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의 음악 논설 - 음양 소리를 합하는 원리를 설파하다
상태바
소남의 음악 논설 - 음양 소리를 합하는 원리를 설파하다
  • 송성섭
  • 승인 2021.11.16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부르는 소남 윤동규]
(21) 소남의 음악 논설② - 송성섭 박사(동양철학)
[인천in]은 잊혀진 인천의 실학자 소남 윤동규의 삶과 업적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기획해 격주로 연재합니다. 특집 기획기사는 송성섭 박사(동양철학)와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집필합니다. 

 

동양은 예로부터 서양보다 음악을 중시해 왔다. 갑골문을 통하여 그 실체가 드러난 바 있는 은상왕조(殷商王朝, 기원전 1600년-기원전 1046년)는 천명(天命)에 의해 통치하던 국가였다. 은상왕조는 천명의 소재를 묻기 위해 점을 치지 않은 때가 없었으며, 그때마다 하늘에 음악을 사용하여 바쳤는데, 그 흔적이 『주역』에 남아있다. 이른바 예괘(豫卦, ䷏)가 바로 그것으로, “우레가 땅으로부터 나와서 떨친 것이 예괘이다. 선왕 그것을 보고 악을 지어 덕을 숭상하였다. 은나라는 그것을 상제에게 올려, 조고에게 배향하였다(雷出地奮, 豫. 先王以作樂崇德, 殷薦之上帝, 以配祖考)”는 것이다. 또한 『효경(孝經)』에서도 “풍속을 바꾸는데 음악만한 것이 없다(移風易俗, 莫善於樂).”고 하여, 음악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학문보다 지대하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한 바 있다.

서양이나 동양을 막론하고 한 옥타브 사이에는 음이 모두 12개가 있다. 달리 말하면 음을 정하는 원리가 동일하다. 이를 음정(音程)이라 하고, 영어로는 ‘interval’이라 한다. 즉 간격이라는 뜻이다. 모든 음과 음의 간격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리에 따라 12개의 음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도(Do) 다음에 만들어지는 음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Re)라고 답하는데, 사실은 솔(Sol)이 두 번째로 만들어진다. 즉 도(Do)와 솔(Sol)의 간격에 의해 음을 만들면 모든 음의 간격이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솔(Sol) 다음에 만들어지는 음은 당연히 레(Re)이고, 레(Re) 다음은 라(Ra)이다. 도(Do)↔솔(Sol)↔레(Re)↔라(Ra)↔미(Mi)↔시(Si)의 순으로 음이 만들어지면, 12개 음의 간격이 동일해진다.

피아노 건반
피아노 건반

동양에서는 이를 격팔상생응기도설(隔八相生應氣圖說)로 설명하였다. 즉 황종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여덟 칸을 움직이면서 음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황종(黃鍾)⸱도(Do)↔임종(林鍾)⸱솔(Sol)↔태주(太簇)⸱레(Re)↔남려(南呂)⸱라(Ra)↔고선(姑洗)⸱미(Mi)↔응종(應鐘)⸱시(Si)의 순으로 12개의 음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달리 삼분손익(三分損益)이라고도 한다. 즉 황종의 9촌(寸)을 삼분(三分)하여 그 하나를 덜어내면 6촌(寸)의 임종(林鍾)이 되고, 6촌의 임종(林鍾)을 삼분하여 그 하나를 더하면 8촌(寸)의 태주(太簇)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삼분손익(三分損益)하여 12개의 음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수(數) 중에서 1⸱2⸱3⸱4만을 사용할 경우, 1:2는 옥타브 관계, 반음 관계를 의미하고, 삼분손익의 2/3와 4/3에 의하여 음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동양과 서양이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隔八相生應氣圖
隔八相生應氣圖

 

동양에서는 서양과 달리 12개의 음이 양(陽)과 음(陰)으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를 육률(六律)과 육려(六呂), 혹은 간단히 율려(律呂)라고 한다. 육률(六律)은 황종(黃鍾), 태주(太簇), 고선(姑洗), 유빈(㽔賓), 이칙(夷則), 무역(無射)을 가리키며, 육려(六呂)는 대려(大呂), 협종(夾鍾), 중려(仲呂), 임종(林鍾), 남려(南呂), 응종(應鍾)을 가리킨다. 음양으로 말하면, 황종(黃鍾)―대려(大呂), 태주(太簇)―협종(夾鐘), 고선(姑洗)―중려(仲呂), 유빈(蕤賓)―임종(林鐘), 이칙(夷則)―남려(南呂), 무역(無射)―응종(應鐘)으로 짝지을 수 있다.

