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삶… 관념, 자아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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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삶… 관념, 자아에서 벗어나기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1.11.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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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시민로드(하) - 문화가 있는 도시]
(7) 미학 공동의 몸체 만들기 - 임지연 /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

인천in은 올 상반기 이어 11월 2일부터 학산문화원이 진행하는 지역인문강좌 ‘미추홀 시민로드 ? 문화가 있는 도시를 꿈꾸다’ 중 <미학>과 <생태자원>편을 각각 4회씩 8회에 걸쳐 요약해 싣습니다. ‘문화시민을 위한 미학’은 ‘천하의 잡것이 되어라’를 주제로 임지연 생명정치재단 상임이사가, ‘문화와 생태자원의 회복’은 ‘학익천맹꽁이의 회복’을 주제로 장정구 인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이 진행합니다. 11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각각 강좌를 열고 오후에 인천in에 게재됩니다.

 

내면화되는 서구 세계관의 변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는 명제로 인해 자아의 시대가 열렸다. ‘자아’는 서구 근대를 여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서구 세계관의 변천을 보면 내면화의 경향이 드러난다. ▲고대는 ‘신화의 세계’ ▲중세는 ‘신학의 세계’ ▲르네상스는 ‘인간의 세계’ ▲근대는 ‘개인/나의 세계’로 점차 좁아지며 역삼각형 구조가 형성된다.

근대 이후 인간은 이성의 능력을 강조하며 진리를 자신의 안에서 찾아야 했다. 서구인들이 명석판명한 진리를 강조하는 모습은 신화의 세계부터 이어진 이성, 합리성, 수학적 진리에 대한 동경심을 보여준다.

서구 정신사의 원형은 피타고라스로부터 찾을 수 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말했다. 수적 체계로 변화무쌍한 자연을 이해하면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피타고라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데카르트-칸트-헤겔 등 철학자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서구 정신사 종합판인 헤겔은 정신이 어떻게 운동하는 지를 변증법을 통해 설명했다. 헤겔의 변증법은 정반합의 구조로, 단순히 기계적이지 않고 삶에 점착적이다. 헤겔은 세계 구성에서 최고의 원리를 정신으로 생각하며, 모든 걸 정신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술과 아름다움도 정신 안에 포함됐다고 보았다. 예술이 참된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비합리성= 예술(art)

예술을 포함한 모든 개념이 이성적으로 설명되고 인간중심으로만 축소되는 건 큰 문제가 있다. 이성을 강조하며, 예술이 자본과 쉽게 결탁하고 있다.

예술의 본질은 koros(집단, 합창)에서 파생된 choreia로부터 유래된다. choreia(춤+노래+시)는 도취, 광란의 신인 Dionysos(디오니소스) 숭배 제의 때 많이 행해진다. 사람들이 choreia할 때 Dionysos를 mimesis(모방+표현)한다. 신적 광기를 지닌 mania(마니아)를 형성하며, 몸에 있는 안 좋은 걸 배설하는 katharsis(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궁극적으로 enthousiasmos(영감)을 받은 상태에서 행하는 예술이 참된 모습이다.

비합리적인 choreia와 달리 techne는 이성적 제작술이다. 히랍어 techne는 아랍에 ars로 번역되며 중세에는 ars를 학문의 방법론으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ars는 artes liberales(자유로운 기예들)와 artes vulgares(비천한 기예들)로 구분됐다. artes liberales는 음악, 문법, 수사. 논리, 산술, 기하, 천문 7가지 학문, artes vulgares는 육체노동이 들어간 모든 것을 포함했다. 르네상스를 지나며 회화, 조각, 건축 등이 원근법 등의 고안으로 artes liberales에 포함됐다. 현대 art는 정신의 힘이 강조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art의 개념에서는 천재적 상상력을 기대하며 enthousiasmos(영감) 계열의 영향을 받는다.

art는 techne에서 왔지만, 폭을 넓혀 인간의 이성적 상태에서 벗어나 더 큰 정신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현대 예술, 대화가 많을수록 가치가 오른다

옛날부터 겉으로는 인간의 모습인 신화적 존재의 탁월함을 나타내기 위해 황금 비율을 사용했다. 수적 비례를 갖춤으로써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수적 비례는 인간의 이성 정신활동을 통해 찾는 것이다.

수적 비례는 르네상스까지 이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수평구조로 르네상스 미술의 전형적 구조다. 중심 인물 뒤쪽에 소실점을 두고 모든 존재가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모습 구현한다. 또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대칭으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그림을 표정이나 동작을 통해 운동성을 나타냈다.

19세기부터는 서양 미술에서 이성 강조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보인다. 아는 대로 그리는 것을 탈피해 원근법 없이 평평하고 그림자 처리를 다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속되지 못했으나 추상 형태의 저항이라는 결과를 일으켰다.

20세기 초, 회화가 평면성을 획득하며 정신의 작용으로 이행됐다.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정할 기준을 잃어버리는 수준이 되자 예술은 합리적 담론을 통해 정당화됐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등록시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비평가, 학계 연구자, 전시관계자 등 예술과 관계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해야 한다.

앎이란 ‘거리두기’와 ‘무관심적 만족감’에서 발견된다. 대상에 가까이 가면 대상의 속성을 파악할 수 없다. 서구 정신사와 근대성의 기초로서의 ‘앎’과 ‘이해’는 자본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다. 추상화되기 쉽다. 미술에서도 작품에 대해 오가는 말(지식)이 많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아모르파티… 니체가 제안한 ‘기쁨의 철학’

이성은 분리, 정화를 작동원리로 움직이는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판단하고 행동할 때 쾌/불쾌, 옳음/그름, 이익/손해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

대부분 멍한 상태로 어떤 것이 좋고 옳고 이익되는지 정확하게 판단 내리지 못한 채 대세를 따라간다. 자기 기준을 가지고 첨예하게 살필 줄 아는 정신은 많은 훈련을 거쳐야 가능하다. 이성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모든 걸 이성적으로 분리해 나를 중심으로만 생각하면 팬데믹, 생명 가치의 훼손, 생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없다.

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위해서는 자아 중심의 관념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의 제안은 니체에 이르러 발견된다. ‘아모르파티’는 생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나라는 관념에 갇히지 말고 살아있는 나의 삶을 기뻐하는 ‘기쁨의 철학’을 니체는 제안했다.

레싱은 인간은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인간이 완전해지는 게 아니라 진리를 추적함으로써 완전해진다고 이야기했다. 추적한다는 건 동경하고 결핍을 느끼면서도 실망하지 않고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추적하는 마음 자체가 사랑이다.

 

 

미학적 삶, ‘순수한 자아’에서 해방

근대의 이성에서 벗어나 미학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순수한 자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관념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닌 나의 행위, 시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처음에는 혼돈, 혼잡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관념을 버리게 되면 훨씬 단순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관념과 이성의 분리 작용을 멈추면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안에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방하고 표현하면 활기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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