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과 동대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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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과 동대문을 걷다
  • 석의준 시민기자
  • 승인 2021.12.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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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기획] 한양도성길 세번째 걷기

 

2021년 12월 27일, 늦가을에 시작한 한양도성길 걷기 세번째 날이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을 강행했다. 이번 코스는 한양도성의 동편 낙산 구간(혜화문-광희문. 총 3.2km)의 일부인 혜화문에서 흥인지문(동대문)과 그리고 동대문 DDP(동대문 디자인센타)걸쳐 청계천 중고서점을 들려오는 코스다.

 

 

4호선 전철 혜화역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오는 대학로는 늘 그렇듯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왔다. 젊음과 예술 문화의 거리답게 길과 건물이 깔끔히 정리되어 고층빌딩이 있는 도심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길섶에 세워진 시비와 동상 몇 점을 카메라에 담는다. 파랑새 극장을 지나 물어물어 도성을 찾았다.

 

 

그런데 찾아간 곳은 혜화문이 아니라, 중간지점인 낙산공원이었다. 이제야 우리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혜화문이라 해서 혜화역에 내렸는데, 혜화문은 오히려 다음 역인 한성대입구역에 더 가까웠다. 어쩔 수 없이 낙산공원에 닿기 전, 암문(巖門)을 통해 성벽 밖으로 나와 돌아서 다시 혜화문으로 향했다.

 

 

성벽 밖의 풍경은 안에서 보는 것과 확연히 달랐다. 일단 성벽이 높았고, 성이 축성된 년도에 따라 성석의 모양, 색깔이 분명히 다르게 나타났다. 말 그대로 한양도성의 역사를 깊이 느끼게 해준다. 축성 당시 역사를 말해주는 각자성석(刻字城石)은 당시의 동원된 인부와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게 된다. 우리가 본 성석은 충북 음성과 영동에서 온 사람의 지역명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 먼 길을 어떻게 왔으며, 나이는 얼마이며, 가족은 있었는지 등등 모두가 궁금해진다.

역사상 임진왜란 당시만 해도 백성의 삶이 열악했다, 그런데 그 이전 시대의 삶은 더 열악했을 터인데, 그 때 전국의 힘쓰는 장정 20만 명을 뽑아 왕궁 축성 토역에 동원시켰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그 가정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까. 현재의 우리는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한지, 그런 마음이 먼저 와 닿았다.

 

 

장수마을 입구를 지나 우리는 혜화문에 닿았다. 혜화문은 한양도성의 동북문이다, 문루가 없던 것을 영조 때에 지었다. 문루는 일제 강점기인 1928년에, 홍예는 1938년 헐렸는데, 1994년에 본래 자리보다 북쪽에 지어 현재에 이르게 됐다.

 

 

나름 사진도 찍고 풍광을 두루 살피다 보니 점심때가 훨씬 지났다. 한성대역 근처, 부페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는 다시 동대문으로 향했다. 동대문은 보물 1호로서 원래 이름은 흥인지문이다. 흥인지문은 고종 6년(1869)에 다시 지어졌는데, 1907년 좌우 성벽이 헐려 지금까지 문루만 덩그렇게 서 있다. 성벽이 없는 큰 문이 을씨년스럽다.

이어 우리는 근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잠시 들렸다.

 

 

오랜 세월 동안 고교 야구장으로 잘 알려진 동대문운동장이 2007년 철거되면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서울’ 계획에 따라 ddp가 추진되었다. ddp의 캣치플레이즈 Dream, Design, Play를 표방하여, 세계적인 건축가 영국의 자하 하디드가 건축 설계를 맡았다. 이 건축물은 3차원 비정형 건물로, 외부 면적에 붙일 곡선 타일을 국내 기업이 최초로 제작하여 붙임으로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5000억을 들여 6년간의 공사기간 중, 시장이 바뀌면서 용도 논란도 있었지만 다행히 2014년 정상적으로 완공이 되었다. 지금은 주로 전시장, 쇼핑몰로 사용을 하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함께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 디자인재단이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은 ‘빛의 정원’ 등 상설 전시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운동장 철거 당시 도성성곽 이 그쪽으로 연결되어, 옛 고증을 살려 오간(五間)수문, 이간(二間)수문을 그대로 살려 복구한 것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바쁜 가운데서도 청계천과 근처 중고서점을 둘러보았다.

인천보다는 서점이 많고 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규모도 적고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쇠락해가는 독서열이 서울의 중고서점에서도 보는듯해 마음이 씁쓸했다. 시집 하나라도 사고자 했던 마음이 더 이상 내키지 않아 그대로 포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청계 고가도로가 있던 것을 이명박 시장 시절 철거를 하고, 환경친화도시로 만든다는 기치 아래 현재의 청계천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잘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하여 늦은 저녁에 우리는 종로 5가로 나와 인천행 전철을 탔다. 참으로 즐겁고 귀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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