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산선과 영등포산선,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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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산선과 영등포산선, 두 도시 이야기
  • 김영철
  • 승인 2021.08.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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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3) 김영철 / 목사, 인천산선존치대책위 실행위원
영등포산선 건물 앞 표지석

산선은 도시산업선교회의 약칭이다. 대표적인 도시산업선교회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인천산선이고 다른 하나는 영등포산선이다. 인천산선은 교단적으로 감리교 소속이고 영등포산선은 예장통합측 소속이다. 필자는 인천지역에서 기독청년운동을 하던 80년대에는 인천산선과 연관을 맺었고, 목회자가 된 뒤인 90년대에는 우리 교단 소속인 영등포산선과 연관해서 활동을 했다. 어쩌다 보니 두 산선과 공히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한 명의 기독교 신자로서 그리고 목회자 입장에서 보기에 산선은 한국교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한국교회는 급속성장과 대형교회를 자랑하지만 실제로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산선이다.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부분의 교회들이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에 대해 외면할 때 산선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기지로서 역할을 했다. 마치 나치 제3제국 아래에서 대부분의 독일교회들이 히틀러의 정책을 지지할 때에 신학자 본회퍼를 중심으로 한 고백교회만이 ‘아니오’(Nein)라고 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산선은 군사정부 아래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인 “도시산업선교회가 오면 회사가 도산한다”는 악의적 선전과 더불어 산업선교 관계자들에 대한 투옥과 탄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산선을 지키고 확대하는 운동도 계속해서 전개되었다. 필자는 1989년에 서구 석남동에 고백교회라는 민중교회를 세우고 노동자선교와 지역주민 선교활동을 했다. 민중교회운동은 이러한 산업선교운동을 지역화하고 교회라는 형태로 일반화하는 운동이었다. 당시 인천에는 이러한 민중교회들이 15개 교회, 전국적으로 공단과 빈민지역에 100여 개 교회가 있었다.

이제 다시 두 산선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두 산선은 공히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기지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의 처지는 너무나 다르다. 잘 알다시피 인천산선은 현재 화수, 화평동의 재개발 계획 아래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 영등포산선은 2010년 예장통합 95회 총회에서 산업선교회 발상지로서 한국기독교사적 제8호로 지정되었다.

당시 이를 요청한 역사위원회 보고서에는 “산업선교의 건물은 1979년에 지어져 30여년 밖에 되지 않았고 건축 양식상의 특이한 점은 없으나 당시 시대적으로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 산업사회 선교에 헌신했던 무형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고 대사회적으로도 민주화운동 기념사적지로 지정되는 등 동 선교회의 활동과 역사를 공식인정하였기에 산업선교 발상지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한국기독교사적으로 지정한다면 현대사 속의 본 교단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사적으로서의 발전적 이유가 충분하므로 부족한 역사전시 시설을 지원하기로 하고 총회에 사적지 지정을 청원하기로 하다.”라고 적혀있다. 인천산선도 지역과 교단만 바꾸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1958년에 설립되어 2021년 창립 63주년을 맞은 영등포산업선교회 건물
1958년에 설립되어 2021년 창립 63주년을 맞은 영등포산업선교회 건물

두 산선 이야기는 이제 두 도시 이야기로 확대된다. 두 산선이 위치한 인천과 서울 이야기이다. 인천산선의 산업선교 발상지로서 근대문화유산 지정이나 존치에 대한 인천 교계와 시민대책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나 관할 동구청은 기존 재개발 계획을 통과시키고 존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대구가 없다. 한데 영등포산선이 위치한 영등포구청은 서울시와의 협력 아래 영등포산선의 영등포노동복합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기본계획서에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의 ‘기념’을 넘어 현실에서의 구현을 위한 영등포구의 노동복지정책의 거점공간이고, 중앙정부 및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존중사회’의 상징적 랜드마크로서 각계각층의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한다”라고 적혀있다. 이를 위해 구 예산 10억 원을 지원하고 자체 예산 5억 원과 매칭펀드로 하여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같은 산선을 두고 두 도시는 너무나 다른 조치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금요일 도시재개발 전문가와 함께 인천산선 존치의 구체적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실 시민대책위에서는 인천산선 존치에 초점을 두고자 가급적 재개발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그런데 재개발사업 자체에 있어서도 시행사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발견되었다. 화수.화평동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비율은 불과 5%에 지나지 않았다. 임대주택 비율은 법적 권고사항으로 비율을 지정해 두고 지자체 조례로 이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기본법에 임대주택 비율이 15%로 규정되어 있을 때 서울시는 조례로 15%로 지정했다.

근자에 중앙정부는 임대주택 확대를 위해 20%로 올렸다. 서울시는 이를 따르려 했지만 시정부가 바뀌면서 현행 15%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시 조례는 5%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화수.화평동 재개발 사업자도 조례에 따랐으니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주택 토지 비용도 훨씬 싼 인천은 임대주택비율이 5%인데, 훨씬 비싼 서울은 15%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두 산선 이야기를 하다 인천 기독교의 자존심을 상했다면, 두 도시 이야기를 하다 인천 시민의 자존심이 상하게 된 느낌이다. 인천산선의 존치를 통해 인천이 노동존중도시, 문화유산보전에 가치를 두는 문화존중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김영철 목사
김영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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