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만난 까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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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만난 까마중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11.03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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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전갑남 시민기자

상강(霜降)이 지나고부터 기세등등하던 들풀들이 된서리를 맞고 한풀 꺾였습니다. 숨 죽은 듯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는 생명의 끈을 놓고 씨를 퍼트려 내년 봄을 기약하는 듯싶습니다.

그런데, 밭둑에 싱싱함을 잃지 않은 풀이 보입니다. 눈에 익숙한 풀입니다. 키가 엄청 자랐고 아직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네요. 보아하니 '먹딸기', '땡깔'이라고 불렀던 까마중입니다.

'! 요 녀석들 아직 살아있네!'

아주 작은 까마중꽃이 신비스럽습니다. 하얀 꽃잎을 한껏 뒤로 젖히고 노란 꽃술을 자랑합니다. 앙증맞은 작은 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수수한 멋도 느껴지구요.

 

된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까마중. 가지과 꽃중에서도 앙증맞게 피었습니다.
된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까마중. 가지과 꽃중에서도 앙증맞게 피었습니다.

 

까마중은 봄부터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질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힙니다. 마디 사이의 중간 부분에서 여러 송이가 뭉쳐 피어나 콩알 크기의 작은 열매가 숱하게 달립니다.

가지과에 속하는 집안이라 가지꽃을 똑 닮았습니다. 크기와 색깔만 다를 뿐 가지과 식물인 토마토, 고추, 감자 등과 모습이 비슷합니다.

 

잡초로 자라 농부의 미움을 사는 까마중입니다. 그래도 까만 열매를 맺어 달곰한 맛을 선사합니다.
잡초로 자라 농부의 미움을 사는 까마중입니다. 그래도 까만 열매를 맺어 달곰한 맛을 선사합니다.
숱하게 달린 까마중 열매. 익지 않은 녹색의 열매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습니다.
숱하게 달린 까마중 열매. 익지 않은 녹색의 열매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습니다.

 

까마중은 여느 잡초와 다를 바 없는 들풀입니다. 밭에서 농부 눈에 띄면 여지없이 뽑혀나갑니다. 용케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것들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까만 열매로 익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까마중이라는 이름 재미있지 않나요? 열매가 만질만질한 스님 머리를 닳았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 까마중은 꽃보다 열매로 기억됩니다.

 

까마중 까만 열매. 강력한 황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까마중 까만 열매. 강력한 황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마땅한 군것질 거리가 없던 시절, 내남없이 눈에 띄는 대로 따 먹었습니다. 흑진주 알처럼 까매진 걸 골라 먹었던 추억이 깃든 정겨운 열매입니다.

까마중은 한 알 한 알 먹는 것보다 손바닥에 몇 알씩 따서 후루룩하고 입안에 털어 넣어야 제맛입니다. 입안에서 보드랍게 터지면서 느껴지는 달콤한 맛은 생각보다 많이 먹을만합니다. 입술이나 혓바닥이 까맣게 물들도록 맛나게 먹었으니까요. 까마중 열매를 지금 애들에게 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요.

그러데, 요즘 들어서 까마중을 '토종 블루베리'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항산화 효능이 높다고 알려진 아사이베리나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훨씬 많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안토시아닌은 항암효과와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관심이 커질 수밖에요.

익은 까마중 열매는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적당량을 우유나 젖산균 발효유에 넣고 갈아먹으면 맛있는 음료가 됩니다.

까마중을 섭취할 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익지 않은 까마중은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어 생식해서는 식중독 염려가 있습니다. 익은 거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습니다.

늦가을에 만난 이름도 예쁜 까마중. 잡초가 아닌 추억의 열매로 만나 반갑습니다. 몇 알을 따 예전 생각을 하며 입안에 오물오물하니 그 맛이 추억으로 되살아납니다.

 

까마중꽃
까마중꽃

 

<까마중>

                     자작시

 

노란색 꽃심을 박아
별 모양 꽃잎 펼쳐
온갖 멋을 부려 뽐내는데도
허투루 대하는 슬픔도 꾹꾹 참아낸
당신은 까마중
 
덜 여물어 녹색일 땐
새초롬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도
까까머리 까매질 땐 예쁜 마음으로 다가와
달곰한 맛보여주는
당신은 까마중
 
한 알 한 알
입안에 넣어 톡톡 터트리면
깊은 사랑 착한 마음 보듬고 키워
자기 속내 살짝 드러내는
당신은 까마중
 
당신 사랑, 당신 마음
몰라봬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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