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직박구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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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직박구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반갑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1.29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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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겨울의 정취를 체감케 해주는 직박구리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코론이 코로나 우세종에서 지배종이 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더니 이제 현실화가 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공포의 수준이다. 다행히 위중증화율이 낮고 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 증가 여파여서 그런지 시골마을 안길에 사람 발길이 뜸하다. 마을 경로당도 문이 굳게 잠겼다. 그야말로 스산한 겨울 분위기다.

조용한 마을 나뭇가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나는 곳을 보니 감나무 홍시의 까치밥을 노리는 직박구리 떼이다.

감나무에서 홍시를 노리는 직박구리. 겨울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시끄럽게 떠든다.

까치밥 감나무에는 까치는 없고 직박구리 녀석들이 차지하고 있다. 까치가 녀석들한테 전세라도 내줬나? 추운 겨울에 가뜩이나 먹을 게 없는 날짐승들에게는 까치밥이 있는 감나무가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 되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서 빨간 홍시가 거무튀튀한데 녀석들에겐 맛있는 식량인 모양이다.

먹이가 많아 신나서 그런가? 친구들을 불러들이려고 신호를 보내는 듯 오늘은 유난히 '삐이익 삐익' 소리가 시끄럽다.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다른 식구들도 파도를 타듯 오르락내리락 날아든다. 날면서도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잡으면 식사에 여념이 없다.

직박구리는 영역을 다투거나 친구들을 부를 땐 유독 시끄럽지만, 사랑을 나눌 때는 예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때 내는 울음소리 때문에 '훌우룩 빗죽새'라고 불렀다.

날카로운 부리로 말랑말랑한 홍시를 톡톡 찍어 먹는 재주가 유별나다. 날카로운 부리는 그들의 생존 무기인 것 같다.

가끔은 작은 박새나 딱새 등이 입맛을 다시고 싶어 찾는데, 직박구리 때문에 쫓겨나기 일쑤이다. 녀석들 무리가 자리를 비워야 몰래 찾아든다.

참새목 직박구리과의 텃새. 우리나라의 전역에서 관찰되는 흔한 텃새이다.
참새목 직박구리과의 텃새. 우리나라의 전역에서 관찰되는 흔한 텃새이다.

직박구리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다. 시골 야산이나 도시 숲에서 자주 목격한다. 겨울에는 나무가 있는 곳이면 까치만큼이나 흔하다.

대체로 어두운 잿빛을 띠며 뺨에 볼 터치라도 한 듯 갈색 반점이 있다. 5~6월이 번식기인데, 한 배에서 네다섯 개의 알을 낳아 약 2주 동안 품어 새끼를 부화한다. 새끼는 부화한 지 열흘 동안 어미가 날라주는 먹이를 먹다가 둥지를 떠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매우 시끄럽게 떠들며 군집 생활을 한다.

녀석들은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여간해서 땅 아래로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까치보다는 작고, 참새나 박새보다는 크다. 자기보다 작은 만만한 새는 가차 없이 쫓아내고, 덩치가 큰 까치는 여럿이서 공격하여 물리치기도 한다. 가히 숲속의 무법자다.

거두지 않은 산수유 열매는 겨울철 식량으로 최고이다.
거두지 않은 산수유 열매는 겨울철 직박구리의 식량으로 최고이다.
남천나무 빨간 열매는 겨울철 참 아름답다. 직박구리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남천나무 빨간 열매는 겨울철에 참 아름답다. 직박구리 먹이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번식기에는 곤충을 사냥하고, 비번식기에는 꽃도 먹고 나무 열매를 즐겨 먹는다.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나 가을 수확을 앞둔 사과, , 감 등을 공격하여 생채기를 내 농부들의 미움을 사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박구리는 숲의 종자 분산에 일등공신으로 이바지한다. 이른바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식물 열매를 좋아하는 직박구리의 식성 탓에 숲에서 종자를 널리 퍼트리는 매개처를 자처한다. 직박구리가 먹은 열매의 씨앗은 배설을 통해 멀리까지 퍼뜨리고, 종자 발아를 단축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직박구리가 없는 틈을 노려 가끔은 작은 새들이 감나무 홍시를 노린다. 직박구리가 다가오면 줄행랑을 친다.

감나무에 달린 홍시는 요즘 빨간색이 바래 단맛이 빠져 맛이 별로이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신나는 먹이 사냥을 한다. 가끔 찾아온 딱새나 박새에게 눈감아주면 좋으련만 크게 떠드는 소리에 도망을 친다.

수다쟁이 직박구리! 먹이를 찾아 시끄럽게 떠들기는 하지만, 사람 사는 조용한 동네에 녀석들의 수다가 활력소를 불어넣는 것 같다. 눈이 내리고 날이 추워야만 겨울이 아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새들이 떠드는 소리에도 겨울의 정취는 묻어있다.

코로나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 직박구리처럼 맘껏 떠들면서 생활하듯 우리의 소중한 일상도 하루속히 되찾기를 바라본다. 겨울도 가고 코로나도 가고.

직박구리의 먹이 사냥

 

직박구리 소리 / 자작시

나뭇가지 끝에 꼿꼿이 서
날 부르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바람 소리까지 제친다.
그대 똑똑하여라!
 
이쁜 옷을 입지 않았어도
사랑 부르는 웃는 얼굴
마음에 와닿는다.
그대 이젠 조용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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