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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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남궁련 객원기자
  • 승인 2011.06.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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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삐꼴라 누오바' 오페라단

노래를 즐기는 평범한 인천사람들이 오페라단을 만들어 좋아하는 노래를 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있다. '삐꼴라 누오바' 오페라단이 바로 그들이다. 이탈리아어로 삐꼴라(Piccola)는 '작은', 누오바(Nuova)는 '새로운'을 뜻한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작은 누오바 오페라단'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누오바 오페라단이 있는데, 그에 비해 작다는 의미로 삐꼴라라는 말을 붙였다고 한다.

"인천시민에 의한, 인천시민을 위한 오페라단"이라고 실질적으로 오페라단을 이끌고 지도하는 강민우 단장은 말한다.

'삐꼴라 누오바' 오페라단 모습(사진 제공)

'삐꼴라 누오바' 오페라단은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에서 성악수업을 듣던 사람들이 노래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발표를 하고, 더 나아가선 소외된 이웃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싶다는 뜻을 모아 2007년에 만들었다. 강 단장을 빼고는 단원  중에 성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다. 물론 전문 성악인들도 아니다. 회사원, 교사,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한, 30대에서 60대 순수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녀 비율은 3대 7 정도. '주경야독'의 자세로 그저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

오페라단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훈(53)씨는 오페라단을 만드는 데 견인차 구실을 한 최고 고참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래는 제 삶의 활력소인데, 같은 목적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즐겁다"라고 말한다. 조만간 성악수업을 함께 들었던 사람들을 모아 합창단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는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자의 여유처럼 느껴진다.

'러브레터' 공연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5월 30일에는 대중 앞에 나섰다. 경인교대에서 있었던 정기공연이 그 무대였다. 오페라단으로서는 세 번째 정기공연인데,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단원들에게는 첫 무대인 셈이었다. '러브레터'란 이름으로 16명이 지금까지 갈고닦은 오페라 아리아 실력을 선보였다. 공연의 피날레는 관객과 하나가 되어 CF 등을 통해서도 귀에 익은 'You raise me up'과 '친구여'를 부르는 합창이었다. 모두 함께 부르는 노래에 눈물이 날 뻔 했다든가, 전율이 일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러브레터' 공연

"사실 30회 정도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너무 짧은 기간이었죠. 두 명을 빼곤 첫 공연이었는데, 이탈리아어로 된 가사를 외우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장소는 학교 측에서 무료로 빌려줬지만, 나머지 경비는 단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고요. 아마추어지만 세미프로 형식을 갖춰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큰 수확입니다.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높이 사고 싶어요." 강 단장의 회상이다.

오페라 단원이 되기 위해선 우선 성악 수업에서 호흡법과 무대 적응법 등 기초를 다져야 한다. 그런 다음 오페라 클래스로 올라가서는 연기와 음악 표현법을 배운다. 어느 만큼 실력이 쌓이면 그때서야 오페라 단원이 될 자격을 준다.

오페라 수업 모습

매주 월요일은 오페라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13일 오후 7시에 있었던 수업은 여름학기 첫 수업이었다. 반년 남짓 되는 수업 기간이었지만, 한두 명을 뺀 경력이 12주에서 2년 미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실력들이 대단했다. 차례대로 나와서 펼치는 노래와 연기는 프로에 버금가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역시 무대에 섰던 경험이 한몫을 하는 것 같았다.

 

"원래 수업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강도가 세요. 오늘은 여름학기 첫 수업이라 좀 약한 편이었죠. 무대에 선 이상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그 순간만큼은 내편이 없는 자신과 싸움의 시간이기에, 독한 마음으로 강하게 가르치게 돼요. 그래도 낙오되는 사람 없이 잘 따라와 주기에 저도 힘이 납니다." 강 단장은 흐뭇하게 말한다.

지금은 성악반에서 기초를 배우고 있지만, 오페라 단원이 되면 좋겠다는 문순자(52)씨는 영종도에서 수업을 들으러 올  정도로 열성적이다. "합창단이 되어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수업을 알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죠. 열심히 배워서 봉사도 하고 꿈도 이루고 싶어요."

"우리 단원들은 기본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본인들이 즐기면서 봉사를 플러스하자는 취지로 오페라단을 만들었거든요. 올 겨울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계양구에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을 찾아가 자선 공연을 하려고 해요. 점차 인천 전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있고요. 소문이 나서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꿀 수 있고 자신을 꾸며서 남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강 단장은 힘을 주면서 말했다.

음악을 향한 사랑은 나에 대한 사랑이고, 세상을 향한 사랑이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된다는 그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노래 제목처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사는'(Vissi d'arte, vissi d'amore) 그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어찌 된 일인지 수업 시간에 들었던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을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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