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감사 청구에 시공업체 영업정지까지... 시티오씨엘 지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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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감사 청구에 시공업체 영업정지까지... 시티오씨엘 지연 위기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2.03.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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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사업자 DCRE 고발
인천시민사화단체연대는 감사원에 사업 인허가 감사 청구
시공사 HDC현산 영업정지까지 겹쳐 수분양자들 ’전전긍긍‘
지난 1월 인천 미추홀구 관계자들이 시티오씨엘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1월 인천 미추홀구 관계자들이 시티오씨엘 공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시티오씨엘'이라는 이름으로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사업이 행정기관과 사업시행사 간의 갈등으로 지연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는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 조치를 진행 중이지만 사업시행사는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하게 분양이 이뤄졌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개발사업 시공을 맡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는 악재가 겹치면서 입주를 기다리는 수분양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 인천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 DCRE "절차 문제없어”

인천시는 최근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DCRE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특별사법경찰에 고발했다.

DCRE가 2018년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1-1단지 아파트를 14~18층 높이로 짓기로 했으나 이후 추가 협의 없이 높이를 36층으로 변경해 2020년 말 착공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개발계획 변경으로 환경보전방안을 새로 승인받아야 하나 DCRE 측이 승인 없이 착공·분양에 착수해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DCRE는 사업 계획을 변경한 뒤인 지난해 9월 당초 제시했던 소음방지 대책인 방음벽을 방음터널로 바꾸겠다는 환경보전방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소음방지 시설이 방음터널이 아닌 반방음벽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도 사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고 “사업 부지 한복판에 제2경인고속도로가 있어 분진과 소음 문제가 심각한데도 DCRE는 반방음터널로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사업 부지 내 고속도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구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DCRE는 방음 대책이 문제가 되자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이 사업의 모든 인허가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시티오씨엘 조감도. 사진=DCRE
시티오씨엘 조감도. 사진=DCRE

환경영향평가법은 재협의를 거치지 않고 착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공사 중지까지 명령할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보전방안 등 관련 부분이 누락돼 고발 조치를 진행하게 됐다”며 “현재 특사경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공사 중지는 수분양자가 많은 만큼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DCRE는 사업과 분양 인허가권자인 미추홀구의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착공과 분양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2017년 6월 현재 개발계획을 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승인받은 후 같은 해 10월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으며, 2018년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추홀구 관계자는 “인천시로부터 어떤 공문이나 어떤 통보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업 인허가 절차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DCRE 측은 인허가 기관인 미추홀구와 협의를 거쳐 적법하게 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입장으로 방음 시설은 주민 입주 시기를 고려해 3분의 1 규모로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제2경인고속도로 지화화 갈등이 도화선?

이 같은 인천시와 DCRE의 마찰에는 최근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및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시는 용현·학익 도시개발지구를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IC~학익JC(1.2km) 구간 교량 지하화 및 1-3블록 용도부지와 인근 학교시설 재배치, 창조혁신용지와 주거용지 맞교환 등을 뼈대로 한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소음·분진 공해를 유발하는 능해IC~학익JC 구간 지상 교량을 지하화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학교시설 등의 재배치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인천시는 최근 DCRE에 용현·학익지구 기본계획 변경안 내용을 통보하고, 한국도로공사에는 능해IC~학익JC 구간 지하화애 대한 기술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하화가 추진되는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IC~학익JC 구간 위치도
지하화가 추진되는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IC~학익JC 구간 위치도. 사진=인천시

그러나 DCRE와 한국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데만 최소 1~2년 이상이 필요한 데다 토지이용계획 확정과 환경보전방안, 실시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능해IC~학익JC 지하화에 필요한 2,4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도 걸림돌이다. 시는 고속도로가 국가기간시설인 만큼 한국도로공사가 사업비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해당 구간 지하화는 이미 방음터널로 합의가 된 사안으로 사업 초기에 논의됐어야 했고, 기술적으로 검토한 결과 어려움도 크다”며 “추후 입장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해당 구간을 지하화하는 기본계획 변경안은 제동이 걸렸다.

도시계획위 위원 다수는 시가 도로공사와 상의도 없이 무리하게 강행한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계획위는 추후 해당 안건을 재논의하기로 했으나 사업의 실효성에 개발사업 차질 우려 논란이 맞물려 사실상 재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HDC현산 영업정지 악재까지... 수분양자만 ’전전긍긍‘

용현·학익구지구 기본계획 변경이 추진될 경우 개발사업 전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본계획 변경에 따라 부지 조성과 주택 건설 등이 중단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분양 일정과 분양자의 입주 일정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현·학익지구 도시개발사업 시공사로 참여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사업 철거건물 붕괴참사와 관련해 HDC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시티오씨엘의 시공사로 참여 중인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HDC현산은 행정처분을 받은 8개월 동안 입찰 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행하는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계속 시공할 수 있으나 브랜드 가치 하락에 의한 재산상의 불이익 등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광주 붕괴사고 이후 HDC현산을 시티오씨엘 사업 등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HDC현산은 현대건설, 포스코건설과 시티오씨엘 사업의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HDC현산의 지분은 40%가량으로 알려졌다.

DCRE는 올해 6단지(1,744가구), 7단지(1,478단지), 8단지(1,348가구) 등 3개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나 시공사인 HDC현산의 신뢰도 훼손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시티오씨엘 분양 관계자는 “일단 올해 분양 계획은 있으나 아직 사업시행사로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 변경을 둘러싼 갈등 속에 사업시행사 고발, 시공사 영업정지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입주를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입주예정자는 환장하겠다‘, ’제2경인고속도로 지하화한다고 언론플레이 하고는 도시계획위에서 욕먹고 반려당하니까 다른 거 잡고 늘어지고 있다‘, ’인천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티오씨엘은 OCI 자회사인 DCRE가 옛 동양화학 공장터인 미추홀구 학익동 587의 1번지 일대 154만6,747㎡에 2025년까지 1만3,000여 가구와 학교·공원·업무·상업·공공·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급 민간 도시개발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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