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B에게 주는 점수는 결국 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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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B에게 주는 점수는 결국 A다
  • 유은하
  • 승인 2011.06.21 16: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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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유은하 / 화도마리공부방


근래에 공부방 아이들이 연루된 폭력사건이 있었고 공부방에서 교사들의 현금이 없어지는 도난 사건이 있었다. 연루된 아이들 중에 특별히 마음을 주고 아끼는 아이가 있어서 내가 받은 충격과 실망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공부방 아이가 화재사고로 사망하였다. 가출청소년이었고 가족의 의뢰를 받아 공부방에서 보호하였다. 공부방과 가족과 친구들의 노력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집으로 들어간 지 이틀 만에 화재사고가 나서 다시는 그 아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회한이 탄식과 한숨 속에서 깊고 슬펐다.

사망한 아이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학교를 자퇴하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방황하는 아이였다. 기꺼이 그 아이를 받아들였다. 죽은 아이에 대한 마음의 빚과 방황하는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이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보내고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어 해서 지원금을 만들어서 미용학원도 등록시켰다. 용돈이나 차비가 부족하여 매달 제법 액수가 많은 장학금도 지원받게 하였다. 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기뻐하는 모습과 열심히 학원과 공부방을 다니면서 발랄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행복했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생들과 어울려 못난 짓을 하고 있었고 심각한 것은 습관적인 거짓말과 도벽이었다. 아이와 만난 세월이 짧아서인지 우리 애정이 부족해서인지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고 일상생활을 열심히 하자는 약속들은 하루도 못되어 지켜지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다.

여러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도 마땅한 답은 없었다. 도벽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일차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이의 보호자도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아이와 가족 모두 지속적인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결론이었다. 충격적인 방법으로는 경찰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것이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상담프로그램을 제시했고 성실하게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하루도 못 가서 참여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알려진 것만 4-5차례 다른 사람 지갑에 손을 댔다. 이제 이구동성으로 그 아이를 경찰에 고발하자고 한다. 나도 아이에게 고발하겠다고, 인연을 끊겠다고 했다. 아이는 너무나 덤덤한 표정으로 마음대로 하란다.

나는 지옥에 빠졌다.
 
우리는 언제나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 살고 있다.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좋다, 싫다, 마음에 든다, 비호감이다, 그의 이러저러한 점은 밥맛이다 등과 같이 자신의 감정이 나타난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나의 생각으로 '옳다, 그르다' 하면서 재단하기도 한다. 

도벽이 있고 우리가 제시하는 어떤 프로그램에도 응하지 않는 이유로 아이는 나에게서 감정적으로 팽개쳐졌다. "너는 도저히 어쩔 수 없구나, 너를 포기하겠다."

그런데 우리가 제시하는 방법이 아이에게 맞지 않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이도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물과 일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 한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같이 하는 일을 대할 때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 싫어. 안 할래." 하면서 손을 빼듯이 아이도 자기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 강제적인 프로그램에 싫다고 반항하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 우린 너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아이를 나무라고 괘씸해 한다. 아이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이 여유로울 때는 상대에 대해 한없이 포용적이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상대를 탓하고 비난만 한다. 참으로 내 인격은 여러 개다. 어떤 때는 고매한 인격을 드러내기도 하도, 짐승과 같은 마음을 쓰기도 한다. 악마일 때도 있으며, 천사일 때도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작품이 내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병이 있는 아이에게 도둑놈이라고 판단하고 손가락질하고 벌만 주려고 하고 있다. 언젠가 남편이 "나는 오늘 하루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이 메아리가 되어 들린다. 지금 나는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  아프다고 판단하는 것과 범죄자라고 판단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지옥에서 나와야 한다.

<A가  B에게 주는 점수는  B의 점수가 아니라  A의 점수이다>라는 말이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바로 내 마음의 수준이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해 "아! 그렇구나!" 하고 탄성을 올리게 될 때, 내 마음은 무르익어 갈 것이고  지옥에서 나올 것이다. 

A는 바로 나 자신이다. B는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고, 일이기도 하다. 나는 B에게 어떤 점수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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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AtwzJDV 2013-09-22 05: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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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8bxFXoXsM 2013-09-22 20: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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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4qxAie 2013-09-24 22: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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