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골 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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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골 되살리기
  • 변병설
  • 승인 2021.09.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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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인천의 미래]
(3) 변병설 /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원장
‘도시재생’이 화두가 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천의 핵심 현안 중 하나다. 인천항 일대 재개발에서부터 원도심 근대산업유산의 보전, 부평 캠프마켓의 재생 등등이 그러하다. 도시재생은 물량 위주가 아닌, 인간의 삶의 공간으로서,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역사를 살려 증대된 문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in은 인천의 도시재생의 과제와 비전을 제시하는 전문가 5분의 글을 연재한다. 

 

동구 송림로터리. 송림골
동구 송림5거리. 송림골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이 일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천 동구는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개항장 조계지 주변에 형성된 거주지다. 동구의 송림골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찾아온 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노동자들이 모여 시가지를 형성한 곳으로 일제강점기에는 3.1운동 등 민족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지역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에는 한국전쟁 피난민과 이후 산업시대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현재 송림골 일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송림골 배다리 지역은 근대문화 유산의 집적지다. 근대적 교육문화시설과 상공업시설이 산재해 있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야외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서구식 초등학교인 영화초등학교, 인천 3.1운동의 발상지인 창영초등학교, 19세기 말 미국 감리교회 선교사들이 사용하였던 기독교사회복지관, 1926년에 세워진 인천 양조장 건물, 성냥공장 터(배다리성냥마을 박물관), 헌책방거리 등 근대화 시대의 소중한 유산들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갑자기 산업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배다리 지역을 아끼는 지역민들과 시민사회는 보전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활발한 시민운동은 배다리 지역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만들었다.

한편, 근대 개항기 시절에 인천항으로 입항하는 선박들의 급수와 주민의 식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수장인 수도국산도 의미있는 장소다. 수도국산에 형성된 달동네는 근대 개항기부터 형성된 서민들의 삶의 공간이었다. 수도국산에는 성냥공장의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였으며, 전쟁 이후에는 피난민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현재 수도국산 달동네는 송현지구 도시주거환경개선사업과 최근 뉴스테이 사업 등으로 철거되었지만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근대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송림골에 “패밀리-컬처노믹스 타운”이라는 이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 사업에는 배다리근대문화길과 근대 탐방루트 조성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점적으로 흩어져 있는 근대문화자원을 탐방로로 연결해 관광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당시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거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근대문화탐방길은 일상에 지친 바쁜 현대인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로서 고향의 향수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마음이 편안한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송림골 도시재생사업은 근대문화 유적의 콘탠츠를 공간이 잘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힘들고 고단한 시기에 함께 했던 사람들,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했던 추억의 활동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건물과 거리가 생생하게 재연되어 오래된 마을의 감성을 느끼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역사유적은 녹지와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고성 주위에 공원을 배치하여 시민휴식 공간을 조성한 것과 미국 초기 역사가 시작되었던 필라델피아 의회건물 주변의 녹화는 인상적이다. ‘자유의 종’ 사이로 보이는 푸른 녹지는 역사와 자연이 결합된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점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역사적 장소를 녹지로 연결하여 탐방로를 만든다면 그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역사적 장소 주변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초고층 아파트가 역사적 풍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정감이 느껴지는 도시란 오래된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일 것이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조그만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래된 역사문화거리에 사람이 운집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대 건물이 줄 수 없는 향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도시 경쟁력은 근대화와 함께한 문화적 거리에 있다. 송림골을 포함한 인천 동구가 야외 도시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도시를 계획한다면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는 고양될 것이다. 송림골 재생은 근대문화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모습으로 정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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