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동네서점의 가치를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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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 동네서점의 가치를 높이다
  • 강영희
  • 승인 2021.12.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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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별곳]
(1) 동네책방 [미래문고] - 문화사랑방이 되다
- 강영희 / 마을사진관 다행 & 골목갤러리 한점 운영자
부평구가 시민거버넌스 사업으로 생활문화공간을 지원하는 <부평별곳>의 막을 올렸다. <부평별곳>은 도시규모에 비해 생활문화예술의 토대가 척박한 부평구가 '문화도시 부평'를 표방하며 부평의 개성있는 작은 민간 문화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별처럼 빛나는 공간' <부평별곳>으로 선정된 10곳을 소개하고 응원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생활속 문화예술공간으로 활동을 하면서 삶의 활력이 생겼어요~@
생활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면서 삶의 활력이 생겼어요~@미래문고 이애숙 대표
와~ 책방이다!! @ 
와~ 책방이다!! @ 
책방입구 모습

부평의 별 같은 빛나는 공간을 찾아서  

부평에 살면서도 부평을 돌아볼 일이 거의 없다. 그냥 동네 한 바퀴 도는 일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사람이 많고, 집-건물이 많고, 차가 많고, 많은 것들에 피곤함을 느낀다. 작은 공원이 있어서 가보면 복작복작 아이와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나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런 여유를 느끼려면 인천대공원이나 부평공원, 상동호수공원쯤은 가야하지만 가볍게 걸어서 다닐만한 곳은 아니다. 한가로웠던 그 곳은 어느새 여유를 느끼기엔 너무 빡빡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필자가 태어나 자란 동네인데,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이 되어갔는데, 재개발로 뛰놀던 동네를 떠난 후 어린 시절 친구들은 만날 일이 없다. 어딘가 살고 있다고 결혼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 소식은 친목모임을 다녀온 어머니를 통해 간간히 듣는 정도였다. 

가족들이 가까이 살지 않는다면 굳이 있을 이유도 없는 곳, 그저 잠자고 소비하는 것 외에 마음 붙일 곳 없는 전형적인 베드타운, 상업도시. 1년에 한 번 있는 풍물축제는 멋지지만 그 한 번 뿐이고, 어딘가 있다는 그곳은 집 근처에 없다. 그래서 집 근처에 마음 붙일 문화공간을 만들려고 공간을 알아봤지만 일상을 감당할 최소한의 비용도 나오지 않는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이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평구가 지난 9월 ‘부평별곳’을 공모하고 10곳을 선정했다. 취재에 나섰다. 넓다란 부평에 그런 곳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지, 제대로 된 공간이긴 할지 기대 반 걱정 반, 오늘 그 첫 공간을 찾았다. 

 

부개역 1번출구, 첫번째 버스 정류장_미래문고
반갑다!~! 오랜만에 책방 그대로의 책방!! 

 

와~ 책방이다!!

부개역 1번 출구, 첫 번째 버스정류장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래문고. 버스정거장 바로 옆 건물 지하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서점이 있었다. 2005년 5월 ‘부평 한겨레문고’가 사라진 후 길 건너 부평문고를 가끔 가긴 했지만 발길이 잘 닿지 않았었다. 그렇게 부평에서 책방을 향하던 발길을 끊고는 정말 오랜만에 ‘서점 같은 서점’ 느낌이 났다.

부개역에서 나와 서둘러 책방으로 향했다. 지하로 이어진 계단에는 쾌쾌한 냄새대신 익숙한 책소개와 프로그램, 활동소개가 적힌 알림막이 걸려 있었고, 문을 여니 ‘딩동’하는 기계음이 울리는 동시에 ‘어서오세요~’ 하며 중년의 여인의 반가운 음성이 들렸다. 

책방지기 이애숙 대표에게 ‘일단 사진 한 컷 미리 찍어도 될까요?’하니 초록색 명함을 건네며 머리를 가다듬으신다. 사진을 찍고 명함을 찾으며 서점이 언제 만들어 졌는지, 어떻게 책방을 하게 됐는지 말씀을 들으며 휘익 한 바퀴 둘러보니 ‘오~ 책방이다!!’ 하는 뭔지 모를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주섬주섬 내려놓은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서점 안쪽 넓은 탁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캘리그래피 프로그램 결과물@
이애숙 대표@다양한 문화사업을 하게 되는 건 책이 가진 저력이 아닐까


제 꿈이었어요~ 어려서부터

90년대 말 지금의 공간 도로 건너편 건물 1층, 15평쯤 되는 공간에서 서점을 열었다. 4년-5년 정도 되었을때 건물주가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지금의 지하로 오게 됐고, 이 곳에서만 근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책방이 대부분 지하에 있는 이유가 책 무게 때문이란 걸 '알쓸신잡'에서 들었던 기억도 났다.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동네서점도 서적 이외에도 꽤 다양한 콘텐츠들을 판매했고,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은 12월이면 가계부 부록이 있는 여성지, 연예인 브로마이드나 영화 포스터가 있는 잡지, 만화나 영화 월간지 등 요즘말로 굿즈라고 할만한 부록들과 같이 많이 나갔다고 했다. 

