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소음 중독' 사회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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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음 중독' 사회에 산다
  • 김정희
  • 승인 2011.07.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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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김정희 / 시인


인천대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단은 얼마 전부터 기업들이 소음과 온도측정 등의
성능시험을 모바일로 신청할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이동식 시험 차량.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 게 8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고도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면서 그 칭송의 말은 박물관에 갇히고 말았다. 심심산골에 파묻힌 오지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고요한 곳을 찾아볼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문명의 이기들로 말미암아 갖가지 환경공해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삶의 질을 저해하는 공해들 중에서도 특히 소음공해는 현대인의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각종 소음원들이 질병과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소음이 신종 공해로 지목받고 있지만, 실은 기원전 44년 로마시대에 이미 공해로 인정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돌길로 운행하는 마차 소리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친 줄리어스 시저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성 안에서 바퀴 달린 운반수단의 통행을 금한다'는 내용의 소음 규제 법률을 공포했던 것인데, 이를 보면 소음공해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소음공해는 다른 환경공해들과 달리 불가시적인데다 영향이 즉각 표출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간과하게 되면 난청, 신경장애, 두통이 발생한다는 의학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심각성이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탓에 도시생활인들은 소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층간 소음처럼 직접 피해를 느껴 갈등과 분쟁이 야기되는 것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상가마다 앞다투어 거리로 음악을 쏟아내고, 지축을 흔들어대는 개업 홍보가 기승을 부리며, 야간에도 나이트클럽 홍보 차량들이 굉음을 토하며 질주한다. 또 기독교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앰프를 켜놓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고함을 지르며 전도행위를 하고, 핸드폰 사용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등 행인과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식 행동들이 거침없이 이루어진다. 
 
나는 주택가 골목에서 살고 있는데, 소음공해는 이곳까지 침투해 있다. 간간이 이웃들의 불협화음이나 오토바이족들의 장난질, 행인들의 거친 대화가 청각기관을 흐트리기도 하지만 그건 문제 삼을 일도 못된다. 정작 내 삶을 고역스럽게 하는 것은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이동 행상 트럭들의 확성기 소음이니까 말이다.

그들은 지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확성기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공공의식은 전혀 없이 볼륨을 제멋대로 높이고 손님 찾아 떠돌기에 바쁘다. 그래서 나는 오전 9시경부터 저녁 7~8시까지는 꼼짝없이 소음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다. 

소음공해가 점차 심각한 양상을 보이면서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불안, 불면, 위궤양, 정서장애, 청각장애, 식욕 및 기억력 감퇴 등으로 고통 받는 인구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피해 진정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에서 후진적인 소음공해 국가라는 오명까지 갖게 되었다. 

독일, 미국, 호주,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소음 규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개인들도 이웃의 기본생활권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자율적으로 소음 예방에 힘쓰는 것처럼 우리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복지 행정 차원에서 소음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행정조직을 강화하면서, 소음 저감정책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효율적인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또한 방송매체를 활용해 소음공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모든 소음공해 배출자들이 타인을 배려하면서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국민의식을 개선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휩싸였다. 에어컨 없이 더위와 싸워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여닫아야 할 적마다 고문당하는 느낌이다. 부디, 소음에 대한 걱정 없이 창문을 열어놓고 독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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