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오늘은 무서리 내리는 한로
오늘(8일)이 절기상 한로(寒露)입니다. 가을이 점점 무르익어갑니다.
자고 나면 찬 기운에 무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찬이슬의 절기 한로가 어느새 찾아왔습니다.
들녘은 그야말로 황금들판. 가을 추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가을비가 잦아 농부님들 가을걷이에 애를 먹습니다. 쨍하고 볕이 나 고슬고슬해지면 좋겠어요.
비 그친 오후.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밭을 보더니만 한마디 하십니다.
"들깨밭도 완전히 가을이야! 벨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들깨밭에도 노란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들깨 열매집이 거뭇거뭇합니다. 낫을 들고 들깨를 쓰러뜨렸습니다. 들깨밭이 휑하니 개운해졌습니다. 볕에 한 열흘 말려 털어야겠습니다. 내일은 고구마도 거둬야겠네요.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우리 고추밭에 바구니를 들고 왔습니다.
"와! 고추가 아직도 숱하게 달렸네?"
"애고추 많이 따서 반찬해드세요."
"이 풋것들도 다 익으면 좋을 텐데요."
"여태 붉혀 준 것만도 고마운걸요."
"상강(霜降)까지는 붉은 게 많을 거예요! 한 번 더 따세요."
아주머니 바구니에 애고추가 가득합니다. 얼굴에도 뿌듯함이 묻었습니다.
가을비 한 번이면 기온은 뚝뚝 떨어집니다. 모든 생명이 이제 서서히 겨울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밭 가장자리에 명아주 줄기를 타고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참 예쁩니다. 마음은 하늘까지 오르려다 이젠 힘이 달리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꽃잎을 활짝 피고 경쾌한 나팔소리를 낼 것 같습니다. 나팔꽃도 가을이 후딱 지나가는 게 아쉽겠지요?
하늘에는 언제 날아왔는지 기러기떼가 끼룩끼룩 줄지어 날아갑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갑니다. 머지않아 산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겠지요.
한로(寒露) / 자작시
흰이슬 내린 지 엊그제 같은데
찬 바람 살살 불어오고
찬이슬로 벼이삭 적시니
황금벌판은 고개 숙였다
논둑에 모여 핀 고마리꽃
가을산에 전하니
알록달록 단풍이 타 들어간다
논에서 밭으로
부뚜막 부지깽이도 나서야 한다
때 알고 찾아온 기러기떼
푸른 하늘 높은 데서
마음 바쁜 농부 들으라고
V자를 그려가며 소릴 지른다
Tag
#한로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blog.daum.net/macmaca/3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