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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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모습
  • 안태엽
  • 승인 2021.08.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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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자유기고가
메두사 호의 뗏목 / 테오도르 제리코/ 1819년 / 루브르 박물관 소장
메두사 호의 뗏목 / 테오도르 제리코/ 1819년 / 루브르 박물관 소장

 

메두사호는 프랑스 해군 군함이다. 1816년 영국과의 식민지 기지 쟁탈을 놓고 경쟁하면서 세네갈로 함대 메두사호를 파견했다. 배에는 군인들 외에 식민지를 개척하고 이곳에 정착할 사람들과 노동자들까지 400여 명을 태웠다.

그러나 메두사호는 항해 중 난파됐다. 군인들은 구명정과 뗏목을 밧줄로 연결하였다. 결국 구명정에 탄, 가진 자들은 살아남았지만 뗏목에 탄 가난한 사람들 200명은 살기위해 몸부림치다 10명만이 살아남고 모두 죽어갔다. 총독과 그의 가족이 탄 구명정의 정원은 50명이었지만 35명이 탔다. 그 구 명정은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 하지 않았고 살려달라는 사람들의 아우성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구명정이 뗏목을 예인하면서 가려는 의도였지만 어느 순간 밧줄이 끊어졌다. 구명정은 자신들만 살기 위해 뗏목 사람들이 구명정으로 넘어올 것을 우려해 밧줄을 끊은 것이다. 결국 뗏목의 사람들은 소수만 살아남았고 생존자 대부분이 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서로 죽이고 인육까지 먹었기 때문이다. 배에 위험이 닥치면 뗏목과 구명정이라는 두 세계로 갈라진다. 메두사호의 비극은 오늘날 우리의 삶의 과정에서도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필자는 매스컴을 통해 L.H 사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며 2015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를 보는 것 같았다. 온 나라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일파만파로 퍼져 그들의 행각이 속속 드러났다. 없는 자뿐 아니라 온 국민은 경악을 했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것 같은 분한 마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주인이 집 잘 보라며 맡기고 나갔는데 머슴은 거드름을 피우며 주인 행세를 하고 그 집 물건이 자기 것 인양 위세를 부리며 마음대로 하는 모습에 배신감마저 들었다. 나라를 지키고 관리해야 할 공직자가 나라의 곳간에 손을 대고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도둑질을 일삼았다. 이들은 반성은커녕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식으로 내로남불로 변명했다. 이제는 국민들도 지쳤다. 공직자들의 불공정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가, 부패는 패망에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식물을 취하는 반면 일하지 않고 거저 가지려는 불로소득이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주었고, 땀과 노동의 가치가 천대를 받으며 가난한 자를 무능력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회로 전락했다.

불로소득은 남이 일해 놓은 것을 빼앗는 것이고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많은 졸부들이 생산되었고 부조리로 인해 눈먼 돈들이 흘러나온 것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이런 돈들은 자기 돈이 아니며 그 돈으로 자녀들이 공부하는 것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다니는 모습에, 가난한 자들을 신세타령 하게 만드는 것도 죄다. 부자가 된 것에 정당성이 없기에 졸부들은 과시욕으로 돈을 쓴다. 물질은 노동을 통해서 와야 인격과 인간이 성숙해진다. 불로소득으로 번 돈은 동기도 없고 성취도 없어 삶을 알 수가 없다.

오늘날에도 경주 최 부잣집이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자기 자랑을 삼가하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했다. 내로남불은 이들이 볼 때 소인배들의 전형으로 볼 것이다. 이들은 선행과 정직함으로 이웃과 함께했고 과정을 중시하며 성취하였기에 부자로서의 책임을 지울 줄 알았다. 또한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며 자신이 쌓아놓은 를 국가에 희사하는 선비들이었다.

경주 최부자집 육훈
경주 최부자집 육훈

경주 최 부잣집의 육 훈은 이러했다.

1. 과거시험을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진사는 가장 낮은 벼슬이다.)

2.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3. 주변 100 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4.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이 시기가 지나면 헐값에 빼앗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5.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굶어 죽을 위기에 처에 있는 사람이 있을 때는 곳간을 다 열어 있는 곡식 을 다 나누어주어라.

6.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이웃을 위해 가졌어도 없는 자처럼 살며, 배려할 줄 아는 겸손한 부자들이었다. 내로남불의 무늬만 공직자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에게 드려지는 공직자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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