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들녘을 찾은 쇠기러기떼... 군무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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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들녘을 찾은 쇠기러기떼... 군무가 장관이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1.11.11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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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늦가을의 쇠기러기 군무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가 강화 들녘에 모여있다. 쇠기러기는 들에 떨어진 볕 낱알이나 벼 그루터기를 먹는다.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가 강화 들녘에 모여있다. 쇠기러기는 들에 떨어진 볕 낱알이나 벼 그루터기를 먹는다.

들녘은 추수가 모두 끝났다. 얼마 전만 해도 황금벌판으로 출렁였던 들녘에 휑한 바람이 인다. 뭔가 채워졌을 때는 넉넉함이 묻어 있는데, 비어 있으니 쓸쓸하다. 가지런히 쓰러진 볏짚만이 황량한 들판을 지킨다.

인디언의 달력에는 '11월은 모든 것이 다 사라지지 않는 달이다.'라고 했다. 들겨울달 11, 아직 남아있는 게 있어 다행이다.

가을걷이 끝낸 들녘에 남아있는 게 뭐가 있을까?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모처럼 만에

자전거 나들이이다. 오늘은 등에서 바람이 불어 한결 수월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마스크를 벗고 달리니 날아갈 것 같다. 볼에 닿는 차가움에도 상쾌함이 느껴진다.

대형을 지어 나르는 쇠기러기떼. 한 줄로 날기도 하고. V자형으로 무리가 함께 이동한다.
대형을 지어 나르는 쇠기러기떼. 한 줄로 날기도 하고. V자형으로 무리가 함께 이동한다.

끼룩끼룩! 한 무리의 쇠기러기가 지나간다. 멋진 대열로 하늘을 수놓는다. 자기들 살기 좋을 철을 알아차리고 언제 찾아왔을까? 두 다리를 바짝 뒤로 모아 줄지어 날아가는 행렬이 보기 좋다.

수로가 있는 논길로 접어들었다. 어디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귀를 쫑긋하여 소리 나는 곳을 찾았다. 들리는 곳은 머리 위가 아니고, 조금 떨어진 논바닥이다. 엄청난 수의 쇠기러기 떼가 모여있다.

'아니, 요 녀석들, 오늘은 웬일이야! 여기 죄다 몰려있네!'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 떼가 몰려있다. 논바닥에 짝 깔려있다. 작은 무리가 자꾸 모여들고 있다.

녀석들 목소리는 기기묘묘하다. '끄으륵 끄륵, 꽈아한, 끼루룩!' 좀처럼 흉내 내기도 어렵다. 먹이가 많아서일까? 즐거운 듯 야단법석이다. 어정어정 걸어 다니는 모습이 우습다. 머리를 땅에 박고 먹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쇠기러기는 경계심이 많다. 가까이 다가가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다 일제히 자리를 박차 날아오른다.
쇠기러기는 경계심이 많다. 가까이 다가가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다 일제히 자리를 박차 날아오른다.

얼른 자전거에서 내렸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녀석들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살금살금 다가가며 발소리를 죽였다. 몇 발짝 떼지도 않았는데, 녀석들 눈치가 예사롭지 않다. 한 녀석이 푸드덕 날아오르자 그를 따르는 무리도 자리를 박차 날갯짓을 한다. 한꺼번에 비상하며 지르는 소리가 합창이 되어 울린다.

자리를 뜬 무리는 낮은 비행으로 멀리 가지 않고 거리를 두며 다시 자리를 잡는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이젠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카메라 줌을 최대한 당겨본다. 초점을 맞추느라 애를 쓰는데, 눈치 빠른 녀석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경계병이 보초라도 있는 건가?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다 누군가가 보낸 신호에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발걸음을 멈췄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는지 다시 평화로이 고개는 땅을 향한다. 좀 더 가까이 살금살금. 어느새 몇 녀석은 푸드덕 날아오른다.

자리를 박차고 날으는 쇠기러기 군무. 아름다운 비행이다.
자리를 박차고 날으는 쇠기러기 군무. 아름다운 비행이다.

마침 건너편에서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다. 갑자기 놀란 녀석들, 죄다 혼비백산 자리를 박찬다. 하늘이 까맣고 시끄럽기 이를 데 없다. 잠깐 사이 군무가 펼쳐진다. 정말 장관이다.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살아있는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지는 것 같다.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동네 아저씨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빈들에 녀석들이 주인 노릇 하네! 떼로 모여있으니 아주 멋지네, 멋져!"

아저씨도 쇠기러기 군무가 감격스러운지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쇠기러기는 오리과에 속하는 겨울 철새이다. 몸길이가 75cm 정도인데, 분홍색 부리와 배 쪽에 불규칙한 가로무늬가 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주로 농경지, , 습지나 하구 부근의 앞이 탁 트인 넓은 지역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 있다. 파도가 잔잔한 호수 등지에서 잠을 자고, 아침저녁에는 농경지로 날아와 먹이를 찾는다. 추수하고 떨어진 낱알이나 벼 그루터기를 주로 먹는다.

새들 손님이 찾아와 황량한 들녘에 적막을 깬다. 기러기가 날아간 허공을 응시하자 멀리 마니산이 보인다. 산은 온통 단풍이 들어 만산홍엽의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가을은 어느덧 쇠기러기의 군무를 남기며 동장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것 같다. ! 가는 가을이 무척 아쉽다.

 

강화도의 아름다운 마니산 단풍.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로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온다.
강화도의 아름다운 마니산 단풍.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로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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