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자연이 소통하는 예술 - 원주 뮤지움 산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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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자연이 소통하는 예술 - 원주 뮤지움 산을 찾아
  • 허회숙 시민기자
  • 승인 2021.11.03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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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 다다오의 작품성 '응축'
-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늦가을의 정취 '농축'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움 산(Museum SAN).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30일, 토요일이어 입장객도 많고, 입장료도 기본권이 19,000원으로 만만치 않다. 기본권에는 야외가든과 종이박물관, 미술관 관람권이 포함되어 있다. ‘제임스터렐관’이나 ‘명상관’을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운영시간은 뮤지엄 10:00 – 18:00 제임스터렐관 10:30 – 17:30 명상관 10:25 – 17:05.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미리 와보았던 분의 조언으로 기본권을 끊어 입장했다.

뮤지엄 산(Museum SAN)은 원주 오크밸리의 골프 빌리지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대지와 하늘을 사랑으로 연결하려는 철학을 형상화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SAN이라는 이름도 Space, Art, Nature의 만남을 의미한다. 2013년 5월에 개관하였다.

 

 

실내전시관과 야외 정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있다.

미술관으로 들어가기까지는 50m 정도 보도를 걸어야 한다.

하얀빛을 발하는 보도 양옆으로는 워터가든이 조성돼 있다.

잔잔한 수면이 강원도의 파란 하늘과 청정 푸른 숲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술관 본관도 수면에 얼굴을 드리운 채 하늘과 나무, 바람, 새소리와 어우러져 있다.

이어서 자작나무 오솔길을 지난다.

 

 

드넓게 펼쳐진 넓은 풀밭에서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운 붉은 단풍을 만난다.

‘이렇게 고울 수가 있나? 하는 마음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멀리 보이는 빨간색의 조형물도 이색적이다.

 

 

짧은 오솔길이 끝나면 콘크리트 옹벽과 자연석 성곽이 열십자 구조로 포개진 채 아직 미술관의 얼굴을 가린다.

경북지방 고택에 가면 볼 수 있는 헛담 같은 역할을 하는 구조다.

 

 

그 합일점을 지나서 왼쪽으로 몸을 틀어야 비로소 물 위에 뜬 이미지의 단아한 미술관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뮤지엄 본관이 물위에 떠있는 듯하다.

하늘빛 워터가든과 대비를 이루는 것은 주황색 설치작품 '아치웨이(Archway)'다.

미국인 알렉산더 리버만이 파이프형 금속을 잘라서 만들었다.

사람 '인(人)' 자를 연상시키는 이 조각품 아래를 통과하며 ‘사람’에 대해 잠깐 생각에 젖는다.

 

 

워터가든과 노출 콘크리트, 그리고 황톳빛 자연석의 조화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안도 다다오의 뮤지움 산은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에 이어 이곳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초승달 모양의 웰컴센터, 삼각·사각·원형의 공간이 이어지는 미술관 본관, 그리고 플라워 가든, 워터가든, 스톤가든 등 3개의 가든이 대지와 하늘 사이에 넉넉한 자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본관은 크게 종이박물관과 창조갤러리로(미술관)으로 나뉜다. 얼마 전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삼각, 사각, 원형의 의미가 하늘과 인간과 건축물을 연결하고자 하는 이 곳 건축가의 철학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낀다.

특히 종이박물관과 청조갤러리가 자리한 본관에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속적인 시간 개념을 표현”하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이라는 슬로건을 음미해 본다.

종이박물관서는 식물에서 종이가 만들어지고 책과 예술작품으로 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1997년 한솔 종이박물관에서 시작한 곳으로,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이라고 한다.

 

 

종이와 아날로그를 통해 그동안 잊고 지낸 삶의 여유와 자연과 예술 속에서의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

 

청조갤러리는 건물 분위기부터 무언가 달랐다. 이곳에는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화화작품들과 종이를 매체로 하는 판화, 드로잉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연중 다양한 상설전과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백남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커뮤니케이션 타워’라는 이 작품은 작은 TV가 트리 같기도 하고 탑 같기도 한 조형물에 많이 달려있는데 각 TV마다 다른 장면들이 방영되고 있었다. 깊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영원히 살아 소통하고 있는 예술가의 혼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술관 산책은 경주의 대능원을 연상 시키는 9개의 스톤마운드가 놓인 스톤가든에서 마무리 된다.

스톤가든에 설치된 조지 시걸의 작품 ‘두 벤치위의 연인’이 인상적이다.

 

 

본관 이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야외 카페는 너무도 환상적이다. 너무 북적거려 앉지는 못하고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흡족한 기분이었다. 

 

 

나는 전시관보다도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건축물과 고운 단풍과 조각작품이 어우러진 이곳 풍광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 홀로 명상할 시간이 필요할 때, 넓은 정원을 혼자 거닐고 싶을 때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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