 완성할 수 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재정 투입으로 기대하는 또 다른 효과는 심각한 자살률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7로 OECD 평균에 2배 이상이고 자살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는 자살의 주요 원인은 고독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고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끈 산업 문명은 이제 그 역할을 다하고 구질서가 되어 밀려나고 있다. 획일적 집단주의에서 이루어진 지배와 복종 문화는 연대와 협동으로,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소유 문화는 나눔과 기여를 통한 공유 문화로, 시기와 질투로 승리하는 경쟁은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 성장하는 협동이 국가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시스템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한 과거 산업사회 지원 방식을 넘어 현대 지식사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인천광역시에 용기 있는 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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