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세대를 잇는 미림극장 - 고전영화와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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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세대를 잇는 미림극장 - 고전영화와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
  • 김민경 인턴기자
  • 승인 2022.01.28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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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사람들]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걱정보다 오늘 하루 잘하고 싶다"
미림극장 최현준 대표

 

동인천역 4번 출구에 위치한 미림극장은 1957년 구도심 한복판,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문화공간이다. 당시 무성영화 상영을 시작으로 6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인천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사랑을 받아온 장소이다.

지난 2004년에 폐관해 한 때 시민들의 곁을 떠났던 적도 있었지만, 2013년 10월에 ‘추억극장 미림’이란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2020년에는 다시 ‘인천 미림극장’이란 이름으로 돌아갔다. 오래된 추억을 그리워하되 과거에 머물기보단 ‘지금 이 순간’, 오늘과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금 미림극장은 재개관 이후 국내외 숨겨진 독립·예술영화와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개최하는 영화제와 협력하는 등 문화소외계층인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천 미림극장’은 건설업자에 매각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다.

2015년에 입사해 8년째 미림극장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현준 대표를 만나 미림극장에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미림극장 정문

 

- 어떻게 미림극장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나

미림은 좀 독특한 구조의 회사다. 개인회사가 아니다. 2013년 시민사회의 요구와 구도심 지역의 문화적인 활성화를 위해 폐관했던 미림극장의 문을 열어서 극장을 추억하는 분들에게 좋은 영화를 계속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계획이 인천시에서 잡혔었다. 시와 구, 사회적기업협의회가 협약을 해서 다시 개관하게 됐다.

그러나 2014년에 그 당시 시장, 구청장님이 전부 선거에서 안되는 바람에 극장에 약속했던 재정적인 약속이나 이런 것들이 전부 안 지켜졌다. 그래서 사회적기업협의회가 1년간 힘들게 운영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영화에 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부재한 상태여서 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부천영화제와 문화재단 등에서 오래 근무를 했던 저에게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래서 2015년에 운영부장으로 미림에 입사를 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협의회를 대표해서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이 됐었다. 그동안 누가 대표가 누구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명목상 대표를 맡기도 하고 그랬는데, 다 사정이 있으니까 맡았던 분들이 이제 못하게 됐고, 실질적인 운영자이기도 하니까 협의회에서 이제 대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작년 6월에 제안해서 맡게 됐다.

대표직을 수락하고 이런 거라기보다는 그냥 가볍게 하던 일을 계속 똑같이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들이 대표라고 부르니까 마음가짐은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를 생각하면서 좀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있다.

 

-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 방향은.

실버 영화관으로 시작한 영화관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실버 영화관으로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영화라는 게 실버영화 젊은 영화 이런 게 따로 있지 않다고 본다. 다만 오래된 영화 즉,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영화들이 지금 보면 낯설수 있고 좀 밋밋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가치가 없거나 재미 없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네마 데카메론’ 같은 경우도 단순히 어르신들에게 예전 영화에 대한 추억을 회상만 하는 행사는 아니다. 오히려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를 기록해서 쌓아놓고 있는데, 그 이유가 결국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과거 영화문화의 시대를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일 것 같아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저런 아카이빙이나 행사를 통해서 젊은 세대나 청소년들에게 이런 필름의 역사가 있었고 영화관 중에 단관극장인 미림극장이라는 곳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곳이 그 당시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영화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줬던 곳이라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부분에서 고전 영화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첫 번째 방향성은 세대와 세대를 만나게 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는 행사나 콘텐츠에 있어서 고전영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게 미림극장의 핵심가치이자 미션이다.
 

지난 1월 27일 진행된 정종화 영화연구가의 '시네마 데카메론' 기념사진

 

- 미림극장만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요약한다면...

