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만난 반가운 손님, 공원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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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에서 만난 반가운 손님, 공원의 새들
  • 전갑남 시민기자
  • 승인 2022.02.28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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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인천 중앙공원에서 느낀 봄

봄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立春)이 지난 지 꽤 되었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봄의 두 번째 절기 우수(雨水)도 지났습니다.

''이란 단어의 어원을 아세요? 순우리말 봄! '새싹이 움트고, 새로운 것들의 시작을 보다.'라는 의미에서 ''이라 한답니다.

봄이 오는 길목. 매화도 곧 꽃망울이 터질 것 같아요.
목련나무의 포동포동한 꽃눈. 봄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냥 올 것 같은 봄도 호락호락하지 않나 봐요. 좋은 일이 있을 때 심통을 부리는 게 있는 것처럼요. 꽃샘추위가 그것입니다. 요즘 들어 날씨가 풀렸다 추웠다를 반복합니다. 얼마 안 있어 새움도 트고 꽃도 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꽂샘추위란 말도 재미있지 않나요? 꽃이 피어나는 봄을 부러워하면 될 터인데, 지지 않으려고 시기하고 시샘을 한다니 말입니다.

벌써 남녘에서는 꽃소식이 서서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도 들리고 이런저런 야생화도 피었다고 하네요.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려봤자 오는 봄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이니까요. 따스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그 자리에 봄이 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인천 중심지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공원을 찾았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봄의 손길을 느끼고 싶습니다.

중앙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은 사람이 찾습니다.

중앙공원은 도심지 내에 약 3.9km에 이르는 벨트형 녹지대를 이루고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인천지하철 1호선 11번 출구로 빠져나왔습니다. 바로 확 트인 공원 숲길이 펼쳐집니다. 봄이 머지않았다지만, 바람 속에 파고든 날씨가 아직 시립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공원 여기저기에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삐이익 삐익!' 날갯짓과 소리만으로도 직박구리 녀석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수유 열매 등을 탐하느라 직박구리가 들락날락하며 요란을 떱니다.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면 다른 녀석들도 말싸움이라도 하는 듯 맞받아 시끄럽습니다.

직박구리의 식사. 산사나무 열매를 콕 집어먹고 있습니다.
직박구리는 공원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 시끄럽게 떠듭니다.

숲속의 무법자는 자기 안마당처럼 공원을 후비고 다닙니다. 물웅덩이에서 목을 적시는 직박구리가 귀엽습니다.

천천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무리의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몰려다닙니다. 그런데 누가 뿌려놓았을까요? 나무 밑 평평한 곳에다 쌀을 흩트려 놓았네요. 참새 때가 우르르 몰려와 주워 먹습니다.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한테 경계심을 품고서 부리나케 도망을 칩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참새떼. 활기차게 움직입니다.
참새의 예쁜 모습이 휴대폰에 담겼습니다.

오늘따라 참새들이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봄이 오는 게 좋은 듯 몸이 가뿐해 보입니다.

인천시청역쪽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비둘기 떼는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네요. 가까이 다가가도 자기 할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공원에는 참새보다 비둘기가 많은 것 같아요. 흰 비둘기도 눈에 띄네요.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도 개체 수가 많이 늘어 미움을 사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여기저기 배설물과 깃털을 날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비둘기는 개체 수가 늘어 사람들한테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요즘은 과자 부스러기나 빵과 같은 먹이를 비둘기한테 주지 말라고 주의를 시킵니다. 스스로 살아갈 야생성을 길러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조그마한 물웅덩이 억새밭에 아주 작은 새들이 얼굴을 내밉니다. 요 녀석들, 어떤 녀석들일까? 보아하니 박새입니다. 휴대폰을 갖다 대니 어느새 날아갑니다. 잠깐 사이에 녀석들 얼굴을 놓쳤습니다. 이번에는 딱새가 눈에 보입니다. 서너 마리가 땅 위에서 먹이를 찾다가 금세 자리를 떠납니다. 한 녀석을 용케 휴대폰에 담았습니다.

어렵게 딱새 한 마리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회백색 머리에다 검은색 깃 끝은 흐린 주황색인 것으로 보아 수컷인 듯싶습니다. 암컷은 몸 아랫면이 약간 엷고 날개의 흰 반점이 수컷보다 작습니다. 암컷을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네요.

딱새는 주로 단독생활을 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위아래로 꼬리를 까딱까딱 흔들며 우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콩콩 움직이며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박새. 참 귀엽습니다.

좀 전에 봤던 박새가 다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까보다 숫자가 늘었습니다. 머리 꼭대기와 목은 검은색이고 뺨은 흰색으로 멋진 모습입니다. 한 줄로 된 검은색 줄이 있는데, 암수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작은 박새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시도 경계심을 놓지 않고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녀석들 세상에도 행복은 있겠지요?

이 둥지의 주인은 누구일까?

낮은 나뭇가지에 지은 새집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집 주인은 누구일까? 그런데, 새집 건축자재가 좀 특이합니다. 나뭇가지와 동물 털, 실 등의 천연소재에다 비닐 같은 새로운 자재를 사용했어요. 온갖 것들을 물어다 집을 지은 지혜가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인이 떠난 둥지가 허름해졌습니다. 새 가족을 낳아 기르려면 보수를 잘해야 할 듯싶습니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에 지은 까치집입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꼭대기에다 튼튼하게 지은 까치집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까치집에 주인이 들락거리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뱁새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보는 새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니 저 녀석들, 뱁새 아냐?' 올해 들어 처음 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입니다. 반갑네요. 눈치 빠른 녀석들이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군요. 녀석들을 쫓아다니다 한참 만에야 겨우 한 녀석의 얼굴을 담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에 나오는 뱁새가 붉은머리오목눈이입니다. 뱁새는 숲에 사는 13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새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황새는 100cm가 넘는 큰 철새이구요. 작은 뱁새가 황새처럼 걸어가려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뜻이니까, 자기 힘에 부치는 일을 남 따라 하다가 되레 화를 당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쓸데없는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 분수를 지켜야한다는 것이겠죠.

중앙공원의 호젓한 산책길.
중앙공원에도 봄이 오고 있는 듯싶습니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들 지저귀는 소리를 따라 봄 마중을 한 산책길. 귀한 손님들을 만나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요즘 들어 코로나 대유행으로 온통 나라가 혼란스럽네요. 사람 사는 세상을 바이러스가 시샘하는 바람에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렸습니다. 동장군도 자연스레 봄님에게 자리를 물려주는데, 코로나는 언제쯤 물러나면서 우리 일상을 원래대로 되돌려줄지요.

아무튼, 코로나 자식들, 이젠 제발 꼬리를 내리고 써억 물러나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의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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