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과 겨울 준비
상태바
입동과 겨울 준비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11.08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토에세이]
전갑남 시민기자

아침 여섯 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어둡다. 해가 뜨려면 한 시간 남짓 남은 것 같다.

입동이다. 입동은 겨울에 들어섰다는 뜻 아닌가? 입동 지나면 차가운 겨울은 코앞. 이제 식물들은 성장을 멈추고 겨울 채비를 하는 시기다.

절정에 오른 예쁜 단풍도 머지않아 죄다 이파리를 떨굴 것이다. 화단에 핀 국화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시린 몸에 색깔이 바래질 것이다.

만산홍엽의 가을산. 단풍이 물들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만산홍엽의 가을산. 단풍이 물들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이 한가롭습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이 한가롭습니다.
된서리를 맞은 서리태밭입니다.
된서리를 맞은 서리태밭입니다.
아직 겨울이라 부르기는 이르다. 가는 가을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늦가을과 초겨울이 밀고 당기는 시기가 입동이다. 그래도 어쩌랴! 하루하루 해는 짧아지고 한 발짝씩 다가오는 겨울에게 가을은 차츰 자리를 내줘야한다.

살아있는 온갖 생명, 생존을 위해 겨울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땅속을 파고 숨어들 것이고, 들풀은 말라 씨를 떨어뜨리고, 잎 넓은 나무들은 낙엽 진 자리에 눈을 만들어 겨울 날 준비를 한다.

김장거리가 자라는 텃밭에 나왔다.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배춧잎이 잔뜩 움츠렸다. 올가을은 잦은 비로 배추 무름병이 돌아 작황이 좋지 않다. 아쉬운 대로 속이 들어찼다. 무는 의외로 밑이 실하다. 가을 무는 인삼보다 낫다고 한다. 밑동을 보니 듬직하다. 갓과 쪽파도 알맞게 자랐다.

포기가 들어찬 김장배추. 입동이 지나면 김장을 합니다.
포기가 들어찬 김장배추. 입동이 지나면 김장을 합니다.
입동이 지나면 대개 김장을 시작한다. 김장하는 게 만만찮은 일이라 거르는 집도 많지만, 그래도 넉넉히 담가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김장은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가 아닌가?

농투산이에게 김장을 마치면 일 년 농사는 거의 다 끝난다. 새봄이 올 때까지는 겨울방학이다.

이파리를 떨군  감나무. 늦가을 가을 정취가 느껴집니다.
이파리를 떨군 감나무. 늦가을 가을 정취가 느껴집니다.
입동이라 / 자작시
새벽별이 뜰 때까지
긴긴밤을 자고 또 자도
밖은 깜깜하다
 
텃밭에 자라는 배춧잎
된서리에 몸서리치는데
찬바람이 지나간다
 
잎 떨군 감나무 이파리
소슬바람에 우수수 떨구고
힘없이 뒹군다
 
겨울 들머리 입동이라
까마귀 녀석들
감나무 가지에 앉아 기웃기웃
홍시 입맛 다시며
목소리 하난
기운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