필자 역시 한겨레 문고에서 '키노Kino'나 '프리미어', '씨네21' 같은 영화잡지, '015B', '이승환', '화이트', '이오공감' 같은 앨범을 LP로 구입했고,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책도 사기 시작했었다. 카드며 노트, 펜 같은 소품들도 문구점이 아니라 그 곳에서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스마트폰 사용이 활성화 되면서 소소한 물건도 다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급격히 손님이 줄어들었고,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아들과 함께 문화공간으로의 활용을 도모하게 되며 다각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캘리그래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책방지기 _이애숙
부평평생학습관에서 주관하는 '학습다방'도 진행했다@

 

화요봐요~, 토요봐요~

2019년 문체부 주관 지역서점 문화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문화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격주로 책을 읽고 화요일에 만나 이야기 나누는 독서토론모임 ‘화요봐요’, 한 달에 한 번 만나 영화를 보고, 영화지기가 들려주는 다양한 영화 관련 이야기를 듣는 ‘토요봐요’, 낭독 모임인 ‘청서’등은 이때 만들어져 아직까지 운영중이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모임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낭독모임은 멈춘 상황이다.  
2020년 '문화가 있는 날-동네책방 문화사랑방'으로 자리잡으며 ‘심야책방’을 운영하며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했다. 올해는 「인천시」의 ‘천개의 문화오아시스’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60+행BOOK학교’, 「문체부」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에 다시 선정되어 활동을 진행했다.

 

여기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참여가 폭발적이었고, 의미도 컷다@
올해는 인천시가 주관하는 '천개의 문화오아시스'로 선정되었다.@2021

 

부평별곳-미래책방, ‘시를 가깝게 ; 시詩 near’

미래책방은 지역서점의 가치를 높이고, 독서활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마련하여 지역주민과 나누는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부평별곳’ 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시를 가깝게 : 시詩 near>라는 주제로 심정자 시인을 모시고 5주간의 강좌를 진행했다. 

이애숙 책방지기는 급하게 진행된 지원 사업에 운 좋게 선정된 것도 기뻤지만 그 동안의 여러 지원사업과 달리 ‘부평구’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라 왠지 더 친숙하고 활기찬 기운이 들어 좋았다. 선정 후 바로 이어진 워크숍이나 컨설팅도 신속했고, 공간구성이나 프로그램 구성 등 실제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됐며 지원단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오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서 의기소침하고 코로나19로 우울감에 지칠 수 있었는데 문화적인 활동을 다양하게 하면서 활기가 생겼고, 사람을 만나는 다양한 활동에 즐거움을 느꼈으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이런 것을 함께 맘껏 누릴 수 없어 아쉬워하신다. 

 

미래문고를 주제로 한 10분 백일장 결과물이 코팅되어 걸린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민,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끝나면 더이상 발걸음 하지 않는 태도들에 아쉬움 많다. 코로나19 감염병 시대인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시민이나 주민들 스스로도 그런 모색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혼자 오기 힘들면 친한 사람 두서넛 함께 어울려 오시라. 열심히 마련한 프로그램도 참여하시고, 자기들만의 문화활동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상속의 생활문화가 체험이나 프로그램의 한계이기도 하다. 각종 행사를 통해 만나고, 그 만남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히셨다.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진행하고 운영하다보니 즐길수 있는 여지가 적다. 맘편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주면 좋겠다. 큐레이팅처럼 볼줄 아는 누군가 의미있고 좋은 공간을 골라 선정하고 그 의향을 물어 펼칠 수 있게 해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쉬어야 될 나이에 이리뛰고 저리뛸려고 하니 많이 힘들다. 그럼에도 즐겁다. 그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면 좋겠다.

문화재단이나 예술회관 등 커다란 무대가 필요한 예술활동들은 문화재단이나 예술회관 등에서 하더라도 소소한 일상의 예술은 우리같은 생활문화공간에서 펼치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시민들의 문화인식이 높아져 이런 공간을 운영하면서도 먹고 살 걱정이 크지 않기를 바래본다. 

 

미래서점 책방지기가 건네는 부평의 다양한 문화공간과 활동을 듣다보니 부평에서 사는 사람으로 생각이 많이 드는 시간이었다. 도시가 커서 소중하고 멋진 것들이 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어린왕자의 그 사막처럼... 내가 만난 많은 공간들이 그랬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귀한 공간을 만나게 해 준 부평별곳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참여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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