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열정적으로 살게 한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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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열정적으로 살게 한 세 가지
  • 최원영
  • 승인 2021.09.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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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9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에 우리가 아픔을 겪을 때 그 아픔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예가 나옵니다.

옛날, 작은 나라의 왕은 몇 대에 걸쳐 내려온 보물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것은 아주 특별한 다이아몬드였다.

어느 날, 그것에 금이 가 있는 것을 알게 된 왕은 깊은 상심에 잠겼다. 이젠 보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그것을 예전의 그것으로 복원하고 싶은 왕은 유명한 세공사들을 불러 부탁하지만, 모두가 머리를 흔들었다.

어느 날, 늙은 세공사가 와서는 말했다.

“내게 이 보석을 맡기면 일주일 후에 완벽하게 만들어 가져오리다.”

그러나 대신들은 완강히 반대했다. 훔쳐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세공사가 왕궁에서 작업한다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마침내 약속한 그 날, 세공사는 보석을 왕에게 주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멋졌다. 더 아름다워졌다. 보석 한가운데를 지나간 금을 줄기로 삼아 활짝 핀 장미꽃과 생동감 있는 잎사귀와 가시가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기쁨에 찬 왕은 왕궁에서 계속 머무르라고 청했지만, 노인은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단지 결함이 있고 금이 간 것을 아름다운 요소로 바꿔 놓았을 뿐입니다.”

금이 간 것은 곧 우리가 겪는 아픔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가치를 잃은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금이 간 그곳을 다시 정교하게 다듬으면 이전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금이 간 그 아픔이 곧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적의 씨앗이라고 여기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를 위로해줍니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게 아름다운 보석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삶은, 완벽했던 보석에 금이 가게 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하고 상처 입은 자신을 아름답게 재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삶의 예술이다. 흠과 결함을 더 창조적인 것으로 변신시키기 때문에 예술인 거다.

맞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견뎌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더 멋진 보석으로 재탄생한 우리를 우리 자신이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안도현)에서 저자는 삶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삶이란 견딜 수 없는 것, 그래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꿈이나 희망 같은 거다. 힘겹지만 아름답다.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오를 때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온몸이 녹초가 될 겁니다. 그러나 연어는 강의 상류로 가야만 합니다. 힘들더라도. 그래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연어의 꿈이고 희망이었던 겁니다. 그것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있었기에 온갖 수모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남이 보기에 ‘열정’을 갖고 사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에게 “당신이 그토록 열정을 갖고 살게 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러셀은 이렇게 답해줍니다.

“첫째는 사랑이고, 둘째는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며, 셋째는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이다. 이것이 나를 열정으로 가득한 삶으로 이끌었다.”

러셀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한 세 가지 이유인 ‘사랑’과 ‘지적 호기심’, 그리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동정심’ 중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사랑’으로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나누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늘 배워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철학자인 그가 사랑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고,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적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점도 알았을 겁니다. 그래야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줄 테니까요. 이런 그의 태도가 사람들에게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보였을 겁니다.

이제 우리도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책장을 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태도가 우리 자신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통받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행위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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