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권 중하지만, 장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되서는 안된다"
상태바
"거주권 중하지만, 장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되서는 안된다"
  • 허회숙 시민기자
  • 승인 2021.10.18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토기획]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을 찾아서

 

장릉과 아파트의 대비

 

 지난 10월 4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문의 031-984-2897)을 오랜만에 찾았다.

 역사문화관과 문화해설사실이 입구에 깔끔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코로나 여파로 문화해설사의 봉사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포 장릉은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 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중 하나이다.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202호로 지정되었다.

원종의 무덤은 원래 양주군에 있었는데 흥경원 이라는 원호를 받게 되면서 지금의 김포로 옮겨졌다. 원종이 왕으로 추존되면서 장릉이라는 능호를 받게 되었다.

인헌왕후의 무덤은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1627년 원종 옆으로 이장되어 쌍분으로 조성되었다.

요즈음 능침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을 가리는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가 허가 없이 이뤄져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 40채가 허가없이 건설을 진행해 왔다고 밝힌다.

 9월 30일에 법원 결정에 따라 이 아파트 2개 단지 12개동(979가구)의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건설사측은 행정절차상 아무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이 아파트의 철거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1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이미 건설 공정이 90%에 이르러 내년 여름 입주예정인 3,400가구 주민들은 “페인트 칠만 남았는데 부수란 말이냐“하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해제를 촉구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건설사가 인천도시공사와 인천 서구청의 허가를 받았기에 공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재청이 (인천 서구청에) 2017년 바뀐 사항을 담은 전자문서를 보내주지 않는 등 제대로 고시하지 않았다”라는 인천 서구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문화재청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의 매너리즘이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였기에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해제하는 게 맞다”며 “문화재청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 청원에는 14일 오후 현재 406명이 동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구성요소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문화유산에 함께 등록된 것이 일괄 취소돼 왔다”면서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장릉이 취소될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없기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고 언급했다.

 결국 이 아파트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김포 장릉 뿐 아니라 조선왕릉 40기도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오랜만에 찾은 장릉은 주변 일대부터 많이 변모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김포공항이 가까워 자주 비행기 모습이 자주 보였으나 오히려 하늘 길이 막힌 요즈음이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든다.  고즈넉한 숲속의 정취도 여전했다.

월요일은 휴관인데 이날은 대체 공휴일이어서 문을 열었다. 주차장도 잘 정비되어 있다.

 입장객이 많을 경우 5분 거리에 있는 김포시청 주차장에 주차를 해도 괜찮다고 한다.

 

 입구 산책로에서부터 줄기가 붉은 오송이 울창하게 뻗어 있다. 

 숲이 우거져 있어 삼림욕을 하며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에 쾌적한 길이다.

 

 처음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로 들어서면 길게 한 바퀴 돌게 되고 오른 쪽으로 가면 장릉으로 들어가는 짧은 길이 된다.

한 40분 걸을 생각이라면 왼쪽 길로 들어서 안내도를 따라 이정표대로 한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저수지 산책로를 한 바퀴를 돌아 원 위치로 나오게 되어있다.

갈림길에 들어서니 곧 재실(齋室)이 나온다.

 

 재실이란 능 제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곳으로 왕릉을 관리하던 능참봉이 상주하던 곳이다. 제례 시에는 제관들이 머물면서 모든 준비를 하던 곳이다.

 건물은 재실과 행랑채가 있다.

 

 재실 바로 옆에는 연지가 있어 연못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연꽃은 없고 연꽃잎만 가득한데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한다.

 

연지를 끼고 돌아 10여분쯤 산책로를 주욱 걷다보면 꽤 큰 저수지가 나온다,

나무 데크로 만든 포토 존도 있고 물속에는 오리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멀리 떠가는 비행기와 흰 구름이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정답다.

 

이렇게 저수지까지 돌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다시 재실이 나온다. 들어가면서 본 곳인지라 그냥 길을 따라 걸으니 장릉 입구 홍살문에 이른다.

 

홍살문이란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이다. 붉은 칠을 한 기둥 2개를 세우고 위에는 살을 박아 놓았다. 여기서부터가 제향공간이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진 길을 향⸳어로라고 부른다. 박석을 깔아 놓았으며 왼쪽의 약간 높은 길은 제향 때 향을 들고 가는 길이라 하여 향로(香路) 라고 하며, 오른 쪽 약간 낮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길이라 하여 어로(御路)라고 한다.

 

장릉 바로 밑에 능 제향을 올리는 정(丁)자 모양으로 지은 정자각이 있다. 정청과 배위청으로 구성되어 있다. 측면의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제상 진설도가 전시되어 있다.

 

 정자각 창문으로 보이는 능침의 모습은 그 속에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능침의 경관 훼손 문제로 아파트를 철거해야 한다느니,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되어야 마땅하다느니 하고 한참 시끄러운 현실이 부끄럽다.

숙연해지는 마음으로 고개 숙여 조상님께 면목이 없음을 고한다.

 

 정자각 옆에 비각이 있다. 능 주인의 업적을 기록한 비석인 신도비를 세워둔 곳이다. 비각 옆에는 인헌왕후 육경원 비석 받침돌이 출토되어 이곳에 보존되어 있다.

 

 몇십년 전에는 능침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여기서부터 출입 제한 구역이다.

 문제의 아파트 쪽을 내려다보니 겨우 건물의 꼭대기가 조금 보인다. 그러나 능침에 올라가면 확연히 신축 아파트가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해방과 6.25를 겪으며 가난을 딛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급속히 이루어 오늘 전세계에서 경제 10위국의 위상을 갖기에 이르렀다.

더우기 요 몇년 사이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방탄 소년단(BTS)의 빌보드 연속 6주 1위'와 함께 ‘오징어 게임’ ‘미나리’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더 큰 자부심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화재청, 인천시, 서구청 담당 공무원의 직무 유기나 해태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주민의 거주권이 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김포 장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임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든 장릉 나들이다.

작금의 부끄러운 사태가 말끔히 정리된 후 다시 이 곳을 찾으리라 다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