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문화자치 시대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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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문화자치 시대 심리학
  • 임승관
  • 승인 2021.1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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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임승관 /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지금 전국 205개 지방정부에서는 관련 조례와 함께 ‘주민자치’를 시행 중이다. 10년 전 2012년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이 시작이다. 대부분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주민자치 강화가 목표다. 10년 동안 주민자치 개념은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교육과 평생학습, 복지와 문화예술, 자원봉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도한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주민참여형 사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전면적인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단체장의 정책 결정은 주민의 환대나 저항을 고려한다. 10년을 유지하며 이미 전국으로 퍼진 주민참여형 사업의 경우 더욱 신중했을 것이다. 전면적인 축소에 대한 저항이 없고 있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10년 동안 주민참여형 사업을 경험한 시민은 수천 명에 이를 것이고 양성과정을 거친 마을활동가도 수백 명일 것이다. 만만치 않은 규모의 유권자다. 근데 아직 언론에 알려진 주민들의 저항이 없다. 문화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의 호소와 저항만 보인다.

주민들은 경험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흔해서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인가? 작은 마을공동체나 개인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인가? 아니면 지난 10년 동안 정책에 별다른 효능감을 못 느껴 애착이 크지 않나? 이상하다. 지난 2019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공모사업 참여 후 지역행사 참여도 늘었고, 다른 모임이나 단체와 협력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소속감이 생겼다. 마을 현안 해결에도 참여하며 지역사회 주체로 역할을 한다는 효능감도 늘었기 때문이다.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라는 심리 현상이 있다. 자신이 고생했거나 엄청난 노력을 쏟은 일, 계획, 물건들은 다른 비슷한 것보다 더 가치 있게 느끼고 애착을 보이는 심리적 현상이다. 제품 완성 과정에 소비자를 개입시켜 애착을 일으키는 마케팅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다. 제너럴밀스사의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 브랜드인 ‘베티 크로커’다. 1950년대 생산한 케이크 믹스 ‘베티 크로커’는 2011년에 등장한 개념인 ‘IKEA 효과’ 보다 강도가 세다. IKEA는 주어진 재료와 도구를 사용해 설명서를 따라 하면 완성된다. 하지만 ‘베티 크로커’케이크 믹스는 재료도 부족하게 준다. 소비자는 그 재료를 따로 사 첨가해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그 고생이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10년의 주민자치 시대는 시민들이 정책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게 개입 방법을 모색하고 정착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널리 활용하고 있는 방법은 ‘자문형’이다. 정책의 이해당사자를 모아 의견을 묻고 듣는 것이다. 이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전제로 한다. 마케팅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 여론조사와 비슷하다. 다음은 동 주민자치회 같이 직접 사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치형’이다. 자문형 보다 사업에 대한 개입 단계가 앞선다. 애착도 그만큼 다르다. ‘자문형’으로 생산한 정책에 대해서는 개입한 사람들도 쉽게 평가와 비판을 하지만 ‘자치형’으로 진행한 사업은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옹호를 쉽게 받는다.

지금 이루어지는 ‘자치형’ 정책 개입 방법이 마을 기득권과 같은 위계질서로부터 자유로운 민주성을 극복했는가는 지난 칼럼에서 다뤄 생략한다. 다룰 문제는 정책 생산과정에서 어느 지점부터 주민이 개입하고 노력을 가할 수 있는가이다. ‘노력 정당화’ 효과로 발생하는 애착은 거기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대부분 공모사업을 통해 경험한다. 공모사업은 대부분 같은 사업에 연속 3년을 지원하면 신입 공동체 참여 보장을 이유로 더 선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자립하거나 다른 공동체 지원 공모사업을 찾아보아야 한다. 즉, 주민들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 지점은 주민참여 정책의 생산과정이 아니라 과업 실행 부분이다. 주인의식이나 애정은 여기서 일어난다. 처음부터 공모사업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방향을 합의하여 공모정책을 만드는 데 개입한 사람들만이 주민 참여형 사업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축소 방침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이유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참여형 공동체 사업 정책을 다수의 주민과 시민들이 옹호하고 지키는 애착은 시민이 지닌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인 시민들이 최대한 정책 생산 과정 시작부터 개입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실행해야 비로소 기대할 수 있는 현상이다.

분야 활동이 10년이면 전문가 수준에 도달다는 ‘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서울에만 수백 명, 전국으로 수천 명의 공동체 활동가들이 만 시간을 채우며 전문가가 되고 있다. 주민 참여형 정책은 민간 부분의 역량과 책임을 새롭게 인식해야다. 정책에 대한 실효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세련된 홍보도 중요하지만, 기획 초기부터 세련된 개입을 통해 많은 시민이 정책 생산에 노력을 쏟아 다른 정책보다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이 더욱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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