서양과 달리 12율려는 각기 그 뜻을 지니고 있다. 황종(黃鍾)은 원시(原始)라는 뜻이고, 대려(大呂)는 황종을 도와 기(氣)를 펴고 만물을 싹틔운다는 뜻이다. 태주(太簇)는 양기가 땅에 크게 모인다는 뜻이고, 협종(夾鐘)은 중춘(仲春)이 되어 좌우에서 끼고 있다는 뜻이다. 고선(姑洗)은 양기가 만물을 씻어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고, 중려(仲呂)는 양(陽)이 끝나고 음(陰)이 싹트면 만물이 나그네가 되어 서쪽으로 간다는 의미이다. 유빈(蕤賓)은 양이 비로소 음기를 인도하여 음기로 하여금 만물을 계속 기르게 한다는 뜻이고, 임종(林鐘)은 많이 모인다는 뜻이다. 이칙(夷則)은 백성이 편안한 때 만물이 꽃피어 열매 맺지 않음이 없으니, 각각 지켜야 할 준칙이 있다는 뜻이고, 남려(南呂)는 해가 남쪽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때이므로 남(南이라 하고, 양률에 짝이 되므로 여(呂)라고 한 것이다. 무역(無射)은 양이 바야흐로 일을 주관하려 하니, 싫어하는 이가 없다는 뜻이고, 응종(應鐘)은 양(陽)의 선창에 화답한다는 뜻이다.

소남(邵南)이 남긴 음악에 관한 세 편의 논설, 즉 ‘종률합변의(鍾律合變疑)’, ‘종률변(鍾律辨)’, ‘선궁구변동이변(旋宮九變同異辨)’에 대해 설명하려다 보니, 이렇게 사설이 길어졌다. 동양의 악론(樂論)에 대해 아직도 설명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으나, 이쯤에서 줄이고자 한다.

소남(邵南)이 남긴 세 편의 음악 논설은 주자(朱子)의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만을 읽고, 그 의문을 기록한 것이다. 소남(邵南)의 음악 논설은 그 때문에 한계 또한 분명하지만, 동양의 악론(樂論) 중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논설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동양의 악론(樂論)은 천신에 사(祀)하거나, 지신에 제(祭)하거나, 인귀에 향(享)할 때, 각기 그 음악의 선법을 달리하고, 각기 연주하는 횟수를 달리하며, 연주하는 악기를 달리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하여 조선 태종 때 허조(許稠)의 견해와 세종 때 박연(朴堧)의 견해에 차이가 있었다. 지금도 『세종실록』의 부록에 실려 있는 오례(五禮)의 길례 서례(吉禮序例)에는 허조의 견해가 기록되어 있지만, 박연에 의해 비판되어진 견해이다.

 

뇌고, 영고, 노고
뇌고, 영고, 노고

 

허조는 천신에 제사할 때 음악을 8변(變) 연주하고, 연주하는 북의 면수, 즉 뇌고(雷鼓)나 뇌도(雷鼗)의 면수가 8면이어야 하며, 또한 지신에게 제사할 때 음악을 6변(變) 연주하고, 이때 사용하는 북의 면수, 즉 영고(靈鼓)나 영도(靈鼗)는 6면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박연은 허조의 견해에 대해 천신과 지신에게 제사하는 북의 면수가 바뀌었다고 비판한다. 즉 천신에게 제사할 때의 북의 면수는 6면이어야 하고, 지신에게 제사할 때는 8면의 북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신(天神)에게 제사할 적에는 묘궁(卯宮) 환종(圜鍾)의 음률을 사용하여 음악은 여섯 번 변하는 것을 사용하고, 북은 여섯 면(面)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선천(先天)의 수(數)에 묘(卯)가 그 육(六)을 얻은 때문이며, 지기(地祇)에게 제사할 적에는 미궁(未宮) 함종(函鍾)의 음률을 사용하여, 음악은 여덟 번 변하는 것을 사용하고, 북은 여덟 면(面)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선천(先天)의 수(數)에 미(未)가 그 여덟을 얻은 때문이라고 하였으니, 진양(陳暘)의 이 설(說)은 근거가 있는 듯합니다. 이제 봉상시(奉常寺)의 서례도(序例圖)는 진씨(陳氏)의 말은 상고하지 않고 다만 정강성(鄭康成)의 말에만 의거하여 도(圖)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두 북이 바뀌어졌사오니 진씨의 말에 의거하여 이를 고치게 하시기 바라옵니다.”(세종실록 47권, 세종 12년 2월 19일 경인 5번째 기사)

