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예술인쇄소로 거듭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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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예술인쇄소로 거듭났어요"
  • 강영희
  • 승인 2021.08.1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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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4) 인천 빈티지 인쇄소, 아트테이블 Art+Able=artable
연한 하늘색 벽과 연분홍 기와지붕의 아트테이블@
골목안 쉼터 '오아시스' 간판

 

골목에서 만난 분홍 기와집

미추홀구청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빵가게와 핸드폰 가게 사이 낮은 언덕을 올라가니 범패박물관이 보이고, 그 옆에 연한 하늘색 페이트가 칠해진 벽채와 연한 분홍빛 페인트가 칠해진 낮은 기와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무채색 골목 안에 어린이 놀이방에서나 본듯한 색감이 독특하다 싶어 사진을 찍다보니 한 어르신이 다가와 여기는 뭐 하는 곳이냐? 시에서 하는거냐? 묻는다. 잘은 모르지만 시와 구에서 도와주고 개인이 하는 예술공방이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보시더니 총총히 언덕길을 내려가신다.

아마도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파스텔톤 페인트에 깔끔하고 넓직한 마당, 나무그늘에 벤치까지 있으면서 담도 없이 마당이 열린 이 집이 꽤 흥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인듯 했다. 

 

오래된 모양에 새로 칠한 페인트 색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아트테이블 외관@
오래된 모양에 새로 칠한 페인트 색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아트테이블 외관@
낡고 오래된 집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밝은 분홍색으로 단장했다@
낡고 오래된 집의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밝은 분홍색으로 단장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플러스프레스 대표인 이영지씨는 인천 서구에서 나고 자랐다. 빈티지 인쇄소를 운영하며 디자인 스튜디오, 인쇄교육등을 통해 직접 그린 디자인으로 청첩장, 명함 등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으로 키워가던 그는 '리소그래피'를 배우려 서울공방으로 다니다가 인천에도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마침 포화상태에 이른 작업실 이사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2019년 인천시의 '빈집활용프로젝트' 를 알게 되었고,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가진 인쇄기기와 디자인, 교육활동을 확장해 지원했다. 빈집활용프로젝트는 마을의 빈 집을 개인에게 활용하도록 내어주는 것이었는데 그는 ‘인천 빈티지 인쇄’라는 기획으로 공모에 참여했다. 

최종 선정과정에서 시민참여자들의 큰 호응으로 선정되고 그리고 5-6개월 간의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공간정비를 위한 것 부터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등에 대한 것들을 배웠고,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활동하고자 애쓰고 있다. 

 

직접 그린 아트테이블 모습@아트테이블 블로그 

 

그 빈집

처음 보러왔던 숭의동의 이 집(미추홀구 독정이로100번길 19)은 을씨년스러운 오래된 빈집 그 자체였다. 나중에 주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할머니께서 사시다가 돌아가셔서 빈 집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을 LH에서 구입해 빈집 프로젝트로 활용하게 된 것으로 적지 않은 워크숍을 위해 공간을 마련했지만 시공사가 제대로 작업하지 않고 사라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오래된 옛 집, 작은 방들의 벽을 트고, 벽채와 지붕, 천정 등을 보수하고 벽지와 페인팅과 조명까지 했지만 기본적인 방수도 되지 않았고, 방범창 하나 제대로 되지 못했다. 다행히 구청이 도와줘 방수문제를 해결하고 겨우겨우 공간정비를 마쳤다. 우울하고 무섭기까지 했던 집의 이미지를 밝고 생동감 있게 바꾸기 위해 분홍색으로 지붕을 칠하고, 넓은 유리창에는 직접 디자인한 그림으로 시트지 시공을 했다.

넉넉한 마당 나무아래에는 어르신들이 오셔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며 의도치 않게 핑크핑크 한 실내의 풍경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리소그래피 잉크들(26색 보유)@
인쇄기계들이 어떤 프린팅을 내 놓을지 궁금하다@
지클레프린팅 작업물과 설명서@
실크스크린 작업 활동을 기록한 템플릿@
실크스크린 작업 활동을 기록한 템플릿@

 

인쇄와 그림, 인천 빈티지 인쇄소

빈티지 인쇄소로 실크스크린리소그래피(디지털 공판화)’, ‘레터프레스(볼록판화방식, 명함 카드 엽서 클래스 운영 및 제작)’. ‘지클레프린트등의 인쇄를 한다.

이런 인쇄기법을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교육하고, 예술품 제작이나 생활용품에 활용 등 지역의 예술인프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겼고, 쉽게 접할 수 없어 그 다양한 활용에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넘치고 있다.

생활 속 디자인 저변 확장을 위한 일반인 대상 워크숍에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2021천개의 문화 오아시스'에도 선정되어 인천의 섬을 주제로 한 여행일러스트와 아트상품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예술가 파견 지원사업_예술로'의 일환으로 숭의동 소리지도 만들기’, 인천청년 예비협동조합 파랑새를 만들어 청년마음챙김디톡스클럽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트테이블 예술프로그램@아트테이블 제공
문화오아시스 프로그램@아트테이블 제공
아트테이블 예술프로그램@아트테이블 제공
청년 마음챙김 디톡스 클럽@아트테이블 제공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함께 하실꺼죠?

이영지 대표는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림과 인쇄'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접하게 하고, 생활 속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인천의 예술인프라로 자리잡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장의 운영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을 해야하고, 감염병으로 만나며 이야기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 좋은 공간을 마련하는데 큰 지지를 해준 시민들, 아직 이 공간을 모르는 시민들이 심심하거나 삶에 지쳐 우울할때 찾아가 수다도 떨고 함께 그림 그리며 행복을 다시 찾아가길 바란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림을 좋아하거나 잘 몰라도 자신만의 취미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꼭 한번 들러주면 좋겠다. 배우고 싶은 것들을 다양한 수업들을 통해 함께 배우고 즐기는 공간으로 시민들과 함께 꾸려가고자 한다.
 

인천청년협동조합 '파랑새' @아트테이블
워크숍 결과물@
아트테이블 내부 공간@
워크숍 결과물@
실크스크린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에코백@

 

지구를 살리는 예술

아트테이블은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이 있어 공모전도 진행하고, 한국 멸종위기동물을 위한 프로젝트에도 동참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청년공간 유유기지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시민들과 원데이 클래스 에코백 만들기도 진행했는데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직접 만들면 애착이 생겨 오래오래 사용하도록 하는 제안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코로나에 막혀있다. 누구나 그렇듯 하루빨리 감염병이 끝나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공모전도 진행했다@아트테이블 블로그
아트테이블 예술프로그램@아트테이블 제공
우주인 프로젝트@아트테이블 제공
이영지씨 작업들@
워크숍 결과물@
이영지씨 작업들@
이영지씨 작업물 - 한국 멸종위기동물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이 대면 2명, 비대면 2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진행되던 활동들이 축소되며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 공간을 연 곳들이 적지 않다. 곧 끝나리라는 예상 하에 문을 열었으리라.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코로나로  손발이 묶인 느낌이다.

이제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공간 유지를 위해 고분분투 하고 있는 청년을 만났다. 공간이 주어졌다고 저절로 유지되지 않을뿐더러 혼자 꾸려가기란 더더욱 어렵다. 사람들이 만나고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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