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노래하며, 정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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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노래하며, 정화하며
  • 인천in
  • 승인 2022.03.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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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수 시인 2번째 시집 ‘감자꽃 그늘’ 출간

 

시인 최해수의 2번째 시집 ‘감자꽃 그늘’이 출간됐다. 지난 2017년 첫 번째 시집 ‘오래된 풍경’ 출간 4년만이다.

그간 낡은 종이상자 속에 깊이 쟁여두었던 시어들을 가을추수하듯 거두어 72편을 수록했다.

2번째 시집은 일상에서 겪는 우리 삶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그렇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재생한다. ‘신포동 연가’ ‘세탁기 여자’ ‘안주’ ‘신발가게’ ‘강냉이죽’ ‘굽은 등’ ‘백마장 여자’, ‘사랑학 개론’... 시 제목에서도 그렇듯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러나 시인은 그 속에서 이러저런 종류의 슬픔을 노래한다. 그리고 정화한다. 시집 서두에서 그가 말하듯, 그의 작품에 아파도 ‘함부로 슬퍼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스며있다.

 

시장 모퉁이 신발가게

시를 쓴다는 노처녀 우연 씨

가죽보다 빛나는 비닐 문장들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조 비유들

진열대에 잔뜩 늘어놓았다.

비문 같은 싸구려 신발 집어 들고

손님 앞에 무릎 꿇은 여류시인

오늘도 냄새나는 발들을 어루만지며

억지로 웃고 있다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 발 편한 시들

난해하지 않은 신발들이 그럭저럭 팔린다

                                    - ‘신발가게’ 전문

 

‘슬픔의 종류’에서 그 슬픔의 총체를 오롯이 드러낸다.

 

목구멍 저 안 깊숙한 곳에

어떤 슬픔이 그리도 차곡차곡

깊이도 알 수 없게 쟁여 있는 것인지

티브이를 보다가

밥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구토처럼 울컥

울음이 치밀고 올라오는가...

                                    - ‘슬픔의 종류’ 일부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어도, 그냥 쉽게 읽고 넘겨 버릴 수는 없는 사연들. 그래도 시들은 소화가 잘되니 읽다 보면 또 쉽게 읽힌다.

2014년 ‘시선’으로 등단해 시인이 된 최해수(65)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늦깎이 시인으로 ‘시나부랭이’ 동인으로 활동해 왔다.

최해수 시인의 본명은 최찬용이다. 새얼문화재단 후원회 운영위원이자 인천시 중구의회 최찬용 의장이다.

 

최해수 시인
최해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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