일반적으로 이런 오래된 영화관이 60여년 넘게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계속 시민들과 연결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는 일반 극장이 아니다보니까 극장에 방문하는 분들이 한 분 한 분 소중하다.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이렇게 찾아오기가 힘들다. 미림에서 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도 행사를 통해 이 극장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극장에 오늘의 추억이 하나 더 쌓여간다는 의미도 있다. 이 역사는 미림극장이 사라지더라도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 지역에서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미림극장은 지역에 어떤 빚을 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또는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미림극장의 덕을 보는 것도 있다. 그 부분은 현재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과거와 이어진다. 57년도에 극장이 생기고 60년대 70년대를 지나면서 미림극장은 시민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아주 큰 오락거리이자 문화 중심지 역할을 했다.

당시 극장을 운영했던 사장님과 직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복지관에 물품 기증을 하거나 영화티켓을 제공하고 비탈진 언덕이 많았던 송림동 주민들을 위해 계단을 만들어 주는 등의 자선사업을 펼쳤다. 그래서 주민들은 미림극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송덕비를 세워줬다.

현재 그런 마음을 이어받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예를들어 동구마을교육협의회에 미림극장이 들어가 있다. 동구 학교 학생들이나 관계자가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우선적으로 배려해 대관해준다. 이런 식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림극장과 지역 주민들은 영화만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생활과도 서로 일정 부분 연결돼 있다.

서흥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엽서를 미림극장에서 전시하고 있다.

 

- 미림극장이 올해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데

조금 조심스러운 얘긴데, 작년에 미림극장 건물이 새로운 분으로 건물주가 바뀌었다. 그분과 작년 8월에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극장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개발되는 상황에서 영화관에 세를 계속 줄 생각은 없고 건물을 상가로 지을 계획이 있다고 하셨다. 시기를 여쭤보니 본인도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하반기로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게 올해 하반기다. 확정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 올해 1년 운영하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 다른 해결방안은 있나

모르겠다. 근데 시간을 돌이켜보면 매번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어떨 때는 임대료가 없어서 문 닫을 뻔한 적도 있었고, 재작년 코로나로 인한 위기도 있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오늘 하루 방문하신 분들하고 하루 시간 잘 보내면 그런 것들이 쌓이니까 주위에서 인정받는 거 같고 운영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주위에서 시민활동 하는 분들이나 예술가 분들이 미림극장을 좋게 바라봐 주시고 꼭 필요한 곳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그런 분들과 계속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래서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보다는 오늘 하루 잘하고 싶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당장 다음 예정된 행사에 신경 쓰고 싶다.

 

- 근대문화유산에 관한 시민단체 활동이나 인천시 공공매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 단체카톡방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얼마 전 관련 기자회견을 할 때 참여했었다. 인천에 여러 이슈가 있지만 애관극장, 도시산업선교회, 동일방직 같은 필요하고 급한 이슈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슈가 되면 반대로 미림도 관심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길 거라고 본다. 작년에 시민단체 쪽에서 미림극장도 기자회견을 제안해서 작년에 하긴 했었다. 근데 한다고 해서 당장 시나 구에서 뭔가 얘기를 들어주고 그러지는 않는다. 물론 미림극장도 어떤 식으로든 보존되고 공공예산이 투입돼 공공적으로 활용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이고,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할 수 있는 선에서 예산이 없더라도 꾸준히 문화예술 행사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관 운영지원 사업비 1년 결산을 최근에 끝냈다. 그래서 올해 또 1년 사업계획을 내서 선정이 되면 연간 한 5,000~6,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는데 이는 임대료, 인건비 등 실제 운영비용에 쓸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사업계획을 쓰고 있다.

또 정기적인 고전 영화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일본 한일 영화 교류 프로그램, 선배 세대의 경험을 후배 세대나 고민이 필요한 그룹에게 인문학적인 접근이나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소통하는 인생나눔교실 인문학 멘토링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 중요하게 여기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인생나눔교실’이다. 우리 극장에 오신 어르신들은 예전에 이런 문화예술을 향유하거나 누려보지 못했던 세대다. 그 당시에는 문화가 우선순위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에 서로 단절되지 않으려면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 

이런 소통 단절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결국 어떤 연결고리가 있어야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미림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생나눔교실이나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그런 목적성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27일 한일영화교류행사. 미림극장 관객과 일본 시네마 잭앤베티 극장 관객이 줌으로 실시간 온라인교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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