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를 맞이하는 가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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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를 맞이하는 가을 단상
  • 전갑남
  • 승인 2021.10.08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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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오늘은 무서리 내리는 한로

 

오늘(8)이 절기상 한로(寒露)입니다. 가을이 점점 무르익어갑니다.

자고 나면 찬 기운에 무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찬이슬의 절기 한로가 어느새 찾아왔습니다.

가을 들녘의 황금벌판. 추수가 시작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을 들녘의 황금벌판. 추수가 시작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들녘은 그야말로 황금들판. 가을 추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가을비가 잦아 농부님들 가을걷이에 애를 먹습니다. 쨍하고 볕이 나 고슬고슬해지면 좋겠어요.

비 그친 오후.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밭을 보더니만 한마디 하십니다.

"들깨밭도 완전히 가을이야! 벨 때가 되지 않았나?"

노랗게 단풍이 든 들깨를 베었습니다.
노랗게 단풍이 든 들깨를 베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들깨밭에도 노란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들깨 열매집이 거뭇거뭇합니다. 낫을 들고 들깨를 쓰러뜨렸습니다. 들깨밭이 휑하니 개운해졌습니다. 볕에 한 열흘 말려 털어야겠습니다. 내일은 고구마도 거둬야겠네요.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우리 고추밭에 바구니를 들고 왔습니다.

"! 고추가 아직도 숱하게 달렸네?"
"애고추 많이 따서 반찬해드세요."
"이 풋것들도 다 익으면 좋을 텐데요."
"여태 붉혀 준 것만도 고마운걸요."
"상강(霜降)까지는 붉은 게 많을 거예요! 한 번 더 따세요."
 
아주머니 바구니에 애고추가 가득합니다. 얼굴에도 뿌듯함이 묻었습니다.

가을비 한 번이면 기온은 뚝뚝 떨어집니다. 모든 생명이 이제 서서히 겨울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밭 가장자리에 명아주 줄기를 타고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참 예쁩니다. 마음은 하늘까지 오르려다 이젠 힘이 달리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꽃잎을 활짝 피고 경쾌한 나팔소리를 낼 것 같습니다. 나팔꽃도 가을이 후딱 지나가는 게 아쉽겠지요?

하늘에는 언제 날아왔는지 기러기떼가 끼룩끼룩 줄지어 날아갑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갑니다. 머지않아 산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겠지요.

 

고마리꽃. 시월에 들어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고마리꽃. 시월에 들어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한로(寒露) / 자작시

흰이슬 내린 지 엊그제 같은데
찬 바람 살살 불어오고
찬이슬로 벼이삭 적시니
황금벌판은 고개 숙였다
논둑에 모여 핀 고마리꽃
가을산에 전하니
알록달록 단풍이 타 들어간다
 
논에서 밭으로
부뚜막 부지깽이도 나서야 한다
때 알고 찾아온 기러기떼
푸른 하늘 높은 데서
마음 바쁜 농부 들으라고
V자를 그려가며 소릴 지른다
 
 
기러기떼가 날아왔습니다. 때를 알고 가을을 찾은 기러기가 반갑습니다.
기러기떼가 날아왔습니다. 때를 알고 가을을 찾은 기러기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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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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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0-08 09:55:55
유교문화 24절기 한로.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말뜻 그대로 찬이슬이 맺힌다는 절기. 2021년 10월 8일(음력 9월 3일)은 한로(寒露)입니다.두산백과는 "한로 즈음에 단풍이 짙어지고, 한국에서는 이 시기에 국화전(菊花煎)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는 풍습이 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유교에서 가을을 주관하시는 신(神)은 최고신이신 하느님[천(天)]을 중심으로 하면서, 가을의 하느님이신 소호(少皥) 께서 다스리고 계십니다. 오제(五帝)중의 한 神이신 소호(少皥) 께서 베푸시는 아름다운 명절(중양절)과 24절기 중 하나인 상강이 곧 다가옵니다. 중양절(重陽節)의 국화철, 상강(霜降)절기의 단풍철이 한국의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게 됩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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