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비영리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를 만나다
2017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교육 공동체 '파랑새'. 파랑새는 2017년 마을에서 아이와 어른을 연결하고 아이들에게 꿈과 끼를 키워 주고 싶은 주민들이 모여 시작했다. 놀 곳도 없고, 갈 곳도 없고, 공부에만 매달린 채 입시를 위해 12년을 보내며 점점 무표정하게 바뀌어 가는 아이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덜어주며, 꿈과 끼를 찾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비영리 단체다.
파랑새는 초기 염전골 마을센터 3층 프로그램실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여 진행하였다. 더불어 시 예산 300만원을 확보하여 ‘꿈끼 찾기 프로젝트’, ‘사람 책을 빌려드립니다’, 나의 진로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는 ‘꿈동화책 만들기’를 진행하며 아이들의 특기를 키울 수 있는 활동, 직업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일 등을 진행하였다.
파랑새는 초기 마을 학부모님들은 보드게임으로 마을의 안전한 곳과 안전하지 못한 곳을 표기하여 만들어 주었고, 이 보드게임을 통해 축제 때 아이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였다. 영화 보는 날을 만들고, 문화가 있는 날을 만들어 전통공연과 영화를 병행하며 지역주민에게 문화와 여가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또 이것을 통해 마을의 아이와 어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학원에 가기 바빴고 이런 문화에 관심이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또래 모임을 하고 싶어 했고 어른들과 있는 자리가 불편해 했다.
그렇게 한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을에 다양한 공동체가 있어야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옆 동네 학교 근처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모아졌다. 그렇게 학교 엄마들을 삼삼오오 모아 '예그리나'를 설립하게 되었다. 예그리나는 아이들 학교 인근에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학교 주변 통학로가 안전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학부모들의 참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파랑새는 마을과 학교의 연계를 꿈꿨다. 파랑새를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아이 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전하지 않은 마을에 아이들이 혼자 다니게 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리기 바빴다. 학원이 아닌 센터는 아이들 픽업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학교로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에서 공간만 내어 주면 나머지 비용과 인력은 공동체에서 제공하여 마을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 들어가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갔지만 문을 열어 준 곳은 초등학교 한 곳과 중학교 한 곳 뿐이었다. 먼저 열어준 두 곳의 학교에선 ‘사람 책을 빌려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문가들이 들어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해주는 시간으로 구성되었고, 독서토론, 진로 교육 등이 진행됐다.
다음 해에는 학교에서 먼저 해줄 수 있는지 문의가 왔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은 사정이 달랐다. 학교에 들어가는 것 또한 교육청의 공문을 요구하는 교장 선생님들이 많았다. 파랑새는 교육의 폐쇄성을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마을교육공동체가 거의 없던 시기여서 더 어려움이 많았다. 불가능해 보였던 현실은 혁신교육과 접목되며, 마을교육공동체의 확산과 함께 빠르게 변화해 가기 시작하였다.
파랑새가 추구하는 것은 마을의 아이들을 ‘모두 내 아이’라 생각하고 어른들이 품어 줄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만 생각하는 부모님들로 인해 아이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우리 아이들만 생각하는 부모님들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른인 우리가 마을의 아이들을 ‘모두 내 아이’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또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지켜지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랑새는 지금의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입시로 인해 아이들은 책상 앞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익히며 성장해야 하지만, 수능이라는 것 앞에 국영수만 학습하며 성장하고 있다.
실패를 경험하고, 우정을 키우며, 자신 스스로의 인생관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너무 공부에만 몰입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 사회의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랑새는 더불어 마을의 문화를 찾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은 시간이 더해지며 변화해 가는 곳이고 그 시간이 역사가 된다. 하지만 현재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불과 몇 년 전 필자 조차, 마을은 하숙하는 곳이였다. 직장에 다녀와 잠만 자고 나가는 곳, 아이와 체험과 문화생활조차 마을에서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다 마을의 이야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지고 만다.
최초의 천일염전이었던 주안5동은 과거 염전에서 근무하시던 분들이 지금은 대부분 85세 이상이 되셨다. 염전에서 생활하던 모습을 자료로 남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파랑새는 무작정 마을에서 오래 거주 하신 분들을 찾으러 노인정을 돌아다니고 이쪽에서 성장한 어르신들을 찾아다녔다. 또 염전에서 일한 분들을 수소문하여 마을 이야기 집 '소금 꽃이 피었습니다'를 발간하였고 마을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소금 꽃 문화 DAY', '내가 사는 미추홀구, 나의 사랑 미추홀구'를 발간하여 학생들에게도 마을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였다.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2021년 청소년과 함께하는 진로수업, 영상수업, 푸드아트수업 등을 진행하였고, 지속가능한 지구가 되기 위해 마을의 약 30가정과 함께 ‘지구시민 캠페인’을 6회 진행 하였다. ‘시니어 스마트 지원 둥지’를 위탁받아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선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다양한 스마트 교육과 공예 수업을 진행하였다.
무엇보다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란 문화가 확산되고 마을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을 ‘할로윈 파티’를 지역 상가 15곳과 함께 진행하였다. 올해도 파랑새는 위의 사업을 연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어슬렁 호로록 독서 동아리’ 운영, 파랑새와 함께 할 마을활동가 양성과정, 각 나라별 동아리 형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파랑새가 바라는 세상은 '모두 내 아이' 문화의 확산이다. 어른들의 인식이 바뀐다면 아이들은 더 다양한 곳에서 차별 없이 성장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어른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준비자'이어야 한다. 사회는 점점 다양한 시민이 참여해야 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마을에선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동반되어야 하며, 우리가 함께 노력하고 변화해야 아이들은 지금보다 행복하고 안전한 마을, 지속가능한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다.
파랑새가 바라는 세상은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모두 내 아이' 문화의 확산과 '행복하게 교육받을 기본권'이 지켜지는 세상, ‘사회의 변화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어른들의 인식이 바뀐다면 아이들은 더 다양한 곳에서 차별 없이 성장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