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인이 더 맛있는 케이크를 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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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인이 더 맛있는 케이크를 구울까?”
  • 최원영
  • 승인 2021.10.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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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22화

 

고통이 싫어서 고통을 아예 없앨 수 있다면 행복할까요? 아닙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기쁨은 원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의 성격을 진단하라》(김동훈)에서 저자는 그리스 전설 하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힘든 삶을 살던 할머니가 길을 걷다가 강가에 이르렀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말했다.

‘강을 건너기 전에 이 샘물을 마시세요. 그러면 당신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을 거예요. 하지만 고통을 잊는 동시에 모든 기쁨도 잊게 될 거예요. 고통을 잊으면 기쁨도 잊게 되고, 실패의 쓰라린 기억을 잊게 되면 성공의 기쁨도 잊게 됩니다. 사람에 대한 상처를 잊게 되면 사랑의 추억도 잊게 됩니다.’”

여러분은 천사의 이 제안을 받아들이실래요, 아니면 거절하실래요?

할머니는 단호히 말했습니다. “샘물을 마시지 않겠어요”라고요.

천사의 이 제안을 두고 고통에 초점을 맞추어 사는 사람과 기쁨에 초점을 맞추어 사는 사람의 선택은 다를 겁니다. 고통에 초점을 맞추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고, 기쁨에 초점을 맞추면 거절하겠지요.

사실 모든 기쁨의 뒤에는 고통이 숨겨져 있습니다. 동시에 고통의 뒤에 기쁨 역시도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숨어 있던 기쁨이 새싹 돋듯 우리 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 고통조차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버티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버텨야 할까요?

‘카르마’란 인도의 사상과 종교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말로는 ‘업’(業)으로 번역됩니다.

《역사용어 사전》에 따르면, 업은 목적과 관계없는 행위나 수행을 뜻합니다. 행위 자체는 근본적으로 중립적이며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라 하더라도, 선과 악, 고통과 즐거움의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이 법칙은 개인의 삶이 왜 다른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거나, 착한 사람이 고통을 받고 악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은 현재의 행위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위도 현재나 미래의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카르마는 개인과 세계의 질서를 지배하는 도덕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르마와 관련해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책이 있습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입니다.

저자는 “대부분 서양인은 카르마의 법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라며, 그 이유는, 카르마를

‘운명론’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기억나지 않은 과거의 생에서 저지른 어떤 알 수 없는 죄 때문에 지금 생에서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두 여인이 각각 케이크를 굽고 있다. 한 여인은 매우 열악한 재료를 가지고 있다. 오래된 흰 밀가루는 초록색 곰팡이로 가득하다. 그걸 걸러내야만 한다. 버터는 악취가 나고, 흰 설탕에서는 갈색 덩어리를 제거해야만 한다. 누군가 부주의하게 커피가 묻은 스푼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과일이라고는 말라비틀어진 건포도가 전부다. 부엌도 불편한 구식 장비들이다.

다른 여인은 최상의 재료를 가졌다. 유기농 무공해 밀가루에다 콜레스테롤이 제거된 마가린과 천연 설탕, 그리고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과즙이 풍부한 열매들이 있다. 부엌 역시 첨단시설로 갖춰져 있다.

어느 부인이 더 맛있는 케이크를 구웠겠는가?

최고 재료를 가졌다 해서 더 좋은 케이크가 구워지는 건 아니다. 때론 열악한 재료를 가진 자가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주의, 그리고 애정을 쏟기 때문에 그의 케이크가 더 맛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료를 갖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이다.”

참으로 멋진 통찰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주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형편없는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할 겁니다. 그러니 재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입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나에게는 열악한 재료를 물려받은 친구들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학대받고 자랐다. 성적도 우수하지 못했다. 운동할 수 없을 정도의 신체장애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극히 적은 장점을 살려 아주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친구들은 가장 훌륭한 재료를 갖고 태어났다. 부유하고 사랑의 가정에서 살았다. 항상 우등상을 탔고, 각종 운동에 뛰어났다. 외모도 출중해 인기가 만점이었다. 그런데도 술과 마약으로 젊음을 낭비했다.”

이 사례를 전하고 나서 저자는 처방을 내려줍니다.

“카르마의 절반은 우리가 가진 재료다. 나머지 절반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가 그 재료를 갖고 삶에서 무엇을 하는가이다. 내가 가진 나날의 재료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재료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환경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의 재료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재료는 내 마음속에 이미 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가 어둠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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