이렇듯 논쟁이 분분한 내용에 대해서 소남(邵南)은 천신에게는 7변(變), 지신에게는 8변(變), 인귀에게는 9변(變) 연주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출하였다. 왜냐하면 『주례(周禮)』에서 천신과 지신 그리고 인귀에게 제사하는 경우를 설명할 때, 바로 앞 항목에서 1변(變)에서 6변(變)을 이미 설명하였기 때문에, 그 다음의 천신, 지신, 인귀에 대한 항목은 차례를 따라 7변(變), 8변(變), 9변(變)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의 악론(樂論) 중 천신, 지신, 인귀에게 제사할 때,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다섯 조(調)에서 유독 상조(商調)만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관하여 논쟁이 분분하였다. 소남(邵南)도 이에 대해 견해를 제출하였는데, 이른바 『한서(漢書)』에서 말한 바 있는 삼통(三通)과 연관지어 음양 소리를 합하는 원리를 언급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천신, 지신, 인귀에게 제사할 때, 유독 상조만이 쓰이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이다. 그러므로 삼통과 연관지어 음양 소리를 합하는 원리를 언급하고 있는 소남의 견해만을 살펴보자.

“황종은 천통(天統)으로써 대려(陰)로 함께하는데, 이것이 궁성(宮聲)의 합이고, 임종은 지통(地統)인데 양(陽)인 유빈으로 합하여 치성(徴聲)의 합이 되며, 태주는 인통(人統)으로서 음(陰)인 응종이 함께하여, 상성(商聲)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고선은 각(角)이 되어 남려(陰)인 음으로써 함께하여, 각기 하나의 음(音)을 점유하게 된다. 그러나 이칙과 무역은 음(陰)으로써 양(陽)에 들어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 소리로 얻지 못한다. 협종과 중려도 양(陽)으로써 음(陰)에 들어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역시 그 소리를 얻지 못한다. 지금 조율하고자 한다면, 궁(宮)과 치(徴)는 천지음양의 근본이 되고, 각(角)과 우(羽)는 백성과 사물의 합이 되지만, 상성(啇聲)만은 합하는 것이 없는데, 인통(人統)은 천지만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상(商)은 금(金)에 속하고, 소리는 금속에서 나오며, 사람은 성음의 주인이기 때문에, 소리는 곧 상(商)이 다. 네 가지 소리 사이에 두루 흐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쓰이지 않는 쓰임(不用之用)이다.”

 

소남의 음악이론
소남의 음악이론

 

소남(邵南)은 우(羽)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에 어떠한 소리가 우(羽)가 되는 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음(陰)으로써 양(陽)에 들어맞아야 하는 이칙과 무역 그리고 양(陽)으로써 음(陰)에 들어맞아야 하는 협종과 중려에 대해서 이러한 음들이 합하는 원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동양에서 음양의 소리를 합할 때, 『주례』에서 말한 바 있듯이 황종으로 연주하고 대려로 노래하고, 태주로 연주하고 응종으로 노래하며, 고선으로 연주하고 남려로 노래한다. 유빈으로 연주하고 함종(임종)으로 노래하고, 이칙으로 연주하고 소려(중려)로 노래하며, 무역으로 연주하고 협종으로 노래한다. 이렇게 합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우주의 운행에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하는데, 북두칠성의 운행과 해와 달이 만나는 움직임에서 그 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연의 설명을 들어보자.

“대개 두병(斗柄) 이 십이신(十二辰)을 운행하되 왼쪽으로 돌게 되는데, 성인이 이를 본떠서 육률을 만들고, 일월은 십이차(十二次)로 모이되 오른쪽으로 돌게 되는데, 성인이 이를 본떠서 육동(六同)을 만든 것입니다. 육률은 양(陽)이니, 왼쪽으로 돌아서 음에 합치고, 육동은 음(陰)이니, 오른쪽으로 돌아서 양에 합치게 됩니다.”(세종실록 32권, 세종 8년 4월 25일 무자 1번째 기사)

 

음양합성법

 

우주의 운행에서 북두칠성의 운행과 일월의 운행은 상호 연관되어 움직이는데, 북두칠성이 자(子)의 위치에 있으면, 해와 달은 축(丑)에서 만나고, 북두칠성이 인(寅)의 위치에 있으면, 해와 달은 해(亥)에서 만나는데, 이렇듯 묘(卯)-술(戌), 진(辰)-유(酉), 사(巳)-신(申), 오(午)-미(未)의 운행에 의거하여 이에 해당하는 소리를 합한다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악기(樂記)」에서 말한 바 있는 “음악은 하늘의 원리에 따라 지어진다.(樂由天作)”는 것이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