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12시, 3시, 5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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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12시, 3시, 5시의 비밀
  • 최원영
  • 승인 2021.10.0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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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20화

 

 

어쩌면 삶은 사랑할 대상을 만나고, 그 존재와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긴 여행인지도 모릅니다.

그 사랑의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을 겁니다. 또는 어떤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은 곧 ‘사랑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게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다고 하는 것을 상대방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방송에서 전해드린 철학자 러셀이 지식에의 탐구, 즉 호기심을 말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을 더 잘 알아야 더 잘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 지금 힘드시나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힘들다고 여긴 것이 사실은 마음의 장난 때문임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때 우리는 힘겨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글 중에 돌아가신 성철스님이 우리에게 주신 위로의 말씀이 있습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거면 딱 두 가지만 걱정해라. 지금 아픈가? 안 아픈가?

안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아프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나을 병인가? 안 나을 병인가?

나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안 나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죽을병인가? 안 죽을병인가?

안 죽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죽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천국에 갈 거 같은가? 지옥에 갈 거 같은가?

천국에 갈 거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지옥에 갈 거 같으면 지옥 갈 사람이 무슨 걱정이냐?”

참 쉽고도 재미있지요? 명쾌한 가르침입니다. 그러니 힘들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아직 우리는 살아 있으니까요. 그것도 건강하게 말입니다.

걱정할 일이 있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증표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쑤쑤)에서 소개하는 처방인데요. 참 좋은 치료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절에 이미 가정과 사업 모두에서 기반을 잡은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생이 공허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무력감은 더욱 깊어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더니 의사는 봉지 4개에 담긴 약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혼자 바닷가로 가세요. 신문이나 잡지도 가져가지 말고, 라디오도 들어선 안 돼요. 바닷가에 도착하면 9시, 12시, 3시, 5시에 맞춰 한 봉지씩 열어보세요. 그러면 마음의 병이 나을 거에요.”

그는 반신반의했지만, 의사 말대로 바닷가로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는 광활하고 상쾌한 아침 바다를 보며 산책했다. 조금은 마음이 즐거워졌다.

9시가 됐다. 봉지를 열자 이런 글귀가 있었다.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모래사장에 앉아 듣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자기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혼자 앉아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대체 몇 년 만인지, 마치 세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12시다. 두 번째 봉지를 열었더니 ‘회상해보세요.’라는 글이 있었다.

아무 근심도 없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사업을 시작하며 고생했던 기억, 부모가 된 기쁨, 그동안 스친 사람들과 그들에게 받은 도움과 호의와 우정도 생각났다. 그러자 따스한 기운이 번져가는 것을 느꼈다.

3시다. ‘당신의 동기를 점검해보세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그는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한 후에는 오로지 돈 버는 것만이 목적이 되었고, 일하는 즐거움도 잊어버렸다. 그저 이익만 생각하고 남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일들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5시다. ‘고민을 모래사장 위에 써보세요.’

썼다. 잠시 후 파도가 밀려오더니 그 고민거리들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파도가 지난 자리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다시 평평해졌다. 깊은 생각에 그는 빠졌다.

다음 날 아침, 의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이렇게 격려해주었다.

“전에 보았을 때와 전혀 다른 분이 되셨군요. 새로운 삶을 얻은 걸 축하드립니다.”

의사의 처방 4가지는 ‘귀 기울이기’, ‘돌아보기’, ‘나의 동기 점검하기’, ‘고민을 모래사장 위에 쓰기’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 자신에게 귀 기울였던 때가 언제였을까? 언제쯤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인가? 언제쯤 내 동기를 점검할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과연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가? 때론 나 자신의 반대편에 서서 스스로에게 위의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 아마 깊은 곳의 상처가 조금씩 옅어지고 다시 살아갈 기운을 얻을 거다.

이 4가지 지혜가 여러분에게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어깨 위에 올려진 그 무거운 짐들이 오히려 보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홀로 떠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환하게 다시 웃는 모습으로 돌아올 그대를 그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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