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산선, 노동·인권·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상태바
인천산선, 노동·인권·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1.08.20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열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의 역사적 가치는 관습적 공장 전도에서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돕는 ‘산업선교’로 가장 먼저 전환하고, 또 가장 먼저 민주노조 조직에 착수하였으며, 가장 먼저 여성이 주체가 된 노동조합을 탄생시킨데 있다는 학술연구가 발표됐다.

인천산선은 또 나아가 노동권이 극심히 제한되던 수출공업단지에 가장 먼저 노조를 조직해냈으며, 동일방직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결하는 공동투쟁의 장을 만들어내 우리 사회를 진보로 이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으로 연구·발표됐다.

‘한국현대사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60주년 기념 1차 학술심포지엄이 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와 중부연회 주최로 남동구 만수동 중부연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1부에서 손승호 명지대 객원교수(한국기독교연사문화재단 사무국장)가 ‘한국기독교 인권운동사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하고 김상덕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이 논찬했다. 2부는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이 ‘한국민주화운동사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갖는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하고 황병주 역사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이 논찬했다. 3부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이 ‘인천도시산업선교의 역사·문화유산적 가치와 제도적 보전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가 논찬했다.

손 교수는 발제에서 1961년 초창기 인천산선의 산업 전도는 목회자와 월남한 기독인 고용주가 노동자를 수동적 대상으로 하여 '교세확장과 근면한 크리스챤 노동자 만들기'라는 상호 협력의 성격이 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산업선교 교육을 받은 오글 목사가 1961년 9월 합류하면서 노동 현장과 노동자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했다.

오글은 산업전도를 지원하는 목회자들이 공장에서 직접 노동을 하도록 해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현실을 파악하도록 했다. 인천산선 1대 총무인 조승혁 목사는 대성목재에서 노동하는 동안 고통과 참회를 경험하였고 그 결과 선교에 대한 비전을 그릴 수 있었다.

이들은 교회 내부적 문제에 부딪쳤다. ‘공장에서 몇 명을 전도했는 지’를 묻는 전통적, 관습적 신앙과 갈등하고 번민한 끝에 산업전도 기관 중 가장 먼저 이런 운동방향에 전환을 이뤄내 저임금, 안전하지 못한 노동조건, 이유없는 해고와 처벌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한국 노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시발점이었다.

1972년에는 노사문제나 조합원 훈련에서 배제되왔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활약하게 되었다. 이해 5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 전체를 장악했다. 한국 노동조합 역사상 최초로 회사측의 지원을 받는 남성을 물리치고 조합원의 지지를 받는 여성 지부장이 탄생했다. 자주성을 확보한 여성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인간으로서 긍지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손 교수는 인천산선의 또 하나의 역사적 가치로 한국의 인권 개념, 특히 기독교의 인권 개념에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포함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낸 점도 들었다. 교회권력이 정치적 영역에서는 탄압을 당하면서도 경제성장의 수혜로 중산층으로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노동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 인천산선이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어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록 편사연구관은 인천산선은 의미심장한 ‘기억의 장소’로 “1970~80년대 인천지역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고, 많은 활동가들의 안식처였으며, 지역주민들에게도 의료·교육·복지 등으로 쉴 수 있는 그루터기였다고 발표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주로 지식인, 학생 중심의 반독재 정치운동으로 역사화돼왔으나 이는 폭좁은 한 측면이고, 사실 민주주의는 차별받는 자, 배제된 자, 권리 밖에 놓인 자들을 가시화하고 주체화하며, 이들에게 정당한 몫을 배분할 수 있는 ‘사회적 정의’를 지향한다며 이런 면에서 인천산선을 되짚어 봐야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산선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으며 목회자와 실무진은 노동자들을 존귀한 인간으로 대우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빈민 등 주변화된, 비가시적 존재들을 드러내고 그들의 권리를 부각시킨 인천산선의 활동은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 역사를 간직한 화수동 미문의 일꾼교회(인천산선)는 민주주의 실천의 터전이라는 측면에서 ‘기억의 장소’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은 인천산선은 지난 60년간 지역사회와 낮은 곳으로 향해 한결같이 가난한 자에게 다가간 보편적인 인류애이지만 특수한 진실성을 가진다며 ‘가장 평범한 진리가 가장 위대한 진리’임을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황 소장은 또 인천산선을 ‘원 자리에 두는 것’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부각시키고 교회가 품고 있는 장소적 의미와 공간구조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교육현장이자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 국가 등록문화재만 아니라 시·도 등록문화재도 있음을 적시하고 인천산선도 우선적으로 인천시 등록문화재가 되야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