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 '동일방직'의 활용 -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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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 '동일방직'의 활용 -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1.08.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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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방직의 노동·문화유산 보존 및 역사 활성화 방안 토론회’ 12일 열려

 

산업도시, 노동의 도시인 인천에 대표적 산업유산인 동구 만석동 동일방직의 공간을 활용하여 도시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이 적극 모색돼야 할 것으로 제기됐다.

이를 위해 산업유산 관련 인문학 강좌, 탐방 프로그램, 산업유산 활용 아이디어 발굴·시범운용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의 공감대 및 공론화가 확대되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동일방직의 노동·문화유산 보존 및 역사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동일방직 보존을 위한 모임’ 주최로 12일 오후 인천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지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영화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동일방직 주변의 구역관리와 지역특화방안’, ‘인천 산업유산의 문화적 활용방안: 동일방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에는 기윤환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안정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신은기 인천대 건축학과 교수, 조성혜 인천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남궁현 인천시의회 자치분권특별위원장이 참여했다. 좌장으로 이민우 부평지속발전협의회 상임대표가 참석했다.

 

인천 동구 만석동 동일방직 터
인천 동구 만석동 동일방직 터

 

최영화 연구위원은 발제에서 동일방직 부지 내에는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다양한 근현대 건축양식을 관찰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 있어 인천 근현대 건축역사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짚었다.

그러나 인천에 소재한 주요 산업유산은 사유지에 해당하여 적극적·구체적 활용방안 마련에 제약이 있음을 전제하는 한편, 인천의 산업유산을 지역의 미래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동일방직의 문화적 활용을 위해서도 예산 및 법률적 검토를 통해 건물매입, 장기임대, 소유자와의 협약 등 소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동일방직의 전신인 동양방적은 1930년대 군수공장으로 설립되어 식민지 조선 여성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한 수탈의 현장이며, 한국 최초의 노동운동 소설이자 식민지 근대 리얼리즘 문학으로 평가되는 강경애 작가의 ‘인간문제’는 동양방적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방적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1970년대도 여성 노동운동의 산실로 두각을 드러내 2001년에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음을 확인했다.

그는 동일방직의 문화적 활용을 위한 방안으로 △동일방직 보전 및 지원근거 마련(인천 노동산업박물관 건립 추진) △지역가치 창조·확산(아카이빙 프로그램 기획, 산업유산 연계 문화참여 프로그램 기획) △민관협치 구축을 들었다.

이와관련해 먼저 국내 타 산업도시에서 산업박물관과 노동박물관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반해 산업도시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인천에는 산업과 노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시설이 전무하다고 지적하고, 동일방직을 활용한 노동산업박물관 건립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관협치를 위해서는 ‘동일방직 재생 민·관 추진협의체를 구성, 회사측을 포함한 여러 주체간 사전협의 과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무 T/F를 구성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인천시 건축계획과와 도시계획과, 문화유산과의 참여가 필요하고 동구 건축과 및 문화예술과/관광진흥과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짚었다.

또 부지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동일방직 부지매입 시 예산부담이 크므로 일부 매입, 일부 기부채납, 일부 사회공헌 등 사업비를 줄이면서 기업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동일방직 인천공장이 오랜 기간 방치되어왔으며, 과거 일본이 남기고 간 재산을 해방 이후 적산불하 받아 운영하며 성장한 만큼, 역사적 의미를 고려하여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부지 일부를 기부하거나 재생사업에 참여하는 등 기업가치의 제고 방안을 제시하며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지현 연구위원은 동일방직 주변의 구역관리에 대해 발제하며 ’특별건축구역‘과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근대산업과 노동경관을 살릴 수 있는 구역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근대산업유산의 특성을 발현할 수 있는 창의적 구역 설계와 명확한 목적에 맞는 규제완화 등을 강조했다. 또 일제강점기 형성 유산, 사건, 인물 등의 통합적 아카이빙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동일방직 주변 지역특화 방안으로 △경제성에 민감한 항만, 철도변 산업유산의 보존대책 마련 △항만청-철도청과의 협력적 거버넌스 △동일방직 주변의 이해관계자가 연합된 지역매니지먼트 △역사적 경관과 노동가치를 살릴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 특화 △항만과 역사자산, 새로운 재생의 새로운 경관축, 파노라마 형성 △편의시설이 부족한 현황에 적합한 지역수요에 맞는 복합시설 활용을 꼽았다.

동일방직 주변의 산업유산 - 군수산업의 증거@남지현
동일방직 주변의 산업유산 - 군수산업의 증거@남지현

 

종합토론에서 기윤환 위원은 동일방직의 문화적 활용을 위해 건물 매입, 장기 임대, 소유자와의 협약 등 소유권 문제의 현실적 방안이 우선되야 하는 것이 기본적 과제이자 최대의 난관이라 할 수 있다고 짚였다.

그는 동일방직의 역사적 가치, 건축적 가치, 지역성 상징성 등을 위해 일부 부지에 대한 특혜성 도시개발사업적 접근보다는 장기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운영적 측면과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사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소유권자와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윤 학예연구사는 “인천은 개항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근대 노동이 시작된 곳이면서 산업화와 미래산업까지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도시 에너지가 생성되는 ’노동자의 도시‘ 라며 이런 곳에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박물관‘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일방직의 존치, 활용의 문제는 일제 수탈의 역사, 항만의 역사, 산업의 역사, 노동의 역사, 민주주의의 역사 등 셀 수 없는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기 교수는 건축자산의 보존과 활용은 각 도시가 갖고 있는 과거뿐 아니라 그 정체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도시의 매력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보존의 방향도 오늘 현재를 사는 사람들 사이의 합의와 공감이 필요한데, 이 건물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 즉 소유주와 이 단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 모두를 의미한다며 이러한 공감의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홍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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