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 ‘복돌이’가 가져온 변화
상태바
점박이물범 ‘복돌이’가 가져온 변화
  • 박정운
  • 승인 2021.08.27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령도 물범지킴이의 생태일기]
(5) 백령중고등학교 점박이물범탐구동아리 결성과 ‘점박이물범의 날’
-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점박이물범 '복돌이'(사진=해양환경공단)
점박이물범 '복돌이'(사진=해양환경공단)

 

지난 8월 25일은 5회 점박이물범의 날이었다. 그런 기념일도 있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은’ 모르는 기념일 일 것이다. 일반 달력이나 수첩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백령도의 청소년들이다. 8월 25일은 2016년 점박이물범 ‘복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날이다. 그리고 이 날을 기념하여 백령중고등학생들이 제정한 게 바로 ‘점박이물범의 날’이다.

백령도의 청소년들은 왜 이 날을 점박이물범의 날로 제정하고 기념하게 되었을까?

‘복돌이’는 2011년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구조되어 치료 관리를 받아오다가 2016년 백령도 하늬바다에 방류된 점박이물범 이다. 구조 당시, 복돌이는 탈진과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몸통과 가슴지느러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1년도 채 안된 13kg의 어린 점박이물범(수컷)이었다. 구조된 복돌이는 당시 보호대상해양생물(현, 해양보호생물)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던 제주의 수족관(아쿠아리움) 두 곳을 거치면서 2016년 이송하기 전까지 사람들의 보호 관리를 받아 왔다.

그러다가 201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황해 점박이물범 종합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점박이물범 ‘복돌이’의 방류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복돌이’ 방류를 추진했던 2015 ~ 2016년 당시는,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 인식이 확대되고 있던 시기였다. 불법 포획된 후 6년간 사육되다가 2015년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 2016년 울산 방어진 항에서 구조되어 치료 후 방류된 큰돌고래 어진이 이야기 등 불법포획, 좌초 및 혼획된 해양동물을 구조하고 다시 원서식지에 방류하는 일들이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당시의 사회적 배경 속에 ‘복돌이’방류 추진을 위해 해양수산부 및 산하 기관 관계자, 해양포유류 전문가, 환경 및 동물보호 단체, 사육훈련 전문가 등이 수 차례 모여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방류를 위한 복돌이의 야생적응훈련도 시작되었다. 제주의 수족관을 떠나 야생적응훈련장이 마련된 충남 태안 신진도에 위치한 서해수산연구소 친환경양식연구센터로 옯겨졌다. 2011년 구조 이후부터 사육사 등 사람과의 접촉에 익숙해 진 ‘복돌이’가 인간에 대한 의존도 등 연계감정을 줄이고, 익숙한 냉동 먹이에서 벗어나 활어를 스스로 잡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야생적응훈련이 진행되었다. 야생적응훈련 당시, 복돌이가 식탐이 많아 먹이활동에 대한 걱정보다는 길들여진 사람과의 관계를 줄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냉동 어류(고등어, 청어, 열빙어 등)에서 활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쥐노래미와 조피볼락을 먹이로 처음 공급했을 때에는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놀라는 등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에 대한 적응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복돌이’가 살아있는 물고기를 스스로 잡아먹을 수 있게 된 시점인 2016년 8월 17일 해양수산부 해양동물보호위원회에서 복돌이 방류에 대한 심의·의결을 진행했다. 그리고 8월 25일 탑차로 태안 야생적응훈련장을 떠나 백령도로 출항하는 선박에 승선, 꼬박 4시간을 이동하여 2016년 8월 25일 낮 12시 경에 백령도 용기포 신항에 도착했다.

‘복돌이’가 도착하던 날의 백령도는 전날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당일 오전까지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복돌이’ 방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물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어민들 사이에서 ‘복돌이’를 백령도 연안에 방류하는 것을 반대하는 기류도 있어서 당시 현장에는 긴장감도 맴돌았다. 다행히 ‘복돌이’를 태운 선박이 백령도에 도착했을 무렵 날씨가 맑아졌다. 그리고 ‘복돌이’방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포 신항에 주민, 환경단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방류 진행 관계자, 취재기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자리에 백령중학교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학생 10여 명이 참석해 ‘복돌이’를 함께 배웅했다.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에서 방류되는 '복돌이'(사진=해양환경공단)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에서 방류되는 '복돌이'(사진=해양환경공단)

 

‘복돌이’는 점박이물범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백령도 하늬바다 물범바위 근처에서 방류됐다. 방류 지점에 도착하여 ‘복돌이’가 들어 있는 상자의 문을 백령중학교 학생 두 명이 열었다. 상자의 문을 열자마자 ‘복돌이’는 바로 바다로 풍덩 물을 튕기며 들어갔다. 어선 주변을 몇 번 돌아다니다가 곧 하늬바다 너를 품으로 헤엄쳐 사라졌다.

위성추적장치를 등에 부착한 ‘복돌이’는 하늬바다로 돌아간 후 백령도 바다에 이틀정도 머물다가 황해남도 옹진군 해역에서, 해주만으로, 교동도 해역으로 해서 강화만과 영종도를 거쳐 10여일 만에 백령도에 돌아 왔다. 그리고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후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평안남도 청천강 하구와 증산 앞바다 등 황해도 남부 연안과 초도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물렀다.

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족관 사육에 익숙해져 있던 ‘복돌이’의 방류는 동물 복지에 대한 당시의 사회 인식이 확대 속에서 정책적 의의 뿐만아니라 이후 백령도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동아리 물범 모니터링 활동

 

특히 ‘복돌이’ 방류행사에 참여했던 백령중학교 학생들에게 멸종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의 보호 필요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2017년 4월 백령중고등학교에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해 8월 25일 ‘복돌이’ 방류날을 기념하며‘점박이물범의 날’을 제정하고, 매년 이 날을 기념하여 일주일 동안 점박이물범 보호 캠페인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지역 청소년들의 이러한 활동에 감동을 받은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주민모임, 2013년 결성)’ 또한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끌어 가게 되었고, 행정과 언론에도 알려지면서 물범과 보호 활동에 관심을 갖는 주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점박이물범‘복돌이’와 청소년들의 만남은 이렇게 점박이물범에 대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로 돌아간 ‘복돌이’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 발대식

 

백령중고등학교 점박이물범지킴이 뱃지
백령중고등학교 점박이물범지킴이 뱃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