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화가 박송우 화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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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화가 박송우 화백 개인전
  • 김정형 시민기자
  • 승인 2021.10.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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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11월 4일 한중문화관

코로나에 지친 오늘의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이번 주에는 인천 차이나 타운에 있는 한중문화관에 가보자. 지난해에 팔순을 넘긴 노화백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섬에서 태어나 섬과 바다가 마음의 고향인 그의 어렵고 힘든 세월을 그림에서 볼 수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는 무엇이며 무엇하는 사람인가라는 화집을 출간하며 그림을 그리는 미술 철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 - 내 마음의 평화
영상 - 내 마음의 평화

기자는 인천의 예스러움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인천 냉면의 본고장에 위치한 박송우 화백의 화실을 찾았다. 지긋한 연세에도 턱수염 멋쟁이 모습 그대로 반갑게 맞아 주신다. 한눈에 평생을 그림과 함께 하신 예술가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섬에서 태어나 인천을 연고로 미술 활동을 하여, 화실도 인천 동구의 화평동 골목을 지키고 있다. 60년이 넘는 세월을 그림을 그리며 조그만 화실에 살고 있음을 행복해 하는 그의 모습을 조명해 본다.

늘 웃음 짓는 박송우화백
늘 웃음 짓는 박송우화백

박 화백은 1941년 강화군 삼산면 하리에서 출생하여 송도중·고등학교, 196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단국대 미술학 석사를 졸업했다. 1965년부터 2000년 까지 인천 중등학교 미술교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미협 고문, 인천미협 고문, 강화미협 · 계양미협 · 인천 가톨릭미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울 옆에 집
개울 옆에 집

박 화백의 그림은 실사, 심상, 영상으로 구분하여 분류되어 있다.

실사(實寫) : 실상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심상(心想) : 묵상자료로 보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있는 잔상을 추적하며 그림을 그린다.

생활 속에서 찌들었던 분노와 좌절과 신경질적인 마음의 상태도 그림을 보며 편안하게 하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영상(靈想): 가톨릭 신자인 화가 본인의 종교적인 색채를 표현하였다. 언뜻 보기에 심상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종교적인 의미가 들어 있는 그림이다.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몇몇 작품에서는 거의 기념비적인 고요함이 느껴진다. (첫 번 표지 그림도 영상이다)

섬에 정박중인 배
섬에 정박중인 배

미술전문가의 박화백에 대한 평가

-이경모 미술평론가 :

60년대에 발표한 대작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경향에 동조하면서 개성적인 비구상 회화를 발표하였다. 미술의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그 시대 화가들이 추구한 방식과는 사뭇 다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향토 인천을 주제로 그린 풍경화에서 일탈하고 분방하며 실험적인 수채화의 영역을 개척하였다. 평생 교직 생활과 미술 활동을 하며 후배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도 화가로서 귀감을 보이며 작업을 통해 후배 들을 고무하였다.

화수부두
화수부두

고 김인환 미술평론가 :

그의 작품은 수채화 특유의 속성인 물기, 번짐 효과, 즉시성과 투명성, 침윤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이나 사물의 구체적인 형상이 가감되며 수묵화와 같은 감필법이 적용된다. 즉 절제된 단순화이다. 거기서 얻어지는 공간은 역동적인 환영을 담은 다소 추상적인 세계이다. 산과 바다, 어선이 밀집되어있는 포구 같은 것이 이 화가의 주요 주제이다.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의 조율이 큰 몫을 함은 물론이다. 밤의 아늑한 적막감이 흐르는 부두 정경은 친밀감 있는 자연과 도심 속의 정서를 표현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이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하였다.

인천 앞 바다
인천 앞 바다

진한 파란 색체에 녹아 있는 인천 앞 바다 풍경은 영원히 굳어진 시간의 단순함을 지면에 포착되고 있다.

작가는 작품활동에도 드러나듯이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은퇴 후 그림을 그릴 때에도, 고민하고 생각하며 작업을 하는 화가였다. 다음은 작가가 활동하며 쓴 글이다

'바다와 물고기' 의 편안한 영상
'바다와 물고기' 의 편안한 영상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원래 모든 것이 비어 있는 상태로 모태 안에서부터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신이 주신 그 귀중한 생명의 시작부터 내 안에는 타인들의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모두 함께 들어와 혼돈을 가져온다. 이제 많은 혼돈 속에서 남의 것을 맛 들이고 토해내는 어리석은 반추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일 수 없었고 본래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으나 이제 타인들이 들어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삶이 진행되었고 오늘 여기에 와 있다.

태고 적부터 많은 사람들이 내 안에 들어와 어떤 사람은 남아있고, 어떤 사람은 사라지고, 얼굴도 몸체도 없는 사람이 오기도 한다. 이들이 그림자처럼 머물러 있으면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기록을 하였으니,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비우고 보아도 이것이 지금 인가? 타인인가?

여기 화폭에 기록들이 파편처럼 널려 있다.

- 작가 노트 중에서 -

 

청관(차이나 타운)에서 동호회활동으로 그림작업을 하는 광경
청관(차이나 타운)에서 동호회 활동으로 그림 작업을 하는 광경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을 사랑하는 노작가는 섬, 바다, 자연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그림의 주제이다. 평생 인천을 연고로 교직과 작가 생활을 병행하며 후배들에 끼친 영향력 또한 남다르다. 지금도 많은 후배, 제자들을 기르려 한 달에 몇 번씩 동호회에서 그림을 그리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섬과 바다
섬과 바다

그의 직관과 상상력은 친숙한 자연 속에 숨겨진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준다.

태양광선과 색채,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인상들을 포착하였다.

심성적 수채 화법으로 선경을 화폭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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