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넘어 새로운 벌판으로, 효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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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넘어 새로운 벌판으로, 효성동
  • 유광식
  • 승인 2022.02.2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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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74) 효성2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처갓집 같은 인상의 효성동(효서로 미도아파트 옆), 2022ⓒ유광식
처갓집 같은 인상의 효성동(효서로 미도아파트 옆), 2022ⓒ유광식

 

동계올림픽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설원과 빙판을 선수들과 함께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동시에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코치진과 선수 간의 민낯 같은 사연을 접하면서 메달의 위상이 퇴색된 것은 아닌가 싶다. 러시아-나토의 전운도 얼어붙는 링크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힘겨루기하는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세계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멀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고 초조하다. 한편 방역정책이 조금 완화되었지만 잡음은 더 강해진 느낌도 받는다. 곧 있을 대선, 선거운동도 온도를 높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을 녹인 뒤 봄으로 재빨리 뒤집는 모습일 테다. 나도 모르게 아파진 어깨에 놀라며 우수(雨水)를 맞이했다.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효성빌라(새풀로1번길), 2022ⓒ유광식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효성빌라(새풀로1번길), 2022ⓒ유광식
북인천여중 앞 학생백화점, 2022ⓒ유광식
북인천여중 앞 학생백화점, 2022ⓒ유광식
효성2동 행정복지센터 뒤편 아담한 효성연립, 2022ⓒ유광식
효성2동 행정복지센터 뒤편 아담한 효성연립, 2022ⓒ유광식

 

계양산 남측 가지인 천마산 아래 효성동을 찾았다. 예로부터 물이 귀하고 풀이 많은 척박한 벌판이었다고 한다. ‘새별’, ‘새풀’, ‘새벌’, ‘샛별’ 등으로 바뀌어 오다 효성(曉星)이 되었다. 효성동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가보는 일이 드문 지역이다. 천마산 아래로 1동과 2동이 나뉘고 그 중간에는 봉오대로가 있다. 그 밑 효서로 아래쪽이 효성2동이다. 효성2동은 부평구와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경인고속도로를 끼고 있다. 아치형 고가인 효성고가교에서 동쪽으로 걸으며 분위기를 살핀다. 공장과 거주지, 도로, 자동차, 차고지, 고층 아파트, 상점 등의 모습 안으로 오랜 시간이 밴 풍경을 곁눈질한다. 

 

혹시 억새 빗자루?(효성종합건재), 2022ⓒ유광식
혹시 억새 빗자루?(효성종합건재), 2022ⓒ유광식
효성2동 행정복지센터 뒷골목, 2022ⓒ유광식
효성2동 행정복지센터 뒷골목, 2022ⓒ유광식
봉오대로 옆 상록주택(1980년생), 2022ⓒ유광식
봉오대로 옆 상록주택(1980년생), 2022ⓒ유광식

 

서구 석남동, 가정동, 가좌동이 남북으로 뻗은 느낌이라면 효성동은 작전동과 더불어 동서 방향의 움직임이 많이 포착된다. 도로의 영향이 클 터이다. 아직도 부평산업단지의 길목으로 많은 기업이 자리하고 있고 물류, 산업의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바로 옆 고속도로의 자동차 굉음이 가르는 날카로움에 다가서기 어렵게도 느껴진다. 원적산과 천마산이 오후 볕을 조금 일찍 닫는 바람에 겨울 저녁의 차가움은 이르게 다가온다.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총총 내딛는 골목을 따라 주점들의 사인이 퇴근하는 근로자들의 걸음을 부추긴다. 

 

경인고속도로와 신화빌라(새풀로1번길), 2022ⓒ유광식
경인고속도로와 신화빌라(새풀로1번길), 2022ⓒ유광식
청천동과 효성동을 잇는 효성고가교, 2022ⓒ유광식
청천동과 효성동을 잇는 효성고가교, 2022ⓒ유광식
동화운수 차고지 앞 효서로, 2022ⓒ유광식
동화운수 차고지 앞 효서로, 2022ⓒ유광식

 

효성2동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중앙의 14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제일 풍경채’ 건설이다. 과거 부평공장이라고도 불리던 풍산특수금속 부지로, 기업은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었다. 공장은 강화로 이전했다. 현재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큰 공장이어서 그런지 주변에는 풍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굴러가던 상권이 있다. 남아 있는 상가만이 효성동의 원조 제일 풍경인 셈이다. 45년이 넘은 삼포한약방도 그중 하나다.  

 

구 풍산금속 인근 특이한 이름의 여관, 2022ⓒ유광식
구 풍산금속 인근 특이한 이름의 여관, 2022ⓒ유광식
구 풍산금속 인근 삼포한약방(오래된 한약방), 2022ⓒ유광식
구 풍산금속 인근 삼포한약방(오래된 한약방), 2022ⓒ유광식
구 풍산금속 인근 슈퍼와 행인 커플, 2022ⓒ유광식
구 풍산금속 인근 슈퍼와 행인 커플, 2022ⓒ유광식
효성동 성당 옆 효성탕(뜨뜻 냉온수가 콸콸콸), 2022ⓒ유광식
효성동 성당 옆 효성탕(뜨뜻 냉온수가 콸콸콸), 2022ⓒ유광식

 

새로 신축되는 단지 규모가 커서인지 점차로 걷는 행위가 눈에 거슬리고 미미해 보인다. 주변이 온통 높아지는 형국이고 도로는 빨라지는 모양새며, 보행 안전이 무척 위태롭기만 하다. 한번은 식자재 마트 주차장에서 이용객과 주민으로 보이는 두 어르신이 쩌렁쩌렁하게 다툼을 벌이며 멱살을 잡는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나며 본 사건들이 자꾸만 효성동의 이미지로 축적되니 안타깝다. 물론 주거지 안쪽으로의 다정한 느낌이 많지만, 개발과 변화에 따른 오들오들 떨리는 마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벌판에는 바람도 세고 억센 삶의 채색이 묻어난다. 

 

효성2동 치안센터 앞, 2022ⓒ유광식
효성2동 치안센터 앞, 2022ⓒ유광식
봉오대로 502번길 일원(도시개발 참참참), 2022ⓒ유광식
봉오대로 502번길 일원(도시개발 참참참), 2022ⓒ유광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이사하세요, 2022ⓒ유광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이사하세요, 2022ⓒ유광식

 

명절을 앞둔 시점에 떡집 한군데가 미어터진다. 좁은 방앗간 안으로 하얀 김이 풍성하다. 쌀집과 떡집, 빈집, 슈퍼, 24시 김밥집, 철학관, 학원, 목욕탕 등이 효성의 이름을 빛내 주고 있다. 지금도 빛이 나지만 거대한 제일풍경채 아파트가 서고 나면 일대 허름한 안식처들은 좀 더 술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금씩 쌓아져 뜨거워진 거주의 높이와 어느 날 갑자기 홀라당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은 왜 하필 동시적인지 모르겠다. 분명 꿈은 아니었을 효성동의 풍경이 그리울 따름이다.    

 

어느 빈집 방범창(창문이 벽돌), 2022ⓒ유광식
어느 빈집 방범창(창문이 벽돌), 2022ⓒ유광식
거북아~ 빌라(마장로560번길), 2022ⓒ유광식
거북아~ 빌라(마장로560번길),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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