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가?" - 미학(감성학)에 입문하며 살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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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가?" - 미학(감성학)에 입문하며 살펴야 할 것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1.0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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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시민로드(하) - 문화가 있는 도시]
(1) 미학-체 만들기 - 임지연 /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

인천in은 올 상반기 이어 11월2일부터 학산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역인문강좌 ‘미추홀 시민로드 – 문화가 있는 도시를 꿈꾸다’ 중 <미학>과 <생태자원>편을 각각 4회씩 8회에 걸쳐 요약해 싣습니다. ‘문화시민을 위한 미학’은 ‘천하의 잡것이 되어라’를 주제로 임지연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가, ‘문화와 생태자원의 회복’은 ‘학익천 맹꽁이의 회복’을 주제로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이 진행합니다. 11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각각 강좌를 열고 오후에 인천in에 게재됩니다.

 

미학이란 무엇인가?

1750년 독일의 철학자 바움가르텐이 처음으로 ‘Aesthetik’라는 제목의 책을 써 미학을 알렸다. ‘Aesthetik’의 어원은 그리스어 ‘aisthesis’로 ‘감각하다, 지각하다’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해 들어왔으며 아름다울 미와 배울 학을 써서 미학이라고 번역됐다. 어원에 기초해 번역하면 ‘감성학’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감성은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의 속성을 수용하는 활동과 내면 활동을 말한다.

 

 

매개학 중 매개학 = 미학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과학, 종교, 철학, 예술 4가지 학문적 방법론으로 답할 수 있다. 학문적 방법론 중 과학과 종교는 가장 범위가 넓지만, 서로 거리가 멀어 철학과 예술이 매개의 역할을 한다.

미학은 철학과 예술의 사이에 있는 학문이다. 사각형 한 가운데 점이 미학의 위치로 4가지 학문적 방법론에 걸쳐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몸의 활동임을 이해한다면 미학이 가진 광범위한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몸을 중시하는 미학에 적합하게 바꾸면 ‘나는 지금 어떤 상태(기분)인가?’로 바꿀 수 있다.

미학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처해있는 감정, 기분, 분위기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 중심 시대에 탄생한 느낌 중시 학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데카르트(1596~1650)의 명제는 서구 근대의 이성 중심 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움가르텐은 감성적 인식의 학문으로 미학을 제기했지만,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아 미학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못한다.

바움가르텐은 미학을 이성 철학의 영역하에서 이성보다는 급이 낮은 능력, 이성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이성이라고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이성으로 정의를 내린다.

미학에서는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진리에 가깝다. 느낌을 크게 정리하면 슬픔과 기쁨이 있고 그사이 다양한 감정 존재한다.

슬픔과 기쁨이란 말보다 운동성에 집중하면 각각 자기 폐쇄감과 자아 확장감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미학에서 자아 확장감은 환희로 잡생각에만 빠지지 않으면 열려있다고 본다.

미학은 개념(언어)의 매개 없이 실상을 한 번에 이해하는 능력. 즉, 직관을 인간이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아 확장감은 직관과 유사하다.

 

 

플라톤 철학으로 에로스 알아보기

미학에서 플라톤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비합리적 영역에서도 에로스를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글 ‘파이드러스’에서는 에로스에 사로잡힌 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데아와 현상계로 세계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플라톤은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날개가 돋아 현상계에서 이데아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감각적이고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에 목매지 말고 지성, 이데아로서의 미를 보라고 플라톤은 말한다. 여러 층위를 발견하는 과정으로서의 에로스를 강조하는 게 플라톤의 ‘향연’과 ‘파이드러스’에서 등장한다.

 

 

최초의 미학자 플로티노스

플로티노스는 1~2세기에 활동한 철학자로 ‘존재하고 있는 모든 개체는 그 자체로는 아름답고 그것은 바로 그가 빛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존재하고 있는 바의 내용과 근거를 미 자체로 서술해 미학이라고 하는 말이 없던 시기 활동한 철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플로티노스를 ‘최초의 미학자’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플로티노스는 모든 존재가 일자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이야기한다. 일자는 자신의 생명력 빛을 emanatio(유출)해 정신, 영혼, 자연, 질료의 단계를 생산해낸다.

가장 낮은 질료적 단계의 아름다움을 보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자부터 각 단계는 연결되어 있다. 위부터 아래로 유출됐기에 질료적 아름다움을 발판 삼아 추적하면 모든 존재의 근원인 일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낮은 단계의 질료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자신을 열고 남에게 내어주는 활동

에로스의 정의는 미학의 취지와 연결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열리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게 에로스의 참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에로스는 나 자신을 열고 남에게 내어주는 활동이다.

이러한 에로스를 잘 보여준 영화가 ‘일 포스티노’다. 우편배달부인 주인공 마리오가 네루다 시인을 만나 시에 눈뜨며 좁은 단계의 자기 내면 상태에서 점차 나와 너, 우리라는 차원으로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로스란 닫히면 끝이기에 늘 열려 있는 비어있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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