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고통, 슬픈 아름다움 - 휴머니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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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고통, 슬픈 아름다움 - 휴머니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
  • 심현빈
  • 승인 2022.01.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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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주에서 예술영화 한편]
《태일이》(2020년 개봉, 감독 : 홍준표)
인천in이 2022년부터 미추홀구 ‘영화주안공간’(영공주)의 예술영화를 소개합니다. 영화공간주안 심현빈 대표가 상영을 앞두거나 상영중인 영화를 선정해 매달 두차례 집필합니다. 영화공간주안은 국내외 예술영화와 한국독립영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 4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설치·변경으로 오는 1월17일까지는 휴관입니다.

 

 

<태일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돌풍으로 기억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의 두 번째 영화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다. 9분이 넘는 엔딩크레딧을 보면 1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하여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마련하였고, 영화 완성과 개봉을 위한 투자 홍보 활동에 1970명이 제작위원이 되었다. 목소리 연기를 위한 배우들 또한 자발적인 참여를 하였다고 한다.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명실공히 시민사회 연대에 의한 작품인 것이다.

노동자 전태일은 1970년 11월13일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노동의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노동의 고귀함이 사라진 사회, 노동의 당당함이 무너진 사회를 온몸을 불태워 고발하였다.

홍준표 감독은 1985년생이다. 감독은 자신이 경험했던 전태일 열사의 삶을 이제 우리 곁의 따스한 인간으로 만나게 하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친숙함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것이 감독의 제작 의도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1년부터 기획하여 철저한 고증과 자료수집, 인터뷰를 하였고 3년여의 제작기간 내내 친구 태일이와 함께 하였다고 한다.

영화 속 평화시장 작업장, 가난한 동네, 골목길, 살림집, 의상, 소품 등을 1970대의 시대상으로 완벽하게 재연하는 섬세한 연출은 리얼리즘 텃치에 의한 휴머니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다. 애니메이션의 완성은 빛이라고 한다. 빛의 자유로움은 배우의 연기로는 보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태일이>의 가난하고 지친 삶의 현장은 척박하고 고난하지만 공간을 채워주는 빛을 통해 관객들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던 그곳에서 그들은 함께 하면서 따뜻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슬픈 아름다움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외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구호를 지금도 우리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다는 기억을 소환하게 된다.

점점 더 치밀하고 교묘한 착취로 안전을 보장 받을 권리와 안전 할 권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되어 여전히 2021년 OECD 기준 산업재해 사망율 1위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가슴으로 기억해야 할 <태일이>가 되어야 한다.

영화공간주안이 진행중인 시스템 설치·변경을 마치고 18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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