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창 병원건물은 노동자들의 고통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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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창 병원건물은 노동자들의 고통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곳"
  • 현지혜 인턴기자
  • 승인 2021.10.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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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23일 캠프마켓·부평공원·미쓰비시사택·부평토굴 답사 나서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캠프마켓, 부평공원, 미쓰비시사택.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야욕에 희생 당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고통이 스며있는,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현장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는 태평양전쟁의 전초기지로서 인천 부평에 일본 육군조병창을 설립하고 전국 각지에서 한국인 노동자를 강제동원해 엄청난 고통에 빠뜨린 슬픈 역사를 일깨우기 위해 23일 '인천지역 역사현장 시민답사 프로그램-일제 강제동원 현장 답사'를 실시했다.

이날 답사는 부평구 동수역에서 시작해 미쓰비시사택-부평공원-캠프마켓을 방문한 뒤 부평토굴을 둘러보고 해산했다.

미쓰비시사택은 부평역 남부의 구릉지대, 동수역 부근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지금은 대부분 택지로 개발되어 원형이 거의 남지 않았다.

 

일제시절 당시 건축방식을 알 수 있는 토벽
현존하는 미쓰미시사택의 모습
개발 이전 미쓰비시사택의 모습을 담은 사진

 

답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김현석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가 현재 남아있는 미쓰비시사택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개발 등의 이유로 이 건물들도 허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건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선 구나 시에서 공동재산으로 남은 건물 일대를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있는 미쓰비시사택 일부는 개인의 소유로 되어있다.

김 대표는 “나 역시 역사적 건물이라고 해서 전부 보존하자는 것은 반대한다”며 “다만 미쓰비시사택이 가진 역사적 의미가 후대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사택의 일부만이라도 보존을 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방안으로 건물을 보존해 활용하거나 건물 자체를 옮겨서 기념관이나 교육관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당시 건축방식을 알려주는 미쓰비시사택 토벽

 

부평공원은 본래 일제 강점기 ‘인천육군조병창’의 공장 건물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부터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지금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공장지대였던 당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후 부평공원에는 2017년 8월 당시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을 형상화한 노동자상 ‘해방의 예감’을 세웠고 그전 2016년 10월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상 ‘인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여 이 공간이 가진 안타까운 역사와 그 의미를 보존했다.

부평공원 노동자상 '해방의 예감'

특히 '해방의 예감'은 실존 인물인 지영례(여, 1928~)와 이연형(남, 1921~2009)을 모델로 하였다. 지영례는 의안부 징용을 피하기 위해 인천육군조병창 내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고, 이연형은 조병창 내에서 몰래 독립운동을 하다 발각되어 옥고를 치뤘다. 이연형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실제 조병창 공장건물이 있던 곳이다.

 

캠프마켓 내 미군의 문화휴게시설로 사용되던 건물

캠프마켓은 부평공원 정문 건너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일제강점기 '인천육군조병창'으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 미군기지로 사용되어 최근에 반환받은 장소다. 현재는 토양오염이 확인되어 일부만 개방됐다. 캠프마켓 내부는 미군이 보수해 사용하던 일본 조병창 건물들이 아직 남아있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내 조병창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여 그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물을 보존하며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하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조병창 내 병원건물의 철거가 논의되고 있다.

김현석 대표는 이 병원건물에 대하여 “당시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조병창 강제징용 노동자들 중에는 12살, 13살 정도의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며 “조병창 병원건물은 당시의 노동자들의 고통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곳이다”고 말하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부평토굴 입구
부평토굴 내부

 

부평토굴은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의 공습에 대비하여 만든 방공호로 부평 함봉산 일대에 24개가 있다.

최근까지 지역주민이 새우젓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금지되어 부평문화원에서 몇 곳을 관리하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접근이 금지되어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단 4곳뿐이다.

토굴의 내부로 들어가서 관찰해 보면 벽에 곡갱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토굴은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팠으며 이 현장에도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되어 투입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굴의 형태나 위치로 보아 당시 조병창 시설을 이곳으로 옮기려 했던 것으로 보이나 완공되기 전 광복이 이루어져 미완성된 상태로 남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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