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지키기', 이제부터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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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지키기', 이제부터가 시작
  • 노현기
  • 승인 2011.07.08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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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노현기 / 계양산 골프장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 사무처장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6월22일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진행됐던 계양산 골프장 관련 허가 절차를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격장 안전거리에 골프장을 설치할 수 없다는 군사시설보호법위반, 입목축적 허위조작의혹 제기 등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는 도시관리계획(도시계획시설 : 체육시설) 결정을 했던 걸 폐지한 것이다. 나중에라도 골프장을 추진하려면 2006년부터 진행됐던 <2011 수도권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수립> 절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재추진을 쉽지 않게 만들었다.

동시에 자연친화적인 계양산 공원조성 역시 시장 임기 중 무엇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시민사회나 인근 지역 주민들과도 충분히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추진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계양산 골프장 저지운동 6년의 과정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종종 다른 지역 골프장반대 주민대책위 분들이 "우리는 계양산처럼 절대 못한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민행동 전략보다 어려웠던 건 인천광역시와 환경부, 국방부, 산림청 등 관련 행정관청이 롯데건설에 대한 편들기를 하고 언론이 외면할 때마다 닥쳤던 절망감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그런 절망감을 극복하고 '계양산은 꼭 지켜진다'는 희망을 갖게 한 것은 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후원하고 박수를 쳐주신 시민들이었다. 무엇보다 나무들과 산개구리들과 도롱뇽과 맹꽁이와 반딧불이 등 계양산이 품고 있는 생명들이 스스로 계양산을 지켜냈다. 계양산이 품은 생명을 보며 행복했고, 시민들의 격려와 박수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힘들어도 뿌듯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골프장을 막아내기 위해 계양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계양산은 너무 많은 파괴와 훼손 위협에 처해 있다. 어쩌면 롯데골프장 때문에 계양산 보전을 위한 다른 여러 고민들을 뒷전으로 미뤄놨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롯데건설이 계양산 골프장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없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두고 행정소송을 낼 수도 있다. 또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대표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간부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어 지금도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의 계양산 골프장 백지화 결정에도 아직은 여진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계양산의 상당 면적이 국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이고, 그중에서도 신격호 회장과 대양개발 등 대기업 혹은 그 관련자들의 소유부지라는 점은 계양산을 늘 개발위협에  밀어넣고 있다. 계양산의 대기업 소유부지를 국공유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가장 핵심적인 계양산 보전방안이며, 현재 인천시가 추진하려고 하는 계양산 공원추진도 그 일환이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번 롯데골프장 예정부지만이 아니라 계양산 전체에 대한 보전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행정의 노력 이외에 계양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계양산에 발을 딛는 것 자체가 계양산에는 부담을 줄 만큼 계양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숫자는 한계수치를 넘어섰다. 거기에 일부 시민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심각할 정도이다.

너무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고, 등산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엄연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도롱뇽이 니코틴 중독에 걸릴 만큼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계곡에 그냥 버리고 있다. 가을이면 야생동물이 먹을 도토리를 한 자루씩 주워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가재를 수십마리씩 잡아가는 일도 허다하다. 불법인지도 모르고 불법경작을 하고 있는 시민들도 많다.(땅주인이라도 산에서 경작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시민들 모두가 힘을 합쳐 6년을 끈질기게 싸워 계양산을 지켜냈다. 그런 점에서 계양산을 함께 지켜온 이웃들과 생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서로 표시했으면 좋겠다.

'나무야 네가 있어 내가 숨 쉴 수 있고 뭇 생명이 살 수 있다',  '벌레야 네가 있어 새가 있고, 도롱뇽이 있다', 그리고 '이웃들이여 당신들이 있어 계양산을 함께 지켰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계양산이 더욱 멋지게 보전되고 더불어 사람이 사는 세상도 더 풍성해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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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2011-07-08 09:59:15
노현기 처장님, 계속 고생이 많으십니다. 화이팅!! "당신이 계양산을 지켰습니다" 좋습니다. 계속 함께 힘을 모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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