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2개의 자유가 있다
상태바
누구에게나 2개의 자유가 있다
  • 최원영
  • 승인 2022.01.06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의 책갈피] 제34화

 

지난주에 우리는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와 강물에 사는 물고기가 서로 다른 자유를 갖고 있다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 예화를 통해서 우리 모두에게는 두 개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두 개의 자유 중에서 어떤 자유를 선택하고 있는지를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두 가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도 왜 삶은 그토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 일들이 많은지, 그리고 왜 그런 마음이 쉽게 극복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날따라 강의시간이 끝났음에도 보충설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편함이 올라옵니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 순간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나에게는 ‘담배를 피울 자유’와 ‘담배를 피우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생각을요. 그리고 두 개의 자유 중에서 어느 자유를 사용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하면 됩니다. 쉬는 시간에는 담배를 ‘피울’ 자유를 선택해 편안하게 피우면 됩니다. 그리고 강의시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자유를 선택해 기꺼이 피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불편해할까요? 자유를 거꾸로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강의시간에 담배를 ‘피울’ 자유를 선택하니까 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겁니다.

맞습니다. 욕망의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만, 그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도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자유를 구사하는 게 ‘지혜’입니다. 이 지혜를 가지면 어느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는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역시도 한 가지 기준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옥죄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는 더욱더 커갑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또는 사회에서나 늘 듣는 말 중의 하나는 ‘~하면 안 된다’라는 겁니다. 성과를 내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니까요.

《동화 넘어 인문학》(조정현)에는 한병철 박사의 〈피로 사회〉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규율사회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사색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사색적 삶은 생각하는 삶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색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성과를 내기 위한 ‘기계적 생각’이 아닌 ‘인간 존재의 힘을 키우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힘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힘으로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다. 부정적인 힘이 없이 오직 뭔가를 지각할 수 있는 긍정적인 힘만 있다면, 우리의 지각은 밀려드는 모든 자극과 충동에 무기력하게 내맡겨진 처지가 될 것이고, 거기서 어떤 ‘정신성’도 생겨날 수 없을 거다. 뭔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고 하지 않을 힘은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 과잉 상태에 빠질 거다. 뭔가를 생각할 힘밖에 없다면 사유는 일련의 무한한 대상들 속으로 흩어질 거다. 돌이켜 생각하기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맞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힘 모두를 갖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라는 힘과 부정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힘 말입니다.

이 두 개의 힘을 우리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공부할 자유는 공부하는 동안 꺼내 쓰고, 놀 자유는 노는 시간에 선택하여 활용할 때 자연스럽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