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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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 최원영
  • 승인 2021.11.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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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26화

 

 

누구나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방황하면 어른들이 걱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위를 어른의 시각에서 ‘옳고 그름’으로만 나누면 자녀와의 갈등만 깊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방황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깨달음’을 얻기도 할 테니까 조금은 너그럽게 기다려보는 것도 지혜입니다.

오늘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에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분과 생각을 나누어보겠습니다.

저자는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건 아니라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제정신이 아니라고들 했다. 시를 쓰고 밤을 새워 책을 읽느라 학교는 낙제였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포기하자 미쳤다고들 했다.

잡지사를 다니다 반년도 안돼 그만두자 ‘왜?’라고 물었다. 돈을 빌려 음악카페를 열었다가 석 달 만에 문을 닫자 그새 망했냐고 비아냥거렸다.

거리에서 솜사탕 장사를 하자 ‘정말?’이라고 했고 한 계절 만에 접자 뒤에서 손가락질했다. 솜사탕은 철 장사인데 말이다.

저자의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생활을 버리고 경기도 산 중턱 버려진 집에 들어가자 그들은 나를 포기했다. 산(山) 생활이 어려워 여의도 회사에 다니자 사람들은 말렸다. 바바 하리 다스의 〈성자가 된 청소부〉 원서를 읽고 번역하겠다며 회사에 사표를 내자 다들 어리석다고 했다. 그 원고는 ‘재미가 없다’라는 이유로 몇 군데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불법체류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뉴욕으로 떠나자 ‘꼭 그래야만 하는가?’라며 물었다. 두 달 만에 가진 돈 모두 털어 인도 명상센터로 가자 ‘차라리 뉴욕에 있을 것이지’라며 혀를 찼다. 다들 내가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귀포로 이사하자 사람들은 계절마다 놀러 와서는 외롭겠다고 했다. 두 해 만에 서울에 오자 그 좋은 곳을 왜 떠났냐고 했다.

인도에만 자꾸 가자 그들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 유럽과 중국에도 가라고 조언했다. 해마다 인도를 가니 비로소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원고를 완성하자, 출판사들은 시를 읽는 독자가 적다며 출판을 거절했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썼을 때도 인도기행문을 읽을 독자가 없다며 고개 저었다. 대신 프랑스나 스페인 기행문을 쓰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을 번역하자 죽음을 앞둔 사람들 이야기라며 거절했다.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상업적 작가란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시계추의 한쪽은 ‘오해’이고 다른 한쪽은 ‘이해’입니다. 똑같은 ‘사실’을 놓고도 입장에 따라

‘오해’가 되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 방황을 통해 성숙해졌고, 그것이 오늘의 류시화를 만들어놓았을 겁니다. 그러나 당시 지인들은 그의 방황을 그저 방황으로만 여겼을 겁니다. ‘오해’했던 겁니다.

이렇게 오해와 이해는 똑같은 사실을 두고 달리 볼 때 생깁니다. 둘은 원래 하나였는데 말입니다.

그런 비아냥을 들으면서 오랜 방황 끝에 오늘의 자리에 오른 저자는 어느 인디언의 말을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전합니다.

그 어떤 길도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가 그걸 따를 수 없다고 느끼면 어떤 상황이든 그 길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 자신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라고.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아니라면 무의미한 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즐거운 여행길이 되어 너는 그 길과 하나가 될 거다. 그렇지 않은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너로 하여금 삶을 저주하게 만들 거다. 한 길은 너를 강하게, 다른 한 길은 너를 약하게 만든다.

멋진 말씀입니다. 칭찬을 듣든 비난을 받든 나의 진실한 마음이 담긴 일을 하고 있다면 그저 그 일을 계속해나가라는 것, 이것이 행복의 비밀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해했던 것도 돌아보면 이해가 되고, 이해했던 것도 때론 오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귀를 열고 눈을 떠야 합니다. 그래야 오해에서 이해로 바뀌게 될 테니까요.

오늘 우리는 누군가가 방황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 때조차도 그 방황이 그에게는 어느 날 멋진 선물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믿고 기다려주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방황 역시도 어느 날, 반드시 멋진 추억과 놀라운 깨달음으로 우리를 우뚝 세워놓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이 원하는 한, 당당히 그 일을 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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