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전 6월22일 서윤복 선수 인천서 카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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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전 6월22일 서윤복 선수 인천서 카퍼레이드
  • 김석배
  • 승인 2011.06.2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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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小史] 인천항, 태극기 물결과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어


64년전인 1947년 6월22일은 보스톤마라톤 우승자 서윤복 선수가 인천에서 카파레이드를 벌인 날이다.

1945년 조국은 해방되었으나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던 나라의 청년 서윤복은 제51회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서윤복의 우승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해방은 되었으나 미군정 하에 있던 때 전 국민에게 기쁨과 용기, 환희를 안긴 쾌거였다. 세계는 보스톤 마라톤대회 반세기 사상 첫 동양인 우승에 경악했다.

그러나 영광의 뒤안길에는 눈물 젖은 빵과 약소국의 설움이 배어 있었다. 가난했던 청년 서윤복은 마라톤선수에게 필수적인 식이요법은커녕 배부르게 먹으면 다행이었다. 유니폼이 있을 리 없었다. 일본인들이 입던 헌옷을 어렵게 구해 입었다. 마라톤화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동대문 근방에서 헌 스파이크를 구해 밑창 못을 빼고 리어커 바퀴 고무를 잘라 덧대어 신고 연습했다. 그의 목표는 손기정이 우승했던 올림픽 출전이었다.

보스턴마라톤 출전은 서울운동장에서 연습하던 어느 날, 하버드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파견된 미군이 대회 정보를 알려주어 손기정이 감독, 남승용과 서윤복은 선수로 출전하게 되였다. 그러나 5000달러 상당의 현지 교민의 재정보증 조건이 문제였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전의 길은 의외로 미 군정청에서 일행의 미국행 서류작업을 돕던 미국인 스매드릭 여사가 600달러를 선뜻 내놓으면서 쉽게 풀렸다. 스매드릭은 상관인 군정장관인 하지중장에게 모금운동을 건의했고 3000달러가 모아졌다. 나머지 2000달러는 세브란스의 언더우드박사가 한국 돈과 달러를 교환해주어 마련했다.

미군 군용기를 얻어 타고 일보 아쓰기 미공군광항을 경우 보스턴에 도착한 것은 대회 개막 1주일 전. 국내에서 풀코스를 겨우 2번 완주한 경험 밖에 없는 서윤복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최고기록은 2시간 39분. 세계기록과 14분이나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 응원단은 감독과 코치, 교민을 포함해 9명이 전부였다. 서윤복은 3000m를 힘껏 뛰면 14분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56명의 세계강호들과 달렸다. 우승후보 핀란드 선수 미코 하이타넨을 바짝 뒤쫓은 서윤복은 레이스의 고비인 뉴턴 언덕에서 생각대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서윤복은 조국에 영광을 돌린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달렸다.

그의 우승은 세계적인 빅뉴스였다. 유럽선수가 우승한 적은 있으나 동양선수가, 그것도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챔피언 서윤복은 고국으로 돌아갈 마땅한 교통편도, 여비도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당시 미국에 있던 임영신여사(상공부장관, 중앙대총장 역임)가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43일간 미국체류를 마친 서윤복은 동남아와 일본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는 화물선을 얻어 타고 미국출발 18일 만에 귀국했다.

인천항은 태극기 물결과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자신들에게 삶의 의욕과 용기를 심어준 서윤복을 위해 서울시민들은 집집마다 30원씩 거둬 비원에서 시민환영회를 열어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승만씨(1948년 대통령에 취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몇 년 동안 독립운동을 했는데도 신문에 많이 나오지 못했는데 너는 겨우 2시간25분39초를 뛰고도 연일 신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구나.”

서윤복은 당시를 회상하며 최근 이렇게 말했다. “먹는 것, 입는 것 다 좋아졌으니 운동선수가 운동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진 속 카퍼레이드 사진 주인공인 서윤복 선수와 필자와는 친구 사이다. 당시 학생육상연맹 회장이며 경성전기주식회사 사장이신 이태환 사장을 수행하여 인천에 내려와 인천시 중앙동을 지날 때에 월계관을 쓴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 남승용 선수가 나란히 차에 서서 인천시민의 열광적인 환영에 답례를 하는 모습을 태극기와 고려대학기를 배치